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우유 다 오른다…물가 고공행진
라면·우유 다 오른다…물가 고공행진
  • 정상훈 기자
  • 승인 2022.11.14 1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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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공식품 물가 9.5%↑…13년 만에 ‘최대치’
물가 수준 높고 수출 부진 “경기 둔화 우려”

[위클리서울=정상훈 기자] 고물가·고환율·고금리를 의미하는 ‘3高(고)’ 시대, 식품 가격도 줄줄이 인상되고 있다. 원재료를 비롯해 포장, 물류비, 인건비 등 전반적인 영업비용이 모두 상승하며 그에 따른 부담이 오롯이 소비자가격에 반영되고 있다.
정부와 기업들이 물가 상승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대외적으로 글로벌 인플레이션 및 수출 부진에 따라 국내 경기 둔화 우려는 지속되는 상황이다.

 

ⓒ위클리서울/ 디자인=이주리 기자

가공식품 물가…13년 만에 최고치 상승

국내 식품 가격은 연일 상승하고 있다. 특히 지난 10월 가공식품 대부분의 가격은 1년 전보다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7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해 10월 가공식품 물가 지수는 113.18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9.5% 상승했다. 이는 2009년 5월(10.2%) 이후 최대 상승률이다. 해당 지수는 2020년을 100으로 기준 잡고 현재 물가를 환산한 값이다.

품목별로 보면 73개 품목 중 70개 품목이 전년 동월보다 올랐다. 식용유(42.8%)의 물가 상승률이 가장 높았으며, 밀가루(36.9%), 부침가루(30.8%), 국수(29.7%), 물엿(28.9%) 등의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유식(0.0%), 유산균(-2.0%), 과실주(-3.3%) 등 3개 품목만이 제자리를 유지하거나 떨어졌다.

한 달 전인 9월과 비교하면 73개 품목 중 54개 품목이 상승했다. 10개 중 7개꼴로 오른 것이다. 전월 대비로 보면 1.6% 올라 지난 3월(1.7%) 이후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특히 치즈(11.0%), 라면(8.9%), 시리얼(8.1%), 두유(8.0%), 스낵과자(8.0%) 등 가정과 식당에서 자주 찾는 식품들의 상승 폭이 가팔랐다.

가공식품 물가 급등 요인은 국제 원자재 가격이 오른 탓이다. 주요 곡물 수출국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일어나며 곡물 수출량이 급감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지난 3월 159.7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4월, 세계 최대 팜유 수출국인 인도네시아의 팜유 수출 금지 조치로 팜유 가격도 급등했다.

3~4월 급등한 원자재 가격은 현재 가공식품에 반영되고 있다. 식품 업체들이 기존에 수입해둔 원료를 소진하는 데 시간이 소요돼, 오른 원자재 가격이 국내 소비자가격에 반영되는 데는 3~6개월이 걸린다.

가공식품 가격은 향후 전반적인 물가 상승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실제 가공식품이 전체 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친 ‘기여도’는 지난 1월 0.36%p에서 10월 0.83%p로 확대됐다. 반면, 석유류 기여도는 지난 1월 0.66%p에서 10월 0.42%p로 줄었다. 10월을 기점으로 가공식품값이 기름값보다 물가 상승에 더 큰 기여를 했다는 의미다.

식재료와 먹거리, 생필품 가격도 대폭 상승했다. 한국물가협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1월 9일 서울 기준 밀가루(CJ 백설 중력분 1kg) 가격은 1봉당 1900원으로 1년 전(11월 10일)보다 37.7% 올랐다.

혼합 조미료(33.8%), 두부(25.0%), 소금(15.5%), 분유(14.2%), 햄(12.5%), 설탕(11.2%), 고추장(9.7%), 참기름(9.4%), 커피(7.8%) 등 주요 가공식품 가격도 일제히 상승했다. 오징어(110.6%), 무(96.6%), 당근(60.4%), 감자(30.5%), 양파(24.8%), 토마토(13.1%), 김(15.5%), 조기(12.8%) 등 채소와 수산물 가격도 올랐다.

생필품도 급등했다. 화장지(유한킴벌리, 크리넥스 데코소프트 30롤×30m) 가격은 1년 전보다 55.3% 올랐다. 또 세탁세제(23.3%), 샴푸(20.2%), 주방세제(18.7%), 치약(10.3%)도 10% 넘게 상승했다.
 

식품업계 줄줄이 ‘가격 인상’ 단행

이런 가운데 식품업계는 올 하반기 줄줄이 가격 인상을 단행하고 있다. 서민 음식인 ‘라면’은 업계가 전반적으로 가격을 올렸다. 농심과 팔도, 오뚜기 등은 9월~10월 사이 가격을 일제히 인상했다. 마지막까지 고심하던 삼양식품도 결국 지난 7일부터 ‘불닭볶음면’과 ‘삼양라면’ 등 13개 브랜드 제품 가격을 평균 9.7% 인상했다.

소비자들이 자주 찾는 식품 가격도 오르고 있다. 오리온은 2013년 이후 9년 만인 지난 9월에 ‘초코파이’, ‘포카칩’, ‘꼬북칩’ 등 16개 제품 가격을 평균 15.8% 올렸다. 팔도는 11월부터 ‘비락식혜’와 ‘뽀로로’ 등 음료 8종 출고가를 평균 7.3% 상향 조정했다.

샘표식품은 지난달 21일부터 간장 17개 제품 출고가를 평균 11.5% 인상했다. 앞서 CJ제일제당과 대상도 각각 장류 가격을 약 13% 올렸다. CJ제일제당은 9월 15일부터 가격을 인상했고 대상은 지난 10월 1일부로 인상된 가격을 적용했다.

국내 캔참치 대표 브랜드인 동원F&B의 ‘동원참치’도 12월부터 전 제품 7% 가량 가격을 올릴 예정이다. ‘동원참치 라이트스탠다드 135g’은 2650원에서 2880원으로 8.7%, ‘동원참치 라이트스탠다드 135g 4개입’은 1만980원에서 1만1480원으로 4.6% 판매가가 인상된다. 편의점을 제외한 대형마트, 슈퍼마켓, 온라인 등이다.

동원F&B 관계자는 “10월 기준 가다랑어의 어가는 전년 동기 약 30%, 주요 부재료인 카놀라유와 대두유 역시 고환율 여파로 전년 대비 각각 44.5%, 59.0% 상승하는 등 역대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며 “계속된 원자재 가격, 물류비 상승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를 감내하기 어려워 불가피하게 가격 인상을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낙농가와 유업계가 올해 원유 기본가격을 내년부터 리터(L)당 49원 올리는 데 합의하면서, 유제품과 우유를 원료로 하는 가공식품이 함께 상승하는 ‘밀크플레이션’ 우려도 확산되고 있다. 49원은 지난 2013년 원유 가격 연동제 시행으로 106원(12.7%) 인상된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이다.

이에 서울우유협동조합은 오는 11월 17일부터 우유 제품 가격을 평균 6% 인상하기로 했다. 대형마트 기준으로 2710원이었던 1000ml 우유 가격은 2800원 후반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매일유업도 17일부터 흰 우유 900ml 가격을 2610원에서 9.6% 올린 2860원으로, 남양유업도 2650원에서 2880원으로 8.67% 인상한다.

빙그레는 대표 제품인 ‘바나나맛우유’를 비롯한 유제품 가격을 인상한다. 각 유통채널과 협의를 거쳐 이달 중순 이후 단계적으로 올릴 방침이다. 바나나맛우유(240ml)는 편의점 가격 기준 기존 1500원에서 1700원으로 13.3%(200원), 유통채널에서 판매되는 ‘굿모닝우유(900ml)’ 가격은 8%, ‘요플레 오리지널’은 16% 오를 예정이다.

다만 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49원 오른 원유가격만이 우윳값 인상 요인은 아니라고 진단했다. 업계 관계자는 “원유가격 인상과 함께 설탕, 커피, 포장재 등 원부자재 가격과 에너지 비용, 물류 비용, 환율 등이 지속적으로 상승해 제조원가 급등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물가는 상승, 수출은 주춤…“경기 둔화 우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는 한국 경제에 대해 6개월 연속으로 “경기 둔화가 우려된다”고 진단했다. 물가 상승률이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는 데다 수출도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1일 공개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11월호’에서 최근 한국 경제에 대해 “대외요인 등으로 높은 수준의 물가가 지속되고 경제 심리도 영향을 받는 가운데 수출이 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등 경기 둔화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 6월 경기둔화 우려를 언급한 이후 6개월 연속으로 비슷한 진단을 내놓고 있다.

실제 10월 수출은 1년 전보다 5.7% 감소한 524억8000만달러를 기록했다. 23개월 연속 증가하다가 2년 만에 감소로 전환한 상황이다. 11월 1~10일 수출액(통관 기준 잠정치)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 감소한 177억500만달러다.

공공요금과 가공식품 가격을 포함한 소비자물가는 10월 기준 1년 전보다 5.7% 상승해 9월(5.6%)보다 상승 폭이 커졌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는 “대외적으로는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는 가운데 주요국의 금리 인상 기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및 중국 봉쇄 조치 영향 등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과 세계 경제의 하방 위험이 지속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물가와 민생 경제 안정을 위해 총력 대응하면서 수출·투자 활력 제고와 대내외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구조 개혁 노력도 가속하겠다”고 강조했다.

가공식품 가격에 대해서는 “가격 인상 최소화 등 장바구니 물가 안정에 정책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면서 “식품 원료에 할당관세를 적용하고 분야별로 업계 간담회 등 협의를 지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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