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규제 해제

[위클리서울=정상훈 기자] 최근 수도권 등을 중심으로 집값이 급락하고 거래 감소에 미분양까지 속출하는 등 부동산 시장 전반에 경기침체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우자, 정부가 경제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서울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한 전지역의 부동산 규제를 과감하게 풀어버렸다.
취임초만 해도 ‘집값 안정’에 방점이 찍혀있던 부동산 정책이었지만 금리상승 등의 여파로 부동산 시장 침체로 인한 경제위기 우려가 커지자, 경착륙을 막고 연착륙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선회한 모양새다.
시장에서는 정부에서 규제를 푼 것에 대해서는 환영하는 분위기지만, 워낙 금리가 높은 현 상황에서 단순히 규제완화 만으로는 부동산 경기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주를 이루고 있다.

 

ⓒ위클리서울/ 김현수 객원기자

집값 급락에 미분양까지…부동산 경착륙 막아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부동산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을 확고히 하면서도 중장기 수급 안정 및 서민·실수요자를 두텁게 보호하기 위한 맞춤형 대응 방안을 추진하고자 한다”며 부동산 규제를 과감히 해제한다고 밝혔다.

과거 문재인 정부 당시 과도하게 상승했던 주택가격의 일정 부분 하향 조정은 불가피하지만, 가파른 금리 인상 추세와 결합한 급격한 시장 냉각 가능성은 경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최근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는 ‘실수요자’들을 위해서라도 이들의 내집 마련을 막는 규제는 전면적으로 완화한다는 방침이다.

정부가 이같은 결정에 나선 배경은 최근 국내 부동산 시장이 역대 최대 하락폭을 보이는 등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같은날 한국부동산원 조사에 따르면, 이번주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주 대비 0.38% 하락했다. 이는 24주 연속 하락세로, 지난 2012년 5월 부동산원이 시세조사를 시작한 이후 주간 기준으로 가장 큰폭으로 떨어진 수치다. 전국 기준으로는 0.39%, 수도권 기준으로는 0.47% 하락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인천‧대구‧울산‧대전 등 지방 곳곳에서 미분양 아파트가 속출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 미분양 주택은 지난해 12월 1만7710가구에서 올해 8월 3만2722가구로 84.8%나 급증했다.

이미 레고랜드 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공포가 시장 전반으로 번지고 있는 상황에서 미분양이 쌓이는 것은 건설사들의 자금회수 지연으로 이어져 자칫 재무상황 악화의 우려가 있다. 자칫하면 건설사들이 줄줄이 도산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어 정부로서는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위클리서울/ 김현수 객원기자

규제지역 해제, 대출 완화, PF보증 지원 확대키로

10일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 규제완화는 크게 규제지역 해제, 대출규제 완화, 프로젝트펀드(PF) 보증 지원 확대 등으로 나뉜다.

우선 규제지역 해제를 보면, 정부는 ▲수원 ▲안양 ▲안산단원 ▲구리 ▲군포 ▲의왕 ▲용인수지·기흥 ▲동탄2 등 경기도 9곳을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했다.

조정대상지역 규제도 풀렸다. 서울‧과천‧성남‧하남‧광명 등만 제외하고 나머지 경기도 22곳과 인천 전체지역, 세종 등 31곳이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됐다.

규제지역 해제로 세금부담이나 청약‧대출 등 다양한 규제들이 풀리는 만큼, 수요가 되살아날 가능성이 있다. 현재 정부에서는 규제완화를 통해 거래절벽 상태의 지금 상황을 해소하고 집값 급락을 막아 부동산 경착륙 대신 연착륙을 유도하겠다는 전략이다.

내년 초로 예정됐던 규제지역 무주택자 주택담보대출비율(LTV) 50% 일원화나, 투기과열지구 내 15억원 초과 아파트 주택담보대출 허용 등의 조치도 앞당겨서 당장 다음달부터 시행된다.

LTV는 10%p 완화돼 9억원 이하 주택은 50%, 9억원 초과 주택은 30%가 적용된다. 규제지역 내 서민이나 실수요자의 경우, LTV 우대대출 한도도 4억원에서 6억원까지 늘린다.

청약에서도 무순위 청약은 거주지역 요건을 폐지하기로 했으며, 예비당첨자 범위도 세대수의 40% 이상에서 500% 이상으로 크게 늘렸다. 청약 재당첨 기한도 기존 10년에서 7년으로 줄어든다. 미분양이 속출하는 현 상황에서 청약 제한을 풀어 추가유입을 꾀한다는 방침이다.

수요자 뿐만 아니라 공급자인 건설업계를 위한 대책도 나왔다. 정부는 최근 레고랜드 발 자금시장 경색 등의 여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설사들을 위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 5조원 규모의 ‘미분양 주택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보증 상품’을 신설키로 했다.

기존 중소형 사업장 대상 PF 대출보증은 총 15조원까지 규모를 늘리고 요건 역시도 완화하기로 했다.
 

ⓒ위클리서울/ 이주리 기자

규제 풀린 지역, 일제히 환영…고금리는 여전히 변수

정부의 이번 조치에 부동산 시장은 적극 환영하는 분위기다. 문재인 정부 당시 부동산 시장 과열로 각종 규제에 발목잡혔던 지역들에서는 “침체된 부동산 경기가 어느 정도 되살아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이처럼 규제를 대폭 푼다고 하더라도 당장 부동산 시장 상황에 큰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도 주를 이루고 있다.

현재 금리가 너무나도 높은 상황인데다가 미 연준의 빅스텝으로 국내 역시도 추가적인 금리인상이 불가피한 만큼, 대다수 실수요자들이 대출을 받아 집을 구매하는 것에 대해 소극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아파트 가격 상승까진 당장 기대할 수 없어도, 지금 현재의 급락 상황은 막을수 있을지도 모른다며 내년초중반 금리가 안정되면 다시 아파트가격이 상승할 것이고 전세가 역시 회복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저작권자 © 위클리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