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기획: 배우는 배우다] ‘푸푸플레이놀이연구소’ 대표 권동우 씨

[위클리서울=최규재 기자] 서울 혜화동 대학로 거리. 이곳에서 많은 배우들이 꿈을 키웠다. 티브이 드라마 배우부터 영화배우들까지 많은 이들이 대학로 연극판을 거쳤다. 연극배우들은 경제적으로 늘 어려운 상황에서 배역을 맡아왔다. 특별한 지원 없이 텅빈 객석에서 영혼을 탐구해왔던 터. <위클리서울>은 이들의 애완을 듣기 위해 배우들을 만나고 있다. 이번호에는 복화술, 마임 등으로 정평이 나있는 권동우 씨를 만나봤다.

 

 ‘푸푸플레이놀이연구소’ 대표 권동우 씨 ⓒ위클리서울/ 권동우 제공

고등학교때 태권도를 했었던 권 씨. 해병대 전역 후 태권도 지도자의 길로 가기 위해 마음을 먹었으나 전역을 앞두고 그의 마음에 변화가 일었다. 군에서 단체로 연극을 관람하러 갔었고, 당시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계획했던 태권도 지도자의 꿈은 순간 무너졌고 모든 것들이 멈춰섰다. 전역하자마자 신촌에 있는 극단에 들어가게 된다. 포항시립극단의 ‘열대어’라는 작품으로 데뷔하며 신촌에서 극단생활을 이어갔다. 이후 말보다는 몸짓으로 표현하고 싶다는 마음이 커져 ‘금강예술단’에 입단, ‘태권다이아몬드’라는 작품으로 미국 시애틀 등 해외공연까지 다니며 입지를 굳혔다.

하지만 재정난으로 예술단이 해체되면서 대학로에 들어가게 되었고, 극단 ‘예우’에서 활동하다 다시 마임 등 말이 아닌 ‘움직임’이 있는 곳으로 복귀했다. 무언극으로 유명한 극단 ‘초인’에서 활동하며 ‘기차4’라는 작품으로 영국 에딘버러, 프랑스 아비뇽, 독일, 일본 등 해외 각지를 돌며 공연했다. 그렇게 다양한 장르를 접하며 지금의 ‘감정놀이극’이라는 장르를 창조해냈다.

2000년도까지 태권도장 관장을 꿈꾸며 달려왔던 권 씨. 자신의 인생을 바꾼 단 하나의 연극작품 이후 2001년부터 지금까지 그렇게 달려왔다. 창작극 위주로 극단에 찾았고, 그 영향으로 현재 연출하는 작품들은 기존에 없었던 이야기들을 엮어서 만들어가고 있다. 마임, 복화술 등을 겸비한 권동우 씨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희소성 있는 장르에서 작품을 하고 있다. 우선 자기소개를 부탁드린다.

▲ 독립예술가다. 그간 연극, 마임, 복화술, 오브제 등을 배웠다. 이걸 다 배운 케이스가 없어서 제 정체를 헷갈려 할 수 있다. 게다가 공연과 수업이 결합된 장르다. 이른바 참여 감정놀이극을 연출하고 있다. 아이들이 실수하면 실수하는 대로 받아들이고, 울타리를 쳐주고 마음껏 놀아라는 식의 연출이다. 사실 제가 지금 하고 있는 장르 자체가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공연과 수업이 결합된 상황, 자유로움 속에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저는 ‘푸푸플레이놀이연구소’ 대표 겸 연출과 배우를 하고 있는 권동우이다.
 

- 아동, 청소년 등과 관련된 연극을 연출하고 있다. 주로 어떤 이야기인가.

▲ 통상적으로 꿈을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대표작으로는 ‘푸푸의 감정 다스리기’라는 작품이 있다. 만들고 출연까지 하면서 현재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그림책을 연계해서 프로그램으로 진행하는 경우도 있고, 창작 이야기를 통해서 공연을 만들기도 한다. 최근에는 어린이 창작뮤지컬 놀이극 ‘아이아이’라는 작품을 연출했다.
 

- 해병대 출신으로 안다. 해병대가 과격하게 멸공 등을 외치는데, 그런 점에서 우리사회 전반적 인식상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도 있다.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이참에 해병대에 대한 변을 해도 좋다.

▲ 맞다. 하지만 요즘은 제가 해병대에 있을 때의 과격한 느낌은 군대 내에서 많이 사라진 듯 보인다. 과거 해병대에서 훈련이나 강인한 정신은 정말 많이 배웠기에 그런 마인드는 지금까지도 남아있다. “어울리지 않는다”라는 느낌이 아동 관련 공연을 언급한 것이라면 편견이라고 답하고 싶다.

 

ⓒ위클리서울/ 권동우 제공

- 마임으로 연극을 한다. 한국에서 (권동우 씨 스승 다음으로) 마임의 2인자라고 알고 있다. 마임은 무엇이라고 정의해야 하나.

▲ 좀 더 포괄적인 느낌으로 움직인다고 할 수 있겠다. 2006한국마임에서 ‘풍장’이라는 작품으로 공연한 적은 있지만 활동을 안 한지 오래되었다. 그래서 2인자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
 

- 마임과 일반 연극의 차이에 대해 대중들에게 설명하자면.

▲ 아마 다들 아실 것 같다. 마임은 말없이 순수 몸짓으로 표현하는 예술이고, 연극은 희곡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쳐나가며 표현하는 예술이다.
 

- 몸의 현상이랄까, 마임의 철학은 무엇인가.

▲ 마임의 대한 경력이 짧기 때문에 철학은 논할 수 없다. 2001년부터 지금까지 무대를 밟아왔는데, 그간 제가 접하고 배우고 공연했던 장르가 연극, 마임, 퍼포먼스, 무언극, 복화술, 아동극 등이다. 그렇게 커리어를 쌓아왔다. 그래서 지금의 감정놀이극이라는 장르가 만들어졌다.
 

- 한때 마임에 빠져든 이유는.

▲ 마임이라는 현상보다 움직임 자체를 좋아했기에 몸짓으로 표현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조금씩 배워왔다. 그런 경험을 무대에 접목시켜 왔다. 마임, 퍼포먼스, 무언극 나아가 재즈, 무용, 발레, 탭댄스까지 다양한 움직임을 배우며 제가 앞으로 만들고 싶은 작품에 녹여내고 싶었다.
 

- 극에서 복화술이 사용된다. 복화술은 무엇인지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

▲ 복화술은 입술을 움직이지 않고, 말하는 기술로 많이들 알고 있는데 복화술은 소리를 던지는 예술이다. 호흡, 조음 등 각 기관들을 연결하고 있는 각각의 근육들을 사용해 소리를 만들어내는 것이 복화술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 대사로 진행되는 연극과 몸으로 진행되는 연극의 근본적인 차이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일단 공통점은 한 공간에서 공동으로 공감한 예술이다. 대사로 전달되는 과정과 몸짓으로 전달되는 과정에서 그리고 관객이 받아드리는 에너지에서 근본적인 차이점을 느낄 것 같다.
 

- 요즘 연극계 분위기는 어떤가. 속된 말로 장사가 잘 되는 편인가.

▲ 음... 항상 어려운 것 같다. 티켓팅으로 매진이 되어도 실제 수익은 그리 크지 않다. 워낙 할인율이 많아 힘겹다. 공연에 들어가는 기본적인 제작비, 대관료, 인권비 등을 제외하면 마이너스다. 최근엔 공공기관 대상으로 공연과 수업을 많이 진행하는 편이다.
 

ⓒ위클리서울/ 권동우 제공
ⓒ위클리서울/ 권동우 제공

- 정통극을 하는 이들과의 괴리는 없는지.

▲ 개인적으로 없다. 현재도 대학로에 있는 극단과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극단 ‘초인’에서 단원으로 있었는데, 초인 대표는 서울연극협회 회장으로 활동 중이기도 하다.
 

- 아동극을 하는 만큼 학부모들의 관심도 많을 것 같다. 학부모들과는 어떻게 소통하나.

▲ 요즘 부모들은 성향이 확실하기 때문에 아동극도 철저히 검증하고 관람하는 편이다. 예를 들자면 아시테지(전 세계적으로 극을 검증하고 있는 협회)에서 선정된 작품들이 그렇다. 부모님들과는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소통하고 있습니다.
 

- 극을 통해 어린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나. 어떤 보람으로 극에 임하는지.

▲ 예전에는 어떤 영향을 주고 싶어서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요즘은 ‘지금 이 시간만큼’ 아무 생각 없이 함께 놀면서 무심하게 메시지를 던지는 스타일로 바뀌었다. 누구에게나 어린 시절이 있지 않겠는가. 메시지의 방향은 찾아가는 지역의 아이들의 연령대에 따라 달라진다. 마음의 상처를 갖고 있는 친구들도 많아졌고, 반면 낯설어하는 성향의 아이들도 많아졌다. 아이들을 만나는 것 자체가 보람되고 뿌듯하다.
 

- 조금은 당황스러운 질문일 수도 있다. 권 대표의 작품을 통해 자라난 아이가 성인이 되어서 올바른 삶을 살게 된 사례를 없는지. 삶이 바뀌었다며 찾아온 적은 없는지.

▲ 감정놀이극을 시작한지는 10년 정도 되었다. 초등학생에서 중학생이 된 친구들이 있다. 꿈이 없었는데, 꿈이 생긴 친구도 있다. 지금도 그 꿈을 향해 열심히 달려가고 있다.
 

- 가장 히트 친 작품은 무엇인가.

▲ 어린이 참여 놀이극 ‘오즈를 찾아서’라는 작품이 가장 잘 되었다. 그 당시에 대학로에서 거의 매진이었고, 후기도 좋았다.
 

- 다들 자식 같은 작품들이지만,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이 있었다면.

▲ 아무래도 현재 하고 있는 ‘푸푸의 감정다스리기’이다. 그간 제가 배우면서 무대에서 공연한 모든 장르가 융합된 작품이기에 애착이 간다.
 

- 그 외 다른 작품들은 잘 진행되고 있는지.

▲ 아주 잘 진행되고 있다. 어린이 창작뮤지컬놀이극 ‘아이아이’라는 작품이 있다. 지난해 초연으로 성황리에 잘 올렸고, 그 때 작품명은 ‘푸푸와 하루’였다.

 

ⓒ위클리서울/ 권동우 제공
ⓒ위클리서울/ 권동우 제공

- 푸푸와 하루는 어떤 작품인가.

▲ 푸푸와 하루가 바람을 찾아가는 여정을 그린 창작뮤지컬이다. 땅, 산, 바다, 하늘 등 오염되고 황폐해진 자연을 시각적, 청각적으로 보여주며 어린이들이 환경의 소중함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아이들과 친숙한 놀이를 각 장마다 도입해 관객들 스스로 바람탐험대가 되어 즐길 수 있도록 구성했다. 바람탐험대 푸푸와 하루의 주제는 환경과 공존이다. ‘만약 아기 바람이 사라졌다면?’이라는 가상의 상황을 설정하고 푸푸와 하루가 아기 바람을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땅, 산, 바다, 하늘)가 얼마나 오염되어 있는지를 보여주며, 그 과정에 관객인 바람탐험대가 적극적으로 동참함으로써 환경의 소중함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도록 스토리를 구성했다.
 

- 연극판은 여전히 어렵다. 가장 힘들었을 적과 가장 희열을 느꼈을 적을 대비하자면.

▲ 힘들었지만 아름다운 추억이다. 힘들었기에 지금까지 버티고 이겨낼 수 있었다. 가장 힘들었을 때는 이틀 동안 밤새 세트 만들었을 때다. 망치질하다가 손등에 찍기도 하고, 조명 작업하면서 졸다가 사다리에 떨어질 뻔한 적도 있다. 아무래도 가장 큰 희열은 힘들게 만든 세트에서 관객들과 소통했을 때이다.
 

- 영화에서도 마임은 활용된다. 섭외 받은 적은 없는지.

▲ 없다.
 

- 예술가들에 대한 국가지원이 여전히 미비하다. 불안감으로 살 것 같다.

▲ 지원사업이 안 되면 1년 내내 불안하고 내년에 또 안 되면 ‘어떡하지’ 걱정하며 살아왔던 것 같다. 그래서 지금은 지원사업의 의존하지 않고 있다.
 

- 연극판, 금전적으로 다들 힘들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어떤지.

▲ 지금도 후배들이 대학로에서 연극을 하고 있다. 힘들고 어렵다. 1년에 한 작품 하기도 힘들다. 어린이극도 공연 자체가 힘들다. 돈벌이가 20년째 똑같다. 물가가 올라도 공연비는 안 오른다. 쿠팡 등을 통해 할인 받으니 배우들에게 돌아오는 몫이 적다. 그래도 저는 대학로에서 어린이극을 많이 해와서 공공기관의 관심을 받아온 편이다. 문화예산으로 공연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그렇게 하다보니 부모님들 입장에선 굳이 대학로에서 돈 내고 공연 안 보려는 심리도 작용된다. 공연을 무료로 본다고 생각한다. 서울도 문제지만 지방은 더 심하다.
 

- 불황이어도 계속 연극계에 있을 것인지. 앞으로의 계획과 꿈이 있다면.

▲ 저는 계속 연극계에 있을 것이다. 지금 하고 있는 감정놀이극으로 아이들을 계속 만나면서 활동하고 싶다. 그것이 저의 계획이고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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