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생존자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내가 생존자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 김은영 기자
  • 승인 2022.09.22 08: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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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및 영화 속 전염병과 코로나19] 영화 ‘캐리어스’(Carriers, 2009)

[위클리서울=김은영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전 세계가 고통 받고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전염병과의 싸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렇다면 인문학에서 전염병을 어떻게 다루었고, 지금의 코로나19를 살아가는 현재에 돌아볼 것은 무엇인지 시리즈로 연재한다.

 

ⓒ위클리서울/ 김현수 객원기자

팬데믹으로 일상을 위협받은 지 어느덧 3년 차다. 코로나 19 바이러스는 언제쯤 사라질까? 이에 대한 대답은 매우 부정적이다. 없어지지 않고 계속해서 이상한 변이 바이러스로 거듭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코로나 19 바이러스는 과거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최초 코로나 19 바이러스와는 다른 구조를 가진 ‘변이’ 바이러스다. 설상가상으로 최근에는 우리나라에서 자체적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가 생길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초기 바이러스보다 지금의 변이 바이러스가 치명률이 다소 낮다는 점이다. 보통 바이러스는 치명률이 높을수록 전파는 느리다고 한다. 바이러스가 퍼지기도 전에 감염자들이 죽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도 정확한 사실은 아니다. 치사율 100%의 바이러스지만 감염자들의 감염 잠복기가 길어서 감염자들의 사망 속도보다 전파 속도가 빠르다면, 이러한 가설은 깨진다. 그야말로 전 인류는 멸망 수준이 될 것이다. 2009년도에 개봉한 영화 ‘캐리어스(Carriers, 2009)’는 이러한 전제를 달고 세상에 나왔다. 영화는 치사율 100%의 바이러스로 거의 모든 사람들이 죽고 소수의 사람들이 살아남기 위해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서 분투한다.
 

영화 ‘캐리어스' 포스터 ⓒ위클리서울/ 네이버영화

정체불명의 바이러스로 소수의 인류만 살아남다

타액과 혈액으로 감염되는 치사율 100%의 바이러스가 전 지구를 뒤덮는다. 빠른 속도로 퍼져 지구에는 거의 모든 인간들이 죽었다. 그래도 이 와중에 살아남은 네 남녀가 있다. 대니(루 데일러 푸치 분)와 브라이언(크리스 파인 분), 바비(파이퍼 페라보 분)와 케이트(에밀리 반캠프 분)이다. 브라이언과 대니는 형제이다. 케이트는 대니의 여자 친구이고 바비는 브라이언의 여자 친구다. 모두 다 죽고 갈 곳도, 의지할 데도 없는 이들은 과거 유년 시절 기억을 되살려 즐거운 추억이 있는 지역으로 떠나기로 한다. 목적지로 향하던 이들은 도로 한복판에서 피를 흘리는 소녀(조디)와 소녀의 아버지(프랭크)를 발견한다. 이들 부녀의 차는 기름이 떨어진 상태. 대니 일행에게 기름을 조금 달라고 부탁하지만 대니 일행도 지금 사정을 들어줄 여유가 없다. 더욱이 차창 밖으로 보이는 소녀의 마스크에는 시뻘건 피가 묻어있다. 아무리 봐도 감염자인 것 같다. (도..도망쳐!) 브라이언은 소녀가 감염자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이들은 거칠게 차를 몰고 앞으로 나아간다. 하지만 얼마 못 가 차는 고장으로 주저앉는다. 부녀의 차로 가서 같이 목적지로 가자는 의견에 반대가 있었지만 사실 이들에게 다른 선택지는 없다. 차의 기름을 빼서 기름통에 넣고 마스크로 중무장을 하고서 브라이언 일행은 프랭크의 차로 향한다. 처음에는 차를 뺏을 생각에 총도 꺼내 위협해 보지만 프랭크는 치료제가 있는 곳을 알고 있다며 딸을 치료제가 있는 종합의료센터까지만 함께 가자며 동승을 요구한다. 어쩔 수 없이 프랭크 가족과 동행하게 된 대니 일행. 조수석과 뒷자리, 운전석은 비닐로 꼼꼼하게 분리하고 혹시 있을 바이러스 감염에 대비한 후 불편한 동행을 시작한다. 이러한 장면은 마치 코로나 19 초창기 우리들의 모습을 반영하는 듯하다. 택시에서 감염이 시작되었다는 뉴스 보도에 사람들은 좌석 사이를 비닐 보호막을 설치해서 감염을 막으려고 했기 때문이다. 소녀가 감염자로 의심되자 서로 마스크를 꼼꼼하게 올려 쓰고 있는 모습도 낯설지 않다. 드디어 프랭크가 이야기 한 의료센터에 온 브라이언 일행. 프랭크와 대니, 브라이언 등은 센터 안을 살피기로 하고 바비와 아이는 차에 남는다. 그런데 아이의 병세가 심상치 않다. 아이는 아버지와 브라이언 등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차 바닥에 자지러지며 쓰러진다. 차에 아이와 함께 남은 바비는 아이의 상태가 걱정되어 비닐 보호막을 걷어내고 소녀를 살핀다. 그런데 마스크를 올리고 얼굴을 살피던 중 아이가 피를 토하고 피는 바비의 옷과 얼굴에 튄다. 이 부분에서 비명 지를 만하다. 감염자의 피가 피부에 튀었으니 영화 스토리 상 100% 감염이다.
 

감염자는 즉시 분리... 살아남기 위해 규칙을 정하다

하지만 바비는 이러한 사실을 숨기려 한다. 바비는 황급히 비닐 보호막을 걷어 올리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피에 묻은 상의를 벗는다. 바비의 이러한 행동은 처음 이들이 정한 규칙 때문이다. 살아남기 위해 이들은 서로 처음 동행할 때 바이러스에 걸린 사람은 돕지 않고 감염이 되면 철저히 분리하겠다고 약속했다. 소녀의 피가 얼굴에 튀었다는 것을 다른 일행이 알게 된다면 바비는 그곳에 홀로 버려지게 될 것이다. 바비는 남겨진다는 것이 두려웠을 것이다. 그러는 사이 아이의 아버지 프랭크가 돌아오고 아이는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말한다. 프랭크는 브라이언 일행이 자신을 버리고 갈 것이라고 짐작하지만 그들을 막을 방법이 없다. 사실 이곳에는 아이에게 쓸 치료제는 없었다. 백신이나 치료제를 만들려고 노력했던 의사와 아이들만이 남겨져 있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의사와 아이들은 이미 감염이 되었고 의사는 절망감에 자살을 하려 하고 있었다. 지금까지의 모든 여정이 다 부질없는 짓이었다. 희망이 절망으로 바뀐 프랭크는 딸이 실망하지 않도록 계속 다정하게 말을 시키며 도망치듯 떠나는 브라이언의 차를 바라본다. 프랭크와 딸은 아마 이곳에서 죽을 것이다. 남겨진 부녀를 뒤로 하고 목적지로 향하는 브라이언 일행. 이들은 차를 몰아 아무도 없어 보이는 비어있는 호텔을 찾아 낸다. 왠지 이곳은 안전한 것 같다. 브라이언 일행은 오랜만에 여유로운 시간을 보낸다. 골프도 치고 골프 카트도 몰아 본다. 하지만 호텔에는 그들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방독면과 방호복을 쓴 다른 생존자들은 브라이언 일행을 위협하고 호텔에서 나가라고 명령한다. 다시 도로로 나서야 했던 브라이언 일행. 한편 바비 몸에는 감염의 증세가 나타나자 브라이언은 여자친구인 바비를 도로 한복판에 버려두고 떠난다. 비정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하지만 또 기름이 없는 브라이언 일행. 차를 멈추고 다가오는 차량에 기름을 조금 달라고 부탁한다. 하지만 두 여성이 탑승한 그 차도 기름이 부족하긴 마찬가지다. 기름이 없다고 고개를 젓는 여성 운전자. 브라이언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들을 총으로 쏘고 기름을 강탈한다. 대니는 그러면 안 된다며 브라이언을 말리지만 이미 ‘생존’하기로만 결심한 브라이언을 당해낼 수 없다. 우여곡절 끝에 함께 가던 중 브라이언 또한 감염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브라이언은 차 키를 빼앗고 자신을 데리고 가던지 총으로 쏴 죽이고 가라고 협박한다. 대니는 브라이언을 총으로 쏜 후 여자 친구와 함께 목적지에 도착한다. 평온한 바다와 아름다운 자연과 집은 과거 가족들과 함께 왔던 전경 그대로이다. 브라이언과 대니가 함께 찍은 어린 시절 빛바랜 사진에는 두 형제가 행복한 듯 서로를 바라보며 웃고 있다. 2009년도에 나온 영화인데 지금 현실과 비슷한 부분이 많아 공감이 더 많이 가는 영화다. 브라이언 일행이 지나가던 도로 송전탑에는 한 남자의 시체가 매달려 있고 그의 가슴 부근에는 ‘chinks brought it’이라는 팻말이 달려있다. 중국인을 비하하는 ‘chinks’가 바이러스를 발생시켰다는 문구다. 이런 종류의 세기말적 영화가 현실감 있기 어려운데 지금 보면 불가능할 것 같지도 않아 더 소름 끼친다. 이런 세상에 만약 내가 대니라면, 브라이언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감염된 딸과 아버지의 차를 강탈하고 그들을 버리고 기름 나눠주기를 거부했던 다른 생존자들을 죽이고, 감염된 여자친구를 매정하게 버리고, 결국에는 자신의 형을 죽일 수밖에 없는 이러한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우리는 얼마나 인간다울 수 있을까? 그래서 더욱 무서워진다. 지금의 바이러스의 세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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