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무의 풀어쓰는 다산이야기]

박석무 ⓒ위클리서울

[위클리서울=박석무] 다산의 『목민심서』는 우리 민족의 자랑스러운 고전입니다. 방대한 48권(원문)의 저서로 12편에 편마다 6개 항목을 배치하여 체계적이고 논리정연한 72항목으로 구성된 책입니다. 당시의 목민관인 지방의 수령들은 그 권한이 막대하여 입법?사법?행정의 3권을 행사할 수 있는 작은 나라의 제후와 같은 권한을 지녔다고 다산이 말했습니다. 그런 권한을 바르고 옳게만 사용한다면 훌륭한 치적을 남겨 백성들이 살만한 세상에서 잘 살아가는 편안함을 누릴 수 있지만, 그 막중한 권한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면 백성들은 질고에 빠지고 끝내는 나라까지 망하기에 이르는 불행을 당하기도 합니다.

나라다운 나라가 되고 인간답게 살아가는 세상이 오기를 그렇게도 바라던 다산이었기에, 12편의 하나로 ‘애민(愛民)편’을 두어 사람을 사랑해야만 한다면서, 거기서 말하는 ‘사람’이란 일반 사람이 아니라 세상에서 제일 불쌍하고 가난하여 질병에 허덕이던 사회?경제적 약자들을 뜻한다고 여겨, 그들에 대한 한없는 사랑을 베풀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200년 전에 복지사회의 실현을 주장한 다산의 뜻은 참으로 훌륭하고 선진적인 입장이었음이 분명합니다. 노인?유아?병자나 장애인?사람이 죽은 집안?궁인(窮人)?재난을 당한 집안 등을 유독 사랑하여 보살펴 주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애민편에 수록하지 못한 불쌍한 사람들이 또 있다면서, 형전(刑典)에 ‘휼수(恤囚)’ 항목을 두어 죄수들이나 유배사는 불행한 사람들을 지극한 뜻으로 보살피고 돌봐주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죄수들이 당하는 5개의 고통을 열거하여 그런 고통을 해결해 주어야만 참다운 목민관이라고 했습니다. 형틀에 매어있는 고통, 간수들이 행하는 토색질, 옥안에서 앓는 질병, 춥고 배고픈 고통, 수사나 재판의 지연에서 오는 고통, 이런 다섯 가지의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야만 죄수들이 사람답게 수인생활을 할 수 있다고 여겼습니다. 참으로 인도주의 정신이 철철 넘치는 조치들입니다. 

죄수들보다는 조금 조건이 나으나, 죄수에 버금가게 고통을 당하는 사람은 유배사는 죄인들입니다. 이들을 돌봐주고 보살펴주는 일 또한 목민관의 큰 임무 중의 하나라고 다산은 강조했습니다. “유배 온 사람은 집을 떠나 멀리 귀양살이를 하고 있으니, 그 정상이 안타깝고 측은하다. 집과 곡식을 주어 편히 정착하게 하는 것이 목민관의 임무이다. 곤궁할 때 받은 감동은 골수에 새겨지고, 곤궁할 때의 원망 또한 골수에 새겨지는 것이다. 덕을 품고 죽으면 반드시 저승에서의 보답이 있을 것이요, 원한을 품으면 반드시 저승에서의 보복이 있을 것이다. 천지가 변화하고 추위와 더위가 교대로 옮겨지듯, 부귀한 사람이 반드시 항상 즐거움을 누리는 것이 아니요, 곤궁하고 고통받는 사람도 역시 하늘의 보살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니, 군자라면 이에 마땅히 조심조심 마음을 다해야 한다.”(恤囚) 라고 말하여 곤궁하고 고통받는 유배인들에 대한 배려야말로 군자인 목민관이 베풀어야 할 도리라고 강조했습니다.

다산은 평소에도 약자들에 대한 한없는 애정을 지니고 살았지만, 목민심서는 자신이 유배살이 하면서 쓴 글이었기 때문에 더욱 절절한 내용으로 기술했음은 당연한 일입니다. 몇 차례 민주화운동으로 감옥에 들어갔던 경험이 있는 저로서도 가장 곤궁할 때 조금이라도 온정을 베풀어주던 교도관들을 잊지 못하고 살아갑니다. 인간인 이상 인간을 학대해서는 안 됩니다. 감옥생활, 유배생활, 인간이 당하는 가장 어려운 고통의 세월, 그런 때에 그들의 아픔을 위로해주고 그들의 고통을 덜어주는 일이야말로 가장 복받을 일임을 다산에게서 배워야 합니다. <다산연구소 http://www.edasan.org/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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