위기의 여권

[위클리서울=이유리 기자]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여권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8월 초 취임 이후 처음으로 여름휴가를 떠날 예정이다. 장소는 역대 대통령들이 여름 휴가지로 자주 방문했던 경상남도 거제 저도가 꼽히고 있다. 윤 대통령은 최근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여름휴가 일정을 알렸다. 그는 참모들에게 "대통령실 직원은 물론 공무원들도 모두 에너지를 충전하고 내수경제 진작에도 기여하는 차원에서 휴가를 가라"고 말했다. 낮은 지지율로 고민 중인 여권은 이번 여름 휴가 기간을 ‘반전’의 기회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내부 권력 갈등이 심화되는 등 사정은 녹록치 않다. 어수선한 용산의 분위기를 살펴봤다.

 

ⓒ위클리서울/ 김현수 객원기자

윤 대통령은 당초 부처 업무보고가 마무리되는 시점 이후인 8월 초 여름휴가를 갈 예정이었지만 경제문제와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파업 등 현안으로 마지막까지 고민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가장 큰 현안으로 꼽혔던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파업 사태가 일단락되면서 예정대로 휴가를 결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파업이 진행된 옥포조선소는 역대 대통령들이 자주 여름 휴가를 보냈던 저도와 같은 거제 지역이다.

저도는 1954년 이승만 전 대통령 때부터 대통령 여름 휴양지로 이용됐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72년 이곳에 별장을 지은 뒤 '바다의 청와대'란 의미로 '청해대'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때부터 일반인 출입이 금지됐다가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저도 개방을 약속하면서 현재는 일부 개방됐다.
 

20%대 ‘위기’ 눈 앞

하지만 윤 대통령의 마음은 편치 않다.

잠시 주춤하긴 했지만 여전히 지지율은 저조하다. 자신의 또 다른 지지세력이었던 20대 청년들의 민심에 이상징후가 포착되고 있다.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긍정 평가)은 3주째 30%대에서 답보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윤 대통령에 대한 20대의 긍정 평가는 20%대까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지난 18∼22일 성인 2527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95% 신뢰수준에 ±1.9%포인트), 윤 대통령 국정수행 긍정평가 응답은 33.3%, 부정평가는 63.4%였다. 지난주 조사에서 각각 0.1% 등락해, 사실상 변동이 거의 없다.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20대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긍정 평가가 23.6%까지 떨어졌다는 것이다. 이는 한 주 전보다 9.2% 하락한 수치다. 반면 30대에선 9.1% 상승한 34.8%의 긍정평가를 받았다. 성별로는 남성은 지난주보다 2.3% 상승해 34.7%를 기록한 반면, 여성은 2.4% 하락한 31.9%를 기록했다.

지역별로는 대구·경북(TK)에서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는 게 눈에 띈다. 이 지역에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지난주 51.5%였지만, 이번주엔 7% 하락한 44.5%를 기록하며 50%선을 방어하지 못했다.

호남지역에선 5.4% 하락한 14.5%를 기록했고, 서울에서도 2.9%포인트 하락한 32.2%였다. 다만 인천·경기와 충청권에선 긍정 평가가 각각 4.6%, 3% 상승한 35%로 나타났다. 직업별로는 자영업자에서만 유일하게 6.5% 상승했다.

윤 대통령의 심상치 않은 지지율 하락세와 관련해 대통령실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강승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여론조사는 분명히 어떤 사실을 반영한다. 그러나 지금은 집권 초기이고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두 달 정도 지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지율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지금 지지율보다도 새 정부가 어떤 형태로 무엇을 할지, 또 국민과 어떻게 소통할지 자리매김해가는 과정이라고 본다. 미흡한 점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강 수석은 또 ““대통령실도 여러 부류에서 구성되지 않는가? 공무원 출신도 있고 여러 전문가들도 있고 캠프 출신 멤버들도 있고 해서 서로 손발도 맞춰야 되다 보니까 부족한 점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런 부분들은 빨리 맞춰서 일신해야 하는 게 저희의 과제”라고 덧붙였다.

그는 “손발을 맞추는 시간, 준비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하며 “여와 야가 저희하고 호흡을 맞추는 데도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또 야당이 저희에게 과도하게 프레임을 통해 공격하는 것들이 있지 않는가. 이런 부분 등은 협치의 영역으로 또는 여당에선 당정 협의를 통해 효율의 영역으로 오는데 시간도 필요하고 관점도 다소 다를 수 있다”라고 했다.

강 수석은 “이런 부분 등을 빨리해서 대통령이 새로운 국정의 최고 책임자로서 새 정부가 효율성을 발휘하게 하는데 매진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런 움직임엔 윤 대통령이 장관과 참모들에게 적극적으로 국정을 설명하라고 주문한 게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지지율 반등의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절박감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취임 초기라고 하지만 윤 대통영의 지지율은 역대 최악으로 꼽힌다. 30%대 지지율 속에서 ‘정체’에 안도의 한숨을 쉴 정도다. 정당 지지율도 역전 추세고, 무엇보다 20대와 TK의 민심이 돌아서고 있어 위기감이 적지 않다.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위클리서울/ 김현수 객원기자

여권 ‘내부 총질’

이런 상황에서 어이없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를 향해 "내부 총질이나 하던 대표"라고 저격하는 문자를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에게 보낸 장면이 포착돼 파장이 일고 있다.

권 직무대행은 지난 7월 26일 오후 국회 대정부 질문에 참석해 휴대전화로 윤석열 대통령과 텔레그램 메시지를 주고받는 장면이 국회 사진기자단에 의해 잡혔다. 사진에 찍힌 권 직무대행의 휴대전화에는 윤 대통령이 보낸 문자와 권 직무대행의 답변 내용이 고스란히 노출됐다.

먼저 윤 대통령은 "우리당도 잘하네요 계속 이렇게 해야"한다며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가 바뀌니 달라졌습니다"라고 보냈다. 이에 권 직무대행이 "대통령님의 뜻을 잘 받들어 당정이 하나되는 모습을 보이겠습니다"라고 답변했다.

그동안 윤 대통령은 도어스테핑을 통해 "당의 일에는 관여하지 않는다"며 이준석 대표의 윤리위원회 징계 국면에서도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여왔다. 그러나 이번 메시지를 통해 그동안 드러내지 않았던 이 대표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노출해 파장이 예상된다.

권성동 직무대행은 윤 대통령과의 문자가 포착되면서 논란이 되자 페이스북을 통해 "이유를 막론하고 당원과 국민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진화에 나섰다.

권 직무대행은 "저의 부주의로 대통령과의 사적인 대화 내용이 노출되며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은 전적으로 저의 잘못"이라며 "국민과 당원동지 여러분께 사과드리고, 선배 동료 의원들께도 송구한 마음을 전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일제히 비판을 가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금 코로나가 다시 확산되고 있고, 민생경제가 다급한 상황인데 대통령이 참 한가한 모습을 보여줬다"고 직격했다. 박 원내대표는 "근무시간에도 대정부질문 볼만큼 여유가 충분한 모양"이라며 “그동안 당내문제 관여하지 않겠다고 연거푸 말했는데 오늘 주고받은 문자를 보니 실제 이준석 대표 징계하고 내치는데 배후역 맡지않으셨나 의구심이 든다"고 꼬집었다.

그는 "국민은 갈등보다 통합을, 정쟁보다 민생을 원하는데, 오늘 보여준 모습은 정쟁을 부추기고 갈등을 키우는데 대통령이 중심에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청래 의원은 "이준석, 토사구팽당한 거 맞네요"라며 "이준석의 내부총질이나 윤 대통령의 말폭탄이나 경중을 따지기는 어렵지만 도어스테핑 폭탄에 이어 텔레스테핑 폭탄까지 터진 여권에 포연이 자욱하다"고 비꼬았다.

조오섭 대변인은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권성동 대표 직무대행이 나눈 문자 대화 내용은 한심 그 자체"라며 "윤석열 대통령은 민생 챙기기보다 당무 개입이 우선이냐"고 직격했다.

국민의힘 내부 후폭풍도 심각하다. 신인규 전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은 ”지도자의 정직, 지도자의 의리, 지도자의 처신, 지도자의 그릇”이라고 적었다. 임승호 전 국민의힘 대변인도 “길게 썼던 글을 지운다. 약 1년 전 새로운 동지들과 함께 희망을 쌓아가던 순간들이 사무치게 그립다”며 “1년간의 고되지만 행복했던 추억들이 허무하게 흩어진다. 마음 한 구석이 아려오는, 섧은 어둠으로 가득한 밤”이라고 심경을 적었다.

현직 대통령이 여당 대표를 겨냥해 원색적인 표현을 동원해가며 비난한 사실은 흔치 않다. 국민의힘 내부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과 권 직무대행 간 대화 내용을 두고 “한심 그 자체”라고 정조준하는 분위기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여름 휴가를 떠나는 윤 대통령이 탈출구를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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