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희은 민주노총 여성위원장

박희은 민주노총 여성위원장 ⓒ위클리서울/민주노총
박희은 민주노총 여성위원장 ⓒ위클리서울/민주노총

[위클리 서울=방석현 기자] 지난 25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국정감사의 화두는 단연 ‘여가부 폐지’였다. ‘발전적 해체’라는 김현숙 장관의 주장과는 달리 야당 의원들과 다수 여성 단체들의 의견을 종합해 보면 한국사회에서 여성이 겪는 차별이 여전하기에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같은 날 민주노총 주최로 열린 성평등 확대를 위한 정책과 전망 토론회에서도 노동현장에서 받는 여성의 성차별과 개선방안을 담은 민노총의 요구 사안들이 공개됐다. 박희은 민주노총 여성위원장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노동현장에서 받는 여성 성차별이 여전한가?
안타깝지만 그렇다고 생각한다. 우선 전 고용 과정에서 성평등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노동현장에서 성차별적인 고용관행은 결과적으로 여성의 승진 배제와 임금격차를 낳지만, 노동자 내부에서 성별 위계를 낳는 원인도 된다. 동일한 입직 경로를 겪고 일을 해도 특정 성에 관행적인 하위 고과점수 부여, 교육과 연수 기회의 배제, 차별적 전환과 배치, 승진 누락, 상대적 저임금은 노동현장에서 가부장적 권력관계를 재생산하는 주된 원인이다. 성평등고용은 개별 노동자의 고용환경 개선과 함께 일터 민주주의를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

 

-토론회에서 모든 노동자에게 육아휴직을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고평법)을 보면 ‘육아휴직’은 성별, 고용형태, 혼인 여부에 관계없이 사용할 수 있음에도 현실에선 여전히 여성 및 정규직 노동자 중심으로 활용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2020년 일 가정 양립 실태조사」에 따르면 육아휴직제도를 활용할 수 있는 사업체라 하더라도 비정규직 근로자는 육아휴직제도의 대상이 아닌 경우가 존재한다. 제도를 활용할 수 있는 사업체 중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모두 사용할 수 있다”는 사업체는 31.9%로 2017년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비정규직이 있는 사업체 중 비정규직도 육아휴직제도를 사용할 수 있는 비율은 56%로 2019년 69.1%에 비해 감소한 상태다. 청년 남성들도 아이를 낳고 키우는 정책 방향에 대해 ‘남녀 모두 일하고 돌보는 정책’에 압도적 동의를 보여 여성과 유사한 경향을 보이고 있다. 맞돌봄에 대한 노동자들의 요구가 앞으로 더욱 강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보편적 돌봄권 조항을 통해 현 제도 수준보다 높은 소득 보전이 되도록 규정할 필요가 있다.

 

-그 밖의 기대효과가 있다면?
여성의 경력단절도 예방할 수 있다. 현장에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여성의 장기간 육아휴직 사용은 돌봄권을 보장하는 효과를 가지면서 여성의 경력 유지를 어렵게 하는 제약요인으로도 작용하고 있다. 돌봄의 부담이 주로 여성에게 있다는 성역할 고정관념을 강화하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보편적 돌봄권 확보를 통한 ‘삶에서의 돌봄 성평등 확산’과 ‘일 영역에서의 부정적 인식 완화’는 결과적으로 여성들의 돌봄 부담 완화와 경력유지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성평등 추진기구 설치도 강조하고 있는데...
여성정책연구원의 2021년 연구보고서 ‘노사관계 지원정책 특정 성별 영향 평가’에 따르면 일터에서 성평등 실현은 여성 대표의 존재 유무보다 성평등 기구의 유무가 끼치는 영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기구가 있는 경우 사업장 내 단협 체결 시 성평등 의제를 논의하는 비율이 높고 성차별과 성폭력 대응력이 높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노동조합을 넘어 사업장 내 성평등 추진기구를 설치함으로 성평등고용을 실현하도록 해야 한다. 고용평등위원회, 성평등위원회, 고용평등 상담실 등 사업장에 맞는 성평등 기구를 노사공동으로 설치하면 일상적으로 사업장 내 차별을 없애기 위한 계획을 수립하고 점검할 수 있을 것이다. 성희롱, 성폭력 대응 기구와 통합 운영도 가능할 것이다. 기구의 설치가 어려울 시 고평법상 보장된 명예 고용평등 감독관을 지정해 즉각적인 차별시정 조치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

 

-성평등 채용 및 여성고용 목표제 주장, 어떤 내용인가?
한국은 OECD 37개 회원국 중 성별 임금격차가 34.1%로, 2007년 발표 이래 부동의 1위를 한 번도 놓친 적이 없으며, 30%를 상회하는 유일한 국가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가 발표하는 ‘유리천장 지수’ 또한 최하위(29위)로 9년 연속 꼴찌다. 낮은 여성고용률(50.7%), 높은 경력단절비율(19.2%)이 성별임금격차를 줄이지 못하는 원인으로 파악된다. 여성에 대한 차별은 채용 이후 배치, 임금, 승진, 교육훈련, 퇴직 등 고용 전반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채용 성차별은 누적적 차별을 초래하는 첫 관문이다. 따라서 채용 단계별 성비 공개 및 채용목표제 상향 및 개선을 요구하고 싶다. 이를 통해 남성과 여성의 합격률 차이가 확인돼 ‘현저한’차이가 발생할 경우 그 자체로 간접차별 여부의 확인을 위한 인권위원회 진정 등을 통해 채용 성차별 관행을 개선할 수 있다고 본다.

 

-상위 직급으로 갈수록 낮은 여성 비율과 임금격차가 개선되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면? 
직접적인 승진 및 임금 차별뿐만 아니라, 입직에서부터 시작되는 배치, 직무 경험, 주요 핵심부서 배치의 성별 차이, 훈련 및 교육기회의 부족이 연계적으로 이어져 발생함에 따라 누적된 것이다. 여성노동자 개인의 문제가 아닌 구조적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이밖에 노동현장에서의 성차별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범정부 차원의 ‘적극적 조치’가 필요하다. 남녀평등을 효과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사회참여 기회나 대우에 있어 열세에 있는 특정성을 잠정적으로 우대해 적극적으로 차별을 개선하는 조치다. 남녀 차별을 금지하거나 기회의 평등을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오랫동안 고정관념과 편견이나 사회구조적으로 이뤄진 차별로 인해 발생된 남녀 간의 현저한 지위상의 차이나 특정성의 과소 대표성을 해소하기 어렵다. 실질적 평등을 효과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잠정적으로 고용의 기회나 대우 등에 있어 사회적 소수자를 우대하는 조치가 필요한데 우선 누적된 차별을 시정하기 위해 국가에 의한 적극적 개입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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