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감소에 무역적자까지
美 연준, 4연속 자이언트 스텝에 나서

[위클리서울=정상훈 기자] 우리나라 경제 전반을 지탱해온 수출이 23개월 연속 증가하다 2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섰다. 무역수지는 지난 4월 이후 7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는데, 이 역시 1997년 IMF 사태 이후 최장기간에 해당한다. 정부에서는 이러한 상황에 대해 “매우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활력 제고에 총력을 다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높은 에너지 가격으로 수입 증가세가 지속되는데다가 글로벌 경제도 둔화 조짐을 보이는 상황에서 우리만 경제적 지표를 반전시키긴 어려운 실정이다. 더욱이 미국 연방준비제도에서 4연속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하면서, 고환율+고금리+고물가에 무역적자와 수출감소라는 악재까지 더해지면서 한국 경제가 크게 위축될 상황에 놓였다.
 

ⓒ위클리서울/ 디자인=이주리 기자

수출 2년 만에 마이너스…수출감소에 무역적자

지난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인 10월 우리나라 수출액은 전년 대비 5.7% 감소한 524억8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지난 2020년 11월 코로나19로 인해 직격탄을 맞은 이후 올해 9월까지 우리나라 수출은 23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왔지만, 지난달 24개월 만에 마이너스 성장했다. 반면 지난달 수입은 9.9% 늘어난 591억8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로써 10월 무역수지(수출액-수입액)는 ‘67억 달러’ 약 9조6000억원의 적자를 내면서 7개월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7개월 이상 연속 적자는 IMF 외환위기 당시인 1997년 이후 25년 만의 일이다.

수출이 줄어든 것은 효자품목인 반도체와 철강‧석유화학 등이 줄줄이 부진을 면치 못함에 따라 빚어졌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고 미국의 통화 긴축, 글로벌 경기 둔화 등이 영향을 미치면서 반도체 수출액은 전년 대비 17.4% 줄어든 92억3000만 달러에 그쳤다. 100억 달러 선이 무너진 것이다.

이외에도 컴퓨터(-37.1%), 석유화학(-25.5%), 철강(-20.8%), 가전(-22.3%), 섬유(-19.1%), 바이오헬스(-18.7%), 디스플레이(-7.9%), 무선통신기기(-5.4%), 일반기계(-3.4%), 선박(-2.6%) 등 수많은 품목에서 수출 감소가 빚어졌다.

자동차(28.5%), 석유제품(7.6%), 자동차부품(3.2%), 2차전지(16.7%) 등 4개 품목에서 수출이 늘고 자동차와 2차전지 부문에서는 역대 10월 최고실적이 나왔지만, 전체적인 수출 감소를 막기는 역부족이었다.

지역별로 보면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의 무역수지는 지난달 12억5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대중국 수출이 –15.7% 줄어들고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이 11.9% 증가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이는 중국 내 봉쇄정책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외에도 일본(-20억3000만 달러), 중동(-72억 달러), 중남미(-9억4000만 달러)에서도 적자를 기록해 한국경제가 수출감소와 무역적자라는 악재를 맞게 됐다.
 

외환 보유액, 한달새 27억 줄어…아직은 여력 있어

우리니라가 무역적자와 수출감소를 한번에 겪는 것은 문재인 정부 때인 지난 2020년 4월 코로나19가 본격화됐을 당시에도 있었지만 곧바로 흑자 전환해 ‘일시적 충격’에 그쳤다.

반면 이번에는 상황이 좀 다르다. 오히려 지금의 상황은 IMF 외환위기가 터지기 전인 1997년의 상황과 비슷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다만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많고 기업 부채구조도 탄탄하기 때문에 외환위기의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도 나온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2022년 8월말 기준으로 외환보유액이 세계 8위였지만 지난 9월말에는 9위로 한단계 하락했다. 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10월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4140억1000만 달러로, 한달 사이에 27억6000만 달러 줄어들었다.

외환보유액 감소세가 나타나고는 있지만, 지난 9월 196억 6000만달러와 비교하면 감소 규모가 상당히 축소됐다는 것이 한국은행의 설명이다. 한은이 국민연금과 100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를 체결한데 따른 일시적 외환보유액 감소 효과도 일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美 연준, 4연속 자이언트 스텝…정부‧기업들 초긴장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4연속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에 나선 것은 추가적인 악영향으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미국이 또다시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한미 기준금리 격차는 다시 1.0%p까지 벌어졌다.

물론 미국이 추가적으로 자이언트 스텝에 나선다는 것은 시장에서도 예상하고 있었지만, 이미 수출 감소로 주력품목들이 악재를 맞은 상황에서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소비위축과 이자부담 확대 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에서는 “미 연준의 금리 인상이 향후 우리와 글로벌 금융시장에 미칠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그 어느때 보다도 높은 경계감을 유지하며 대응하겠다”며 “시장상황을 예의주시하겠다”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저작권자 © 위클리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