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0억에 아베오 인수, 항암제 포트폴리오 확보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LG그룹 본사. ⓒ위클리서울/LG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LG그룹 본사. ⓒ위클리서울/LG

[위클리서울=방석현 기자] LG그룹의 주력 계열사 LG화학(대표 신학철)과 LG생활건강(차석용)이 미국 진출의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M&A 전략이 눈길을 끌고 있다. 양사 대표는 오랜기간 순혈주의를 고수해 온 LG그룹의 외부인사이자 부회장이란 점도 공통점이다. 

LG화학은 종속회사인 미국 자회사 LG Chem Life Science Innovation Center, Inc.에 출자, 아베오 파마수티컬(Aveo Pharmaceuticals Inc.이하 아베오)의 지분 100%를 8131억 원에 역삼각 합병 방식으로 인수한다고 18일 공시했다.

취지는 미국 항암치료제 시장 진출을 위한 것이다.

2001년 창립된 아베오는 2010년 나스닥에 상장했다. 주력으로 시판 중인 신장암 표적 치료제 ‘포티브다’(성분명:티보자닙)는 2017년 유럽(1차 치료제)과 2021년 미국(3차 치료제)에서 승인받았다. 

올 2분기 기준 아베오의 매출액은 2530만 달러(약 361억 원)로 알려지는데 이중 포티브다의 매출액은 2500만 달러(약 360억 원)로 전분기 대비 24% 성장했다. 최근 미국 항암치료 가이드라인(NCCN guideline)에 권고 약제 지위를 획득한 데 따라 올해 매출액 가이던스가 1억 달러에서 1억 1000만 달러로 상향된 상태다.

2021년 기준 미국에선 7만 6080명이 신장암을 진단받고, 1만 3780명이 사망했으며 말기 5년 생존율은 13%에 불과하다. 약 50%의 환자들이 재발 또는 불응성으로 진행해 2차 이상 치료제가 필요한 상황으로 알려진다.

아베오는 이외 3상 임상시험 진행 중인 두경부암 치료제 ‘피클라투주맙’ 등 3개의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인수 소식 이후 당일 주가가 전날 대비 42.37% 상승한 상태다.

LG화학 생명과학 사업부문은 자체 개발 당뇨 신약 제미글로, 인간 성장호르몬제 유트로핀, 관절염주사제 시노비안 등을 시판하고 있다. 이 밖에 통풍 신약 티굴릭소스타트, NASH(비알콜성 지방간) 치료제 등의 파이프라인과 당뇨, 백신, 의료기기 등 다양한 제품군을 확보하고 있지만 시판되는 항암제 제품군은 없다.

박송이 메리츠 증권 연구원은 “(LG화학은)이번 인수를 통해 시판 중인 항암제를 확보한 만큼 국산 신약 중 첫 FDA(미국 식품의약국) 승인을 받은 팩티브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향후 미국 시장 진출에 교두보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LG의 또 다른 계열사 LG생건도 지난 4월 미국 화장품 회사 더크렘샵(The Crème Shop)의 지분 65%를 1억 2000만 달러(약 1485억 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크렘샵은 미국 MZ세대들의 K뷰티에 대한 관심을 효과적으로 반영, 현지 감성을 적절히 배합해 ‘K뷰티와 현지 감성의 조화’ 이뤄낸 브랜드다. 기초 및 색조화장품과 뷰티 액세서리 등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며 높은 매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LG생건은 앞서 지난해 8월 하이엔드 헤어케어 브랜드 알틱 폭스(Arctic Fox)를 보유한 미국의 보인카(Boinca)를 인수하며, 진출을 본격화한 바 있다.

저작권자 © 위클리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