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및 영화 속 전염병과 코로나19] 영화 ‘둠스데이(2008)’

[위클리서울=김은영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전 세계가 고통 받고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전염병과의 싸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렇다면 인문학에서 전염병을 어떻게 다루었고, 지금의 코로나19를 살아가는 현재에 돌아볼 것은 무엇인지 시리즈로 연재한다.

 

ⓒ위클리서울/ 김현수 객원기자

올여름에는 마스크를 벗을 것이라는 기대가 한순간에 무너졌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8월 말이면 10만 명을 넘어 9월에는 정점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부 발표에 의하면 신규 확진자 수는 7월 말 3만 명, 8월 말 11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하지만 이미 7월 말에 신규 확진자 수는 7만 명을 넘어 정부의 예측은 이미 어긋나기 시작했다. 이대로 가면 재유행의 시기는 더욱 앞당겨지고 정점의 규모 또한 얼마나 더 커질지 가늠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7월 말에는 10만 명으로 확산되고 8월 초나 중순에 20만~30만 명까지 확진자가 증가할 것으로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상황이다. 영국, 독일 등 유럽 등지에서도 또한 매주 더블링 되는 신규 확진자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풍토병으로 가볍게 지나갈 것이라고 생각했던 코로나19가 다시 전파력과 면역 회피력이 높아진 것으로 나오면서 각국의 정부들이 자국을 보호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원숭이 두창 바이러스도 부각되면서 전 세계 다시 전염병의 위험으로 빠져들고 있다. 바이러스는 국경이 밀접되어 있는 국가들에게는 더욱더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코로나19가 발생했던 초창기 전 세계 국가들은 대부분 해외 방문객에게 국경을 걸어 잠갔다. 2008년도에 개봉한 영화 ‘둠스데이’에서도 이렇게 밀접된 국경을 가진 국가들이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퍼지자 가장 먼저 거대한 장벽을 쌓는 장면이 나온다. 바이러스야 말로 국경과 지역을 경계 없이 넘나드는 보이지 않는 괴물이기 때문이다.
 

영화 ‘둠스데이' 포스터 ⓒ위클리서울/ 네이버영화

괴물 바이러스를 막기 위해 거대한 장벽을 만들다

최근 코로나 변이가 심상치 않다. 지난 7월 코로나19는 일명 켄타우로스라고 불리는 BA.2.75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가 국내에서 첫 발견됐다. BA.2.75는 그동안 우세종이었던 BA.5 보다 훨씬 더 강한 전파력과 치명률을 보이고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는 스파이크 단백질 변이 수에 따라 전파력과 면역 회피력이 달라진다. 코로나 19가 스파이크 단백질 변이 바이러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BA.2.75는 스파이크 단백질의 변이 수가 36개로 스텔스 오미크론(BA.2)보다 8개 더 많은 괴물인 것으로 밝혀졌다. 현재 국내 우세 변이 바이러스인 BA.5보다 3배 이상 높은 전파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분석 결과도 나왔다. 영화 ‘둠스데이’에서도 감염 전파력이 빠르고 치명률이 높은 바이러스가 등장한다. 이에 영국은 인류가 멸망하게 될 정도의 위험한 바이러스가 퍼지자 대도시에 벽을 세워 확진자들을 격리하기 시작한다. 영국 정부는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격리한 감염자들이 넘어오면 즉각 사살하는 잔인한 방법을 택했다. 더욱이 사람들이 넘어오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 거대한 벽을 만들어 이들을 영원히 격리하기로 한다. 사람들은 살기 위해 문으로 향한다. 이들이 벌이는 사투를 보자면 지옥의 아비규환이 따로 없다. 이 와중에도 아이를 살리기 위해 부모들은 작금의 상황이 더욱 절박할 수 밖에 없다. 나는 죽어도 내 아이는 살리겠다는 모정이 영화에도 나온다. 이든(로나 미트라 분)은 어머니의 간절한 바람으로 천신만고 끝에 군용 헬기에 간신히 몸을 맡긴다. 한편 영국 정부는 백신을 찾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지만 백신을 구하지 못한 채 감염자들이 있는 격리구역을 30년 간 방치하기에 이른다. 군용 헬기에 탑승해 간신히 목숨을 구한 꼬마 에덴은 특수부대원으로 성장한다. 그녀는 실력이 매우 뛰어난 전사다. 하지만 그녀는 탈출하던 날 한쪽 눈을 잃어 특수 의안을 착용하고 있는 상태였다. 이 의안은 향후 그녀에게 어떤 역할을 할 것이라는 느낌이 온다.
 

영화 ‘둠스데이' 스틸컷 ⓒ위클리서울/ 네이버영화
영화 ‘둠스데이' 스틸컷 ⓒ위클리서울/ 네이버영화
영화 ‘둠스데이' 스틸컷 ⓒ위클리서울/ 네이버영화

자연 면역체가 생긴 감염자들이 만든 새로운 도시

마약단속을 위해 임무를 수행하던 이든은 습격한 장소에서 이상한 기류를 발견한다. 바로 30년 전 종식되었다고 믿었던 리퍼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 같은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영국 정부는 다시 감염자들이 발견된 주변의 다리와 모든 출구를 봉쇄하기 시작한다. 놀랍게도 30년 간 방치되어 있었던 격리자 수용자 지역에서는 생체 반응이 있었다. 모두가 죽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그 지역에 사람들이 생존해 있었던 것이다. 감염자들이 벽 안에서 생존할 수 있었던 이유는 벽 안의 케인 박사라는 사람이 백신 정보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영국 정부는 이 사실을 알고 에덴을 비롯한 특수팀을 투입해 백신 정보를 빼내려 한다. 힘겹게 벽 안쪽으로 잠입한 이들은 원시 문명 시대를 살고 있는 듯한 감염자들의 모습과 황폐화된 도시 환경에 놀란다. 이들은 아프리카 부족들처럼 치장을 하고 유럽의 중세 기사처럼 철 갑옷을 입은 모습이다. 게다가 특수 부대원들을 불에 태워 먹기까지 한다. 간신히 목숨을 구한 이든은 어떻게든 백신 정보를 구하고자 한다. 여러 우여곡절 끝에 케인 박사를 만난 이든과 특수부대원 생존자들. 하지만 이미 케인은 반미치광이 된 상태였고 백신 정보 또한 없었다. 감염자들이 생존할 수 있었던 진짜 이유는 이들이 자연 면역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한편 영국에서는 감염자들이 속출하며 길거리에서 피를 뿌리며 죽어가고 있었다. 재력과 권력도 아무 소용없었다. 바이러스 앞에서는 모두가 속수무책이었다. 고위급 인사들도 하나 둘 쓰러지기 시작했다. 상황의 심각성을 깨달은 정부는 어떻게든 백신을 구해야만 했다. 하지만 백신을 구하려 간 이들은 백신은커녕 콜로세움과 같은 장소에서 서바이벌 게임에 참가해 적과 싸워야 했다. 이든과 부대원들은 말을 훔쳐 도망친다. 벙커 안에서 발견한 의문의 차량으로 도망갈 수 있었다. 이든은 벽 뒤로 다시 가기 위해 차량을 급히 몬다. 하지만 이들을 쫓는 파들이 있었다. 백신 정보는 구하지 못하지만 생존들과 함께 있는 상황. 감염자들의 피를 통해 면역체를 만들 수 있다는 논리다. 이든은 무사히 임무를 완수한다. 이든은 벽 안에 남기로 한다. 원래 그녀가 있었던 자리로 돌아간 것이다. 그리고 세상은 (아마도) 백신을 만들어 평화를 되찾았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와는 달리 현실에서는 이렇게 백신이 자연면역체를 만들지 못했다. 우리는 이제 4차 접종을 앞두고 있다. 1~2차로 끝날 것 같은 백신 접종이 4차까지 오게 된 것이다. 앞으로도 이 4차 접종이 끝이 아닐 수 있다. 단백질 변이 바이러스이기에 변이 바이러스는 앞으로도 계속 만들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재갑 한림대학병원 순환기내과 교수은 앞으로 우리는 과거로 돌아가지 못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현재 우리가 이미 신인류”라고 덧붙였다. 이 교수의 말은 앞으로 계속 지속되는 바이러스 상황 속에서 바이러스는 이제 함께 살아가야 할 존재라는 것을 의미한다. 코로나 19 변이 바이러스는 지금까지 수많은 변이 바이러스를 양산해왔다. 알파, 델타, 감마... 이제는 Ba2, 2.5, 7 등으로 표현되며 그리스어로 표현하기 어려운 지점까지 왔다. 이 교수는 “우리가 앞으로 바이러스와 어떻게 함께 살아가야 할지를 구체적으로 해봐야 한다. 지금의 변이 바이러스의 명칭은 앞으로 알파-1, 2 등 이런 식으로 해야 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앞으로 우리의 미래는 코로나 이전과 이후가 있을 뿐이라고 말한다. 바이러스는 그냥 장벽을 세워서 막는다고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지긋지긋하게 사라지지 않는 바이러스와의 전쟁은 진짜 이제부터다. 인류는 이제 코로나 이전과 이후로만 기억될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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