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애도가 먼저…행사 없는 연말 될까
‘이태원 참사’ 애도가 먼저…행사 없는 연말 될까
  • 정상훈 기자
  • 승인 2022.11.07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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핼러윈·블랙프라이데이·빼빼로데이까지 ‘중단’

[위클리서울=정상훈 기자] 지난달 29일 발생한 ‘이태원 참사’에 따라 재계를 비롯해 많은 기업들이 행사를 올 스톱 했다. 핼러윈데이와 블랙프라이데이, 빼빼로데이, 수능 등 많은 각종 특수를 앞두고 있었지만 피해자들을 위한 ‘애도’를 우선시하겠다는 취지다. 기업들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합동분향소 방문 및 성금 지원 등 다양한 방식으로 슬픔을 나누고 있다. 이에 다가올 빼빼로데이와 수능, 카타르 월드컵, 연말까지 차분하게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위클리서울/ 김현수 객원기자

156명 사망 ‘이태원 압사 사고’ 무슨 일?

지난달 29일 오후 10시 15분경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동 해밀튼호텔 옆 골목은 핼러윈 축제를 즐기기 위해 모인 다수의 인파가 뒤엉키며 아수라장이 됐다. 사고가 발생한 골목은 보행로 폭이 4m 안팎으로 매우 좁은 구역이었으나 갑자기 사람이 몰리며 156명이 사망하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당시 이태원에는 10만 명이 넘는 사람이 운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람 10명 정도가 깔렸다는 내용의 최초 신고가 10시 15분경 소방당국에 접수돼 출동했으나 수많은 인파로 구조작업이 지연됐다. 결국 소방당국은 밤 11시 50분에는 모든 인력과 장비를 투입하는 소방대응 최고인 3단계를 발령하고, 전국 6개 시·도소방본부 119구급차 142대 투입을 지시했다.

많은 인파와 구조 지연으로 심정지 및 호흡곤란 환자가 수백 명에 이르면서 심폐소생술(CPR) 인력도 턱없이 부족해 시민들까지 CPR 구조에 가세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사망 156명, 부상자 196명이 발생한 대형 압사 사고로 남게 됐다. 정부는 10월 30일부터 이달 5일 밤 24시까지 ‘국가 애도 기간’으로 정하고 사고가 발생한 용산구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이태원역과 서울광장 등 25개 자치구에 합동분향소가 설치됐다. 11월 5일까지 모두 11만여 명이 조문한 것으로 집계됐다. 윤석열 대통령과 오세훈 서울시장, 한덕수 국무총리,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정계 인사들도 다수 다녀갔다.
 

현재는 취소된 스타필드, 3色 ‘핼러윈 페스티벌’ 진행 사진 ⓒ위클리서울/ 신세계프라퍼티

“애도 동참”…기업들, 대형 이벤트 취소

이번 이태원 참사가 발생하자 기업들은 줄줄이 행사를 취소했다. 가장 먼저 중단된 곳은 에버랜드다. 에버랜드는 매년 대형 ‘핼러윈 축제’를 진행한다. 올해는 11월 20일까지 해골, 마녀, 호박 등의 캐릭터가 등장하는 퍼레이드를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이번 참사로 이를 일체 중단하게 됐다. 핼러윈 행사에 가장 공을 들이고 있었던 롯데월드와 개관 후 첫 핼러윈을 맞은 ‘레고랜드’도 행사를 전면 취소했다.

롯데그룹은 롯데월드몰을 비롯해 백화점과 마트, 아울렛 등에 진열한 핼러윈 관련 장식물을 모두 철거했다.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 스타필드 등 신세계 계열 오프라인 매장도 핼러윈 관련 포스터나 이미지를 전부 제거했다. 스타벅스의 경우 핼러윈 음료, 푸드 등 프로모션을 조기 중단한다고 밝혔다.

블랙프라이데이, 코리아세일페스타, 광군제 등 11월을 쇼핑 성수기로 만든 대규모 온·오프라인 행사들도 연기되거나 축소됐다.

국내 유통업계 대규모 할인 행사인 ‘코리아세일페스타(코세페)’의 경우 개막식이 취소됐다. 산업부는 당초 10월 31일 코세페 주간을 홍보하기 위해 서울 중구 명동 예술극장 앞에서 장영진 산업부 1차관과 홍보모델인 배우 차태현 등이 참석한 가운데 개막식을 열 예정이었으나 이를 취소했다. 다만 할인 행사는 예정대로 진행된다.

SSG닷컴과 G마켓은 공동 개최하기로한 ‘2022 대한민국 쓱데이’ 행사를 취소키로 했다. 할인 적용은 일부 유지되지만 쓱데이라는 이름의 대형 행사는 멈췄다. 롯데백화점, 마트, 슈퍼 e커머스, 코리아세븐, 홈쇼핑, 하이마트, 멤버스 등 롯데 유통군이 선보이는 대형 통합 마케팅 행사인 ‘롯키데이’ 역시 이태원 참사 이후 외부 마케팅 및 홍보를 최소화해 진행 중이다.

11월 특수 중 하나인 ‘빼빼로데이’도 예년보다 축소된다. 롯데제과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TV광고를 통해 빼빼로데이 마케팅을 진행 중이었지만 이를 모두 중단했다. 빼빼로는 진열하지만 평소처럼 매장 앞에 가판 매대를 깔고 화려하게 판촉행사를 벌이는 이벤트는 없어질 예정이다.

수학능력시험을 보는 수험생들을 위한 응원의 행사도 줄었다. 초콜릿과 카페, 제과 브랜드 등은 응원용 신제품 출시를 국가 애도 기간인 11월 5일 이후로 미루거나 아예 취소했다. 수능 이후 수험생을 위한 각종 할인 행사도 평소 대비 보수적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코앞으로 다가온 ‘2022 카타르 월드컵’ 응원 열기도 주춤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축구협회는 광화문광장 사용 허가 신청 취소 공문을 서울시 체육정책과 및 광장 사용 허가 관련 부서에 제출했다. 서울시와 광화문광장에서 거리 응원을 준비했으나 이태원 참사가 난 지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카타르 월드컵과 엔데믹 연말,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예정이었던 주류업계 역시 애도에 동참했다. 오비맥주는 한맥 브랜드 연계 프로모션인 ‘오피스 어택’ 진행을 잠정 보류했다. ‘부드러운 회식 문화’ 캠페인 일환으로 10개 기업과 하는 행사였다. 가수 박재범 소주로 유명한 ‘원소주’를 판매하는 원스피리츠 주식회사도 공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을 통해 카카오톡 선물하기 입점 및 모든 마케팅 활동을 잠정 보류하겠다고 밝혔다.

크리스마스와 연말 홀리데이 행사도 조촐하게 진행될 예정이다. 현대백화점은 백화점 3사 중 가장 먼저 크리스마스 단장 행사를 시작했는데, 더현대 서울에서 매일 3회씩 진행한 ‘라이트닝 쇼’를 잠정 중단했다. 롯데백화점 역시 다음 달 3일부터 서울 소공동 본점을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장식한 외관을 공개할 예정이었으나, 잠정 연기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장기간 준비한 행사지만 이태원 참사로 고통을 겪고 있는 유가족과 부상자들의 마음을 헤아리고자 행사를 취소하기로 결정했다”며 “당분간 과도한 마케팅은 자제하고 차분한 분위기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번 애도가 지나치게 장기화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올해 연말은 3년 만에 처음 맞는 ‘엔데믹 코로나’ 기간으로, 자영업자와 기업들 모두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추모 분위기를 이어가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너무 비통한 일임에는 공감하지만 국민들이 언제까지 우울함에 빠져있어야 하느냐”, “코로나19때 방역이라는 이름 아래 많은 자영업자들이 피해를 본 만큼 애도 기간이 끝나면 정상화 됐으면 한다”, “연말 느낌 내야하는데 눈치가 보인다” 등의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삼성·현대 등 ‘사회안전망 구축’ 지원 나서

재계 인사들은 이태원역과 서울광장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 방문해 애도했다. 정의선 현대차 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HD현대 권오갑 회장과 정기선 사장 등이 분향소를 찾아 조의를 표했다.

유가족을 위한 도움의 손길도 이어졌다. 아시아나항공은 이태원 참사 외국인 사망자 유가족에게 항공권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태원 참사로 사망한 외국인 사망자는 이란인 5명, 중국인 4명, 러시아인 4명, 미국인과 일본인 각각 2명, 프랑스·호주·노르웨이·오스트리아·베트남·태국·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스리랑카인 각 1명이다.

아시아나항공은 현재 운항 중인 9개국 14명의 외국인 사망자 유족에게 왕복 항공권을 지원할 방침이다. 9개국은 중국, 미국, 일본, 프랑스, 호주, 베트남, 태국,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이다.

삼성그룹은 지난 3일 공시를 통해 성금 40억원을 사단법인 전국재해구호협회에 기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서울 서초사옥을 비롯한 수원·평택·광주 등 전 사업장에 조기(弔旗)를 게양하고 한종희 대표이사 부회장과 경계현 대표이사 사장 명의로 애도 메시지를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이태원 참사 희생자 분들의 명복을 빈다. 소중한 가족과 지인을 잃은 모든 분들께도 깊은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 임직원 여러분께서는 국가 애도기간 동안 희생자 추모에 함께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지난 1일 진행됐던 이재용 회장 취임 후 첫 창립기념일도 조용히 진행됐다. 당분간 상품 프로모션 이벤트 등 마케팅 행사도 일절 열지 않겠다는 계획이다.

현대중공업그룹도 이태원 사고 관련 지원을 위해 성금 10억원을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에 기탁했다. 성금은 이달 중 전달될 예정이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갑작스러운 사고로 인해 돌아가신 분들과 큰 슬픔에 빠진 유가족들에게 애도의 뜻을 전한다”며 “이번 성금이 이태원 사고 지원 및 심리치료 및 안전교육을 포함한 사회 안전망 구축에 잘 사용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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