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및 영화 속 전염병과 코로나19] 드라마 '다크홀'(DARK HOLE, 2021)

[위클리서울=김은영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전 세계가 고통 받고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전염병과의 싸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렇다면 인문학에서 전염병을 어떻게 다루었고, 지금의 코로나19를 살아가는 현재에 돌아볼 것은 무엇인지 시리즈로 연재한다.

 

ⓒ위클리서울/ 김현수 객원기자

어느 지방 소도시. 이곳은 석유화학공장 단지가 대단지로 들어서 있는 곳이다. 그런데 공장단지가 가동되면서 마을에는 변화가 생겼다. 가장 큰 변화는 지반이 붕괴되는 씽크홀이 인근 숲 속에 생긴 것이다. 숲 속은 마을 사람들이 자주 드나드는 곳이다. 약초나 나물 등을 수집하는 사람들이 많다. 어느 날 싱크홀 안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른다. 처음에는 별생각 없이 씽크홀을 지나던 사람들이 검은 연기를 마시고는 이상한 행동을 하기 시작한다. 전염병처럼 검은 연기는 마을 사람들의 호흡기로 타고 들어왔고 점점 많은 사람들에게 이상 증세가 일어나기 시작한다. OCN에서 지난 21년에 방영했던 미니시리즈 ‘다크홀(DARK HOLE, 2021)’은 어느 날 무언가에 감염되어 변종 인간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린 드라마다. 이러한 아포칼립스(apocalypse, 세상의 종말) 상황에 놓이게 되면 사람들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인간성을 잃은 어머니, 혹은 아들을 죽어야 할까?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며 죽을 것인가? 아니면 변종 인간이 되어서라도 살아남을 것인가? 드라마는 일상이 파괴된 시점에서 세상의 파멸을 앞두고 우리에게 질문한다.
 

드라마 '다크홀' ⓒ위클리서울/ OCN

어느 날 갑자기 피어오른 검은 연기, 세상은 아비규환으로 변했다

바이러스는 감염 경로가 있다. 이번 코로나19 팬데믹에서의 코로나 바이러스(2019-nCoV)는 타인의 비말에 의해 바이러스가 몸 안에 침투하게 되어 증상을 발현시킨다. 감염자의 기침이나 재채기를 통해 쉽게 전염되며 신체 접촉을 통해서도 옮을 수 있다. 바이러스는 가장 먼저 호흡기를 공략한다. 목이 아프고 가래, 기침에 이어 폐 통증까지 일으키기도 한다. ‘다크홀’에서 검은 연기를 들이마신 사람들은 먼저 눈에 검은 연기가 서리고 자신에게 가장 트라우라로 남았던 기억이 회상되며 극심한 공포감을 느껴 경기를 일으키게 된다. 흡사 발작하는 모습을 보인다. 상태가 심화되면 얼굴 반쪽이 이미 검게 변하고 환각 상태에 빠져 폭력적인 성향을 보이거나 스스로 공포감에 자멸하기도 한다. 드라마는 두 남녀 주인공이 끌어간다. 여주인공인 이화선(김옥빈 분)은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형사다. 그녀의 남편은 얼마 전 살해당했다. 화선의 남편을 살해한 범인은 이수연이라는 여성이다. 화선은 이수연을 붙잡으려 한다. 한편 유태한(이준혁 분)은 한 지방 소도시에서 견인차 회사를 운영 중이다. 그는 전직 경찰이다. 이들이 서로 만나게 된 한 사건이 벌어진다. 산을 누비던 한 약초꾼이 산에서 발견한 청록색 빛깔의 덩어리가 문제의 화근이었다. 그 덩어리를 깨뜨리게 되자 그 사이로 검은 연기가 흘러나온다. 약초꾼이 얼결에 숨을 들이마시자 검은 연기가 약초꾼의 코로 들어가게 된다. 그러자 갑자기 약초꾼의 눈동자가 검게 변하며 이상한 행동을 한다. 약초꾼의 눈에는 환각이 보인다. 과거 자신을 괴롭히던 친구들과 평소 자신을 무시한다고 생각했던 아내의 얼굴이 보인 것이다. 그 길로 그는 집으로 달려가 아내를 죽인다. 또 다른 남성도 갑자기 약초꾼과 같은 증세를 보이며 사람들을 공격하기 시작한다. 점점 이러한 사람들이 늘어나자 이화선과 유태한은 이 사건에서 공통점을 발견하며 사건을 수사하기 시작한다. 모두 검은 연기와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제는 이러한 이상한 증세를 보이는 사람들이 한두 명이 아니다. 심지어 이들은 차에 치였는데도 전혀 상처를 입지 않는다. 병원으로 데리고 가니 의사를 물어뜯고 달아나기까지 한다. 이처럼 감염된 사람들은 미친 듯이 폭주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치료 방법은 없다. 왜 이렇게 되었는지 조차 가늠하기 어렵다.
 

드라마 '다크홀' ⓒ위클리서울/ OCN
드라마 '다크홀' ⓒ위클리서울/ OCN

감정이 있는 괴물, 다시 사람으로는 돌아갈 수 없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상한 증세를 보이자 또 다른 문제가 나타난다. 바로 진실을 똑바로 보지 않고 이상한 곳에서 마음의 안정을 찾으려는 사람들이 사이비 종교에 빠져들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우리도 수많은 가짜 뉴스에 시달려야 했다. 신천지라는 종교 문제가 터지기도 했다. 어떤 교회에서는 입안에 소금물을 뿌리면 코로나가 사라질 것이라며 단체로 소금물을 뿌리다가 집단 감염이 되어 사회적으로 지탄받기도 했다. 영국에서는 코로나 19가 5G 통신을 타고 감염된다는 가짜 뉴스로 인해 무선 기지국이 불타올랐다. 이러한 현상은 유럽 각 지역과 호수, 미국, 캐나다에서도 연달아 일어났다.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생각되는 일이지만 우리가 처음 겪는 바이러스 팬데믹의 결과는 이렇게 비상식적인 결과를 낳았다. 드라마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진다. 사람들은 패닉 상태가 되고 어떻게든 이 상황을 벗어나고 싶어 했다. 그럴듯한 이야기로 사람들을 현혹시키는 이들이 등장하자 사람들은 사실을 직시하지 않고 외면하며 그저 이들의 말에 의지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무엇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아직 잘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보니 사람들은 사이비 종교와 같은 무속 신앙에 더욱 빠져들었다. 무당 김선녀는 사람들에게 ‘선택을 받은 자만이 사용할 수 있는 것’이라며 표식을 주는 등 사람들을 현혹시킨다. 알고 보니 사실 검은 연기를 마신 사람들은 기생물에 의해 조종당하고 있는 것이었다. 감염자들이 자멸하기 시작하면 숙주를 조종할 수 없기 때문에 다른 숙주의 몸을 찾아가려는 신생물이 귀에서 흘러나온다. 이 존재는 검은 연기 속에서 은근히, 은밀하게 사람들의 몸속에 침투한다. 마치 바이러스와 같이 말이다. 바이러스는 DNA나 RNA를 유전체를 가지고 있는 단백질 구조의 생물이다. 바이러스는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다. 반드시 숙주 세포가 필요하다.

드라마 ‘다크홀’에서 일어나는 검은 연기의 최종 정체는 사실 알고 보니 촉수가 달린 괴생명체였지만 그 존재와 영향력은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로 사람들을 교란시키고 조종하고 결국에는 사망에 이르게 하는 부분도 같았다. 드라마 처음 나온 약초꾼이 산에서 발견한 푸른 덩어리, 그 덩어리가 깨지면서 검은 연기가 나왔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연기를 피우며 순식간에 사람 몸에 들어간 괴생명체가 있었다. 이 촉수 달린 이상한 괴생명체는 인간을 숙주로 하는 기생물이었다. 이것들이 땅속 깊은 곳에서 잠들어 있다가 싱크홀이 생기면서 사람들과 접촉하면서 문제가 벌어진 것이다. 이는 빙하 속 잠들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수많은 바이러스와 같은 존재일 수도 있다. 빙하 속 바이러스는 인간이 단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고대 바이러스들이 존재한다. 기온이 1도씩 올라가면서 빙하는 녹고 빙하 속 바이러스도 깨어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처럼 드라마의 설정은 괴생물로 했지만 이를 바이러스로 치환해도 전혀 무리가 없을 정도로 이들의 성격은 비슷하다. 사람들이 검은 연기를 마시며 이성을 잃어버리면서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곳은 병원이다. 이상한 증세를 보인 사람들을 병원으로 데리고 갔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들은 죽지도 않는다. 하지만 보통 좀비와는 또 다르다. 인간과 같은 감정이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수많은 감염자들이 발생한 세계는 아비규환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보류되었던 이태원 핼로윈 행사에 수천명의 인파가 ‘노 마스크 상태’로 몰렸다고 한다. 이제 우리는 정말 일상으로 돌아온 것일까? 그 대답은 ‘아직’이다. 우리는 언제든지 드라마 속 상황과 같은 현실로 돌아갈 수 있다. 술과 파티를 즐기는 인간들을 비웃듯 지금도 변종 바이러스는 계속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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