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영 지음/ 마음의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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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서울=이주리 기자] 기상천외한 천재들의 인생을 통해 과학의 경이로움을 느끼게 해주는 책이 나왔다. 지은이 김은영은 양자역학에 관심이 많은 과학 칼럼니스트다. LG, SK 등 대기업에서 IT 기획자로 일하다 기자를 거쳐 현재는 과학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다. 이 책은 과학과 친해지고 싶은 청소년, 일반 성인 모두에 유익한 책으로, 과학의 접근을 보다 쉽게 풀어냈다.

아인슈타인, 뉴턴, 에디슨처럼 누구나 이름만 들어도 다 아는 천재에게 사람들은 찬사를 보낸다. 이 천재들은 라이벌과 치열하게 경쟁하며 현대문명에 눈부신 발전을 가져왔다. 그런데 동경하기만 했던 이들이 시기와 질투 속에 경쟁자와 싸우기도 하며 때로는 틀리기도 하고 때로는 시비가 붙기도 했다는 사실을 아는가? 이 책은 천재들의 화려한 업적 뒤에 우리가 잘 몰랐던 그들의 인생 드라마가 펼쳐진다. 천재들의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피다 보면 과학, 수학의 기초는 물론 AI, 양자역학과 같은 심화 개념까지 쉽고 재미있게 따라갈 수 있다.

천재의 대명사로 자리 잡은 아인슈타인. 그런 아인슈타인도 틀린 적이 있었다. 그것도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씩이나 말이다. 한 번은 양자역학에서 아인슈타인과 닐스 보어가 첨예하게 맞섰다. 보어는 양자가 관측을 통해 확률로 결정된다고 주장했는데, 아인슈타인은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라며 이를 정면으로 부정했다. 결과는? 학계는 보어의 확률 결정론에 손을 들어줬다.

우주의 탄생을 두고도 아인슈타인이 틀렸다. 아인슈타인은 우주가 팽창하지도 수축하지도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조르주 르메트르가 우주는 원시 원자들의 폭발로 시작해 팽창하고 있다는 빅뱅 이론을 발표했다. 당시 학계의 권위자인 아인슈타인과 정반대 주장이라서 과학계와 종교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후 에드윈 허블이 멀리 떨어진 은하일수록 더 빠르게 멀어진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우주의 팽창을 뒷받침하는 다른 증거도 속속들이 밝혀지면서 빅뱅 이론이 인정받게 되었다. 아인슈타인의 정적 우주론이 틀린 것이다.

오늘날 많은 수험생을 괴롭히는 미적분은 누가 만들었을까? 17세기 유럽에서 ‘미적분 원조 논란’이 일었던 적이 있다. 뉴턴은 흑사병이 유행하던 시절 집에서 홀로 연구하던 중 미적분의 개념을 만들었다. 하지만 당시 뉴턴은 이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나머지 따로 정리해서 발표하진 않았다. 그로부터 약 십여 년 후, 라이프니츠가 미적분을 정리하여 책으로 냈다.

이를 두고 영국인 수학자 존 월리스가 “독일인 라이프니츠가 뉴턴의 업적을 가로채고 있다”라고 주장하면서 논란에 불이 붙었다. 제자들의 자존심 대결이 되면서 싸움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무려 100년이 넘도록 논쟁이 계속되었다.

이 원조 논란의 승자는 누구일까? 오늘날에는 다행히도 뉴턴과 라이프니츠 모두 창시자로 인정받으며 논쟁은 평화롭게 종결되었다. 미적분의 원조를 두고 역사적으로 오랜 시간에 걸친 신경전이 있었다니 흥미로운 사실이 아닐 수 없다.

1천 종이 넘는 특허를 내며 인류 문명의 발전을 이끌었던 천재 발명가 에디슨. 테슬라는 그런 에디슨의 발명품 중 직류 모터에 의구심을 품고 그에 맞서 교류전류 전송방식을 개발하여 특허를 따낸다. 1893년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세계박람회에서 테슬라의 교류전송방식의 형광등이 채택되며 전류 전쟁의 승리는 테슬라에게 돌아갔다.

테슬라의 교류전기 시스템에 끝까지 반발했던 에디슨의 비열한 면모가 있다. 테슬라는 많은 법률 송사에 휘말려 불우한 말년을 보냈는데, 에디슨의 고소도 이에 한몫했던 것이다. 오랜 시간 에디슨의 명성에 가려 테슬라의 비화가 묻혀있던 것이 안타깝던 와중, 최근 들어 테슬라의 이름이 일론 머스크가 세운 ‘테슬라 모터스’의 흥행과 함께 다시 알려지고 있다. 이와 함께 테슬라의 업적이 재조명되어 다행이라고 할 수 있다.

에디슨과 테슬라가 불꽃 튀는 전류 전쟁을 벌이는 동안 전기 기술이 빠르게 발전했다. 덕분에 우리는 각종 전자 제품과 뗄 수 없는 일상을 보내며 그 어느 때보다 편리한 세상에서 살고 있다.

이렇듯 유명한 과학자들과, 그들보다 이름이 덜 알려졌어도 못지않은 천재성으로 경쟁했던 인재들의 흥미진진한 대결을 구경하다 보면 과학 발전의 역사가 차곡차곡 쌓여 자연스럽게 오늘날의 모습에 이른다. 천재들의 싸움을 재미있게 읽다가 인물의 정보뿐만 아니라 과학 이론과 역사 상식도 한 번에 알게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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