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 계열 공장 사망 사고…회장 사과에도 불매운동
SPC 계열 공장 사망 사고…회장 사과에도 불매운동
  • 정상훈 기자
  • 승인 2022.10.24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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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꾼들은 ‘SPC불매’…가맹점 피해 우려

[위클리서울=정상훈 기자] 파리바게뜨, 배스킨라빈스, 샤니 등을 운영하는 대형 식품기업 SPC가 계열사 공장 노동자 사망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허영인 회장의 사과가 두 차례 진행되고 재발 방지 대책도 세웠으나, 진정성 없는 반쪽짜리 사과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열악한 노동환경을 질책하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SPC불매운동’을 벌이고 있다.
 

SPL 안전사고 관련 대국민 사과
SPL 안전사고 관련 대국민 사과 ⓒ위클리서울/ SPC

허영인 회장 빈소 방문·사과에도 반응 ‘싸늘’

앞서 지난 15일 오전 SPC 계열 공장인 SPL에서 근무하던 20대 여성 직원 A씨가 업무 도중 소스 배합기에 몸이 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2인 1조 근무 시간이었으나 다른 직원 1명이 자리를 비운 사이에 사고가 난 것으로 알려졌다.

허영인 SPC 회장은 사고 다음 날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이후 다음 날인 17일 사과문을 발표하고 “사업장에서 발생한 불의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신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 분들께 깊은 애도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당시 허 회장은 “회사 생산 현장에서 고귀한 생명이 희생된 것에 대해 매우 참담하고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유가족 분들의 눈물을 닦아 드리고 슬픔을 딛고 일어서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 같은 사과문에도 회사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이번 사건에 앞서 지난 7일에도 계약직 직원이 유사한 사고로 손을 다치는 일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는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7일 있었던 유사 사고에서 관리자들은 다친 직원을 약 30분간 세워놓고 사고의 잘잘못을 따지면서 방치한 뒤 의무실로 옮겼다”며 “1주일 만에 2건의 산재사고가 발생하면서 SPC그룹의 노동안전, 노동환경, 노동인권 등의 문제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번 사고는 2인 1조로 일하는 공정이지만 당시 홀로 근무하게 방치한 점, 평소에도 앞치마가 벨트에 끼이는 일이 있었으나 개선 조치를 하지 않은 점, 하지도 않은 안전교육을 했다는 서명을 하라고 지시한 점 등에서 안전 확보 의무 위반사항”이라며 “노동부는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라 경영책임자를 엄정 수사하고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정의당 이은주 의원이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하 안전공단)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해당 사업장은 지난 2017년부터 올해 9월까지 모두 37명이 부상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 가장 많은 15명이 끼임으로 인한 사고였다.

이번 사고가 발생한 반죽 기계에도 덮개 등이 제대로 설치돼 있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럼에도 해당 공장은 안전공단으로부터 안전보건경영시스템(KOSHA-MS) 인증을 받았다. 안전공단이 ‘끼임 사고 방지 장치(인터록)’ 설치 여부를 심사하지 않고 안전 인증을 내줬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 의원실은 “안전공단이 5월 재인증 심사 당시 인터록 설치 여부 등을 심사했다면 이번 사고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동료의 사망 현장을 지켜보고도 평상시와 똑같이 작업 중인 노동자에 대해서도 상담과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누리꾼들은 ‘SPC불매’…가맹점 피해 우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면서 ‘SPC를 불매하겠다’는 목소리가 SNS를 통해 급속도로 번지고 있다. 사고 다음날에도 고용노동부가 작업 중지를 명령한 기계를 제외한 나머지 2대를 곧장 가동한 점, 허 회장 사과에 앞서 파리바게뜨가 런던에 진출했다는 보도자료를 기자들에게 배포한 점 등이 알려지며 공분을 샀다.

트위터 등에서는 ‘SPC불매’ 해시태그와 함께 파리바게뜨, 배스킨라빈스, 던킨, 쉐이크쉑, 파리크라상, 파스쿠찌, 해피포인트 등 계열사 브랜드 목록을 정리한 게시물이 공유되고 있다. 이들을 대체할 타 기업 브랜드 리스트도 함께 리트윗 되고 있다.

누리꾼들은 “이젠 아무렇지 않게 먹을 자신이 없다”, “사람이 죽어 나가는 기업은 불매를 해야한다”, “바로 공장을 가동하다니 후속 대처가 미흡했다”, “다가올 핼러윈과 크리스마스때 불매운동의 힘을 보여주겠다”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다만 이 같은 불매운동이 잘못 없는 가맹점주들에게 피해를 줄 뿐이라는 의견도 속속 나온다. 파리바게뜨 가맹점주협의회는 지난 19일 입장문을 내고 “‘피 묻은 빵’, ‘목숨 갈아 넣은 빵’ 등 사고 내용과 무관한 자극적인 언어로 대중의 이목을 끌기 위한 보도를 자제해 달라”고 언론에 호소했다.

이들은 “잘못된 기업을 고발하고 개선해 나가고자 하는 언론과 시민사회 역할은 충분히 인정하고 공감하지만 불매운동을 조장하는 보도 행태는 잘못”이라며 “잘못된 기업의 행태와 경영방식을 고발해 산업현장에서 노동자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사회운동으로 유도하는 보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국민 사과·재발방지대책 발표…노조 “진정성 없어”

허 회장은 사건이 발생한 지 6일째 되는 21일, 결국 대국민 사과를 진행했다.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진행된 사과에서 그는 다시 한번 유가족에게 사과하면서 동시에 안전진단과 안전경영위원회 설치, 근무환경 개선을 약속했다.

먼저 회사는 1000억원을 투자해 안전진단을 진행한다. 전 사업장에 대해 한국안전기술협회, 대한산업안전협회 등 고용노동부로부터 지정받은 외부 안전진단 전문기관을 통해 ‘산업안전보건진단’을 즉각 실시한다.

진단 결과를 적극 반영해 안전 관련 설비를 즉시 도입하는 등 관련 투자를 확대하고 종합적인 안전관리 개선책을 수립해 실행한다는 방침이다. 안전시설 확충 및 설비 자동화 등을 위해 700억원, 작업환경 개선 및 안전 문화 형성을 위해 200억원을 투자한다.

특히 사고가 발생한 SPL은 영업이익의 50% 수준에 해당되는 100억원을 집중 투자해 같은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안전관리를 더욱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전사적으로 ‘안전경영위원회’도 설치한다. 전문성을 갖춘 사외 인사와 현장 직원이 참여하는 안전경영위원회를 구성, 산업안전보건에 대한 독립된 활동을 보장하고 안전보건조치 실행 및 관리감독을 강화한다는 취지다. 여기에 산업안전보건 전담 인력을 확충하고 관련 조직을 확대 개편한다.

아울러 노동조합과 긴밀하게 소통해 직원 작업환경을 개선하고, 육체적·정신적 건강 관리 지원 등을 통해 직원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우선적으로 이번 사고와 관련해 현장 직원들의 심리적 회복과 일상 복귀를 돕기 위해 상담 치유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허 회장은 “사고가 발생한 SPL뿐만 아니라, 저와 저희 회사 구성원들 모두가 이번 사고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있으며, 국민 여러분의 엄중한 질책과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며 “모두 제가 부족한 탓이며, 평소 직원들에게 더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제대로 전하지 못한 저의 불찰”이라고 사과했다.

사고 다음 날, 사고 장소 인근에서 작업이 진행됐다는 사실도 시인했다. 허 회장은 “이는 잘못된 일”이라며 “그 어떤 이유로도 설명될 수 없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뼈를 깎는 노력으로 안전관리 강화는 물론 인간적인 존중과 배려의 문화를 정착시켜 신뢰받는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역시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 사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파리바게뜨 노조는 대국민 사과가 끝난 직후 입장문을 내고 “SPC 그룹은 언론 앞에서의 모습과 달리, 이번 사망사고와 사망사고를 유발시킨 SPC그룹의 안전문제, 높은 노동강도 문제, 노동인권문제 등에 항의하는 시민들의 행동을 못 하게 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지속적으로 법원에 제기해 왔다”고 주장했다.

SPC 그룹 측이 본사나 매장 앞 집회, SPC그룹 및 계열사에 대한 비판표현에 대한 금지를 요구했고 1인시위 등을 할 경우 간접강제금 100만원을 집행하게 해달라고 법원에 요구했다는 것. 노조에 따르면 SPC 측이 ‘집회’, ‘1인시위’ 등을 못쓰게 해달라고 법원에 신청한 가처분만 7건이다.

노조 측은 “20일 시민들이 추모행사를 위해 양재동 SPC그룹 본사 앞에 모이자, SPC그룹 양재동 사옥 앞에서는 SPC그룹에 대한 비판표현을 이용한 1인시위, 피켓, 선전물 등을 쓸 수 없다는 고시를 직원들이 나와서 건물 벽에 부착했다”며 “허 회장의 사과와는 전혀 다른 대응”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미 회사 측은 지난 2017년 무려 5300여명의 청년 제빵기사들을 불법파견으로 고용해 낮은 임금과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일하게 한 게 밝혀져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이듬해 사회적 합의를 통해 문제해결을 약속하면서 ‘대국민 사과’를 진행한 바 있다”며 “하지만 대국민 사과까지 하며 발표한 사회적 합의는 5년이 지난 지금까지 아직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사건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6일 “사고 경위를 정확히 파악하고 구조적인 문제가 없는지 파악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일에도 “사고가 발생한 다음날 바로 공장 작업을 재개한 데에 시민들이 분노하고 있다는 기사를 봤다”며 “이윤도 좋지만, 사업주나 노동자나 서로 인간적으로 살피는 최소한의 배려는 하면서 사회가 굴러가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18일 강동석 SPL 대표이사를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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