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뉴스지금여기] 장영식의 포토에세이

[위클리서울=가톨릭뉴스지금여기 장영식]

역사는 혁명과 반혁명의 시대로 한 걸음 나아가기도 하지만, 몇 걸음 퇴보하기도 합니다. 한 걸음 나아갈 때는 몰랐지만, 퇴보할 때는 그 시간들이 어둡고, 고통스럽게만 느껴집니다. 그러나 그 시간들도 스쳐가는 찰나에 지나지 않을 뿐입니다. 하느님의 시간에는 천 년도 하루와 같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유한한 정권의 시간이 아니라 세상과 인간을 위하시는 하느님의 시간에 맞춰 깨어 있어야 합니다. 희망을 잃지 말아야 합니다. ⓒ장영식
역사는 혁명과 반혁명의 시대로 한 걸음 나아가기도 하지만, 몇 걸음 퇴보하기도 합니다. 한 걸음 나아갈 때는 몰랐지만, 퇴보할 때는 그 시간들이 어둡고, 고통스럽게만 느껴집니다. 그러나 그 시간들도 스쳐가는 찰나에 지나지 않을 뿐입니다. 하느님의 시간에는 천 년도 하루와 같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유한한 정권의 시간이 아니라 세상과 인간을 위하시는 하느님의 시간에 맞춰 깨어 있어야 합니다. 희망을 잃지 말아야 합니다. ⓒ장영식

영국의 역사학자인 E.H.카는 역사를 “과거와 현재와의 대화, 나아가 미래와의 대화”라고 말합니다. 카는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삶의 자리에서 역사적 사실들을 비판 없이 받아들이는 전통적인 사관 대신 비판적 해석을 중요시하는 사관을 제시합니다. 이러한 카의 사관은 많은 이들에게 역사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해석을 제공해 주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임기가 정해진 짧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과거를 존중하지 않는 일들이 일반화되어 있습니다. 모든 것이 부정되고 있습니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와의 대화가 아니라 단절과 보복의 역사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민주주의의 가치를 학습하지 못한 정치 권력의 잘못된 역사 인식이 반복되고 있는 것입니다.

대화가 아니라 단절의 역사관은 폭력이 뒤따릅니다. 지난 정권에 대한 저주와 증오를 통해 현재 정권의 정당성을 드러내려고 합니다. 그 정당함을 촛불혁명과 같이 민중에 의한 민주적 절차가 아니라 검찰과 경찰, 국세청과 감사원 등의 정부 기관을 동원하게 됩니다. 끝내는 그 길에 나쁜 언론과 소위 말하는 전문가 집단도 동원됩니다. 국가 권력의 사유화인 것입니다.

과거에 매몰되어 미래를 열지 못하는 정권은 국가적으로 불행한 일입니다. 특히 고물가, 고환율, 고금리에 시달리는 민중의 삶을 돌보지 않고 증오의 정치에 매몰되어 있는 정권은 불행한 일입니다. 쌀값 폭락으로 농촌이 피폐해지고, 무한생산과 무한소비를 부추기는 자본주의의 논리로 자연생태계가 파괴되고 기후위기가 심각해지는 현실을 걱정하는 정치인들이 없습니다. 국가의 주요 기관에서 일하는 공직자들은 정권이 바뀌어도 민주주의 정신에 충실해야 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습니다. 거짓을 진실처럼 속이고 감추려는 세력들은 오래가지 못할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역사의 교훈입니다.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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