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남북 관계’, 탈출구 있을까
얼어붙은 ‘남북 관계’, 탈출구 있을까
  • 이주리 기자
  • 승인 2022.11.25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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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한랭전선’

[위클리서울=이주리 기자] 남북 관계가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 북한 김여정 부부장이 최근 발표한 거친 비난 담화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서울'을 언급한 대목이다. 김 부부장은 "문재인이 앉아 해먹을 때에는 적어도 서울이 우리의 과녁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다시 말하면 윤석열 정부로 바뀐 뒤 '서울'이 북한의 과녁으로 바뀌었다는 얘기다. 남한의 전·현직 대통령을 비교하며 남남갈등을 교묘하게 조장하는 한편 수도 '서울'에 대한 군사적 타격 가능성을 환기시켜 위협을 배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윤석열 정부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분위기다. 연말을 앞두고 경색되고 있는 남북관계를 살펴봤다.

 

ⓒ위클리서울/ 김현수 객원기자(평양사진공동취재단)

북한이 다시 한 번 ‘서울’을 언급했다.

북한은 과거 수세적 입장에서 남측을 향해 고강도 압박을 할 때 서울을 공격대상으로 언급하며 긴장 수위를 높인 적이 많다.

지난 1994년 3월 19일 남북 정상회담 특사교환 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8차 실무접촉에서 박영수 북측 대표는 "여기서 서울은 멀지 않다. 전쟁이 일어나면 불바다가 되고 말 것"이라고 말해 파문을 일으켰다. 당시는 제1차 북핵 위기가 점차 고조되는 상황이었다.

북한은 또 지난 2020년 6월 16일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한 다음 날 조선중앙통신 논평을 통해 "입 건사를 잘못하면 그에 상응하여 이제는 삭막하게 잊혀져가던 '서울 불바다' 설이 다시 떠오를 수도 있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당시는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을 명분으로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책임까지 남측에 돌리는 대적투쟁의 필요성이 북한 내부적으로 제기되던 시점이었다.

그러나 김여정의 이번 '서울 과녁' 발언은 지난 9월 핵 무력 정책 법제화 등 핵 선제 사용 가능성을 반복적으로 강조하는 상황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 하다. 김여정 부부장이 이번 담화에서 집중적으로 거론한 것은 대북제재 문제였다.

결국 핵 사용 위협으로 대북제재의 무산을 압박한 것이다. 북한이 핵 사용을 위협해 다른 현안을 압박하는 일이 앞으로 계속될 것임을 보여준다.
 

ⓒ위클리서울/ 김현수 객원기자
대북전단 ⓒ위클리서울/ 김현수 객원기자

‘사이버 제재’ 가능성

김 부부장은 남한의 외교부가 "추가적인 독자제재 조치도 검토하고 있다는 나발을 불어댔다"고 한 뒤 "미국이 대조선 독자제재를 운운하기 바쁘게 토 하나 빼놓지 않고 졸졸 따라 외우는 남조선 것들의 역겨운 추태를 보니 갈 데 없는 미국의 '충견'이고 졸개라는 것이 더욱 명백해진다"고 말했다.

김 부부장은 또 유엔 안보리가 북한의 화성 17형 발사를 논의한 공개회의에 대해 '명백한 이중기준'이라며, "자위권 행사를 시비질하는데 대해 끝까지 초강경 대응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최선희 외무상이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사무총장을 "미국의 허수아비"라고 비난한 것도 큰 틀에서 대북제재와 관련된 것으로 분석된다. 김여정과 최선희의 담화 등 최근 일주일 사이에 나온 세 차례의 담화가 모두 대북제재와 관련됐다.

김 부부장은 "앞으로 백번이고 천 번이고 실컷 해보라"고 했지만, 이처럼 감정을 마구 드러내는 거친 담화는 대북제제에 대한 북한의 우려를 반증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은 "정부가 검토하는 추가 독자제재는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감행할 경우 핵·미사일 개발 자금줄로 거론되는 암호화폐 탈취 등 불법 사이버 활동을 차단하기 위한 방안"이라며 "이는 김정은 정권으로서는 곧 숨통이 틀어 막히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북한에서 대미·대남 등 대외문제를 총괄하는 김여정의 발언은 친오빠인 김정은 위원장의 평소 생각을 대변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따라서 '서울 과녁' 운운하며 도 넘는 발언을 한 김여정의 이번 담화는 암호화폐 등 대북제재에 대한 김정은의 우려를 반영하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북한은 한미연합훈련에 이어 앞으로 대북제재를 명분으로 도발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핵 무력 완성 선언 5주년이 되는 29일을 전후해서는 화성17형 ICBM 정각발사로 한미에 대한 압박 강도를 더 높일 수도 있다.

김 부부장의 발언에 앞서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22일 "북한의 도발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추가적인 독자 제재 조치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부부장의 발언은 이에 대한 맞대응으로 보인다.

통일부는 "우리 국가원수에 대해 저급한 막말로 비난하고 초보적인 예의도 갖추지 못한 것에 대해 매우 개탄스럽게 생각한다"며 "도적이 매를 드는 식으로 우리에게 책임을 전가하려는 태도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문홍식 국방부 부대변인은 "김여정의 막말 담화 내용에 대해 과연 동의할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부장이 윤석열 정부를 정조준한 것도 의도적인 것으로 해석된다. 김 부부장은 이와 관련 "국민들은 윤석열 저 천치바보들이 들어앉아 자꾸만 위태로운 상황을 만들어 가는 정권을 왜 그대로 보고만 있는지 모를 일"이라고 말했다.

김 부부장은 또 남한 정부를 향해 "천치바보", "멍텅구리", "뻔뻔스럽고 우매" 등의 표현을 동원해 조롱 조로 공격했다. 김 부부장의 이같은 막말 비난 담화로 볼 때 향후 북한은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을 한층 더 고조시킬 것으로 보인다.
 

민감한 ‘윤석열 정부’

이에 대해 통일부는 ”우리 국민에 대해 반정부 투쟁을 선동하고 체제를 흔들어 보려는 불순한 기도를 강력히 규탄하며, 이러한 시도에 우리 국민은 누구도 동조하지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북한당국에 대한 인식만 더욱 나빠질 것이라는 점을 알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북한이 우리 독자제재 검토에 이례적으로 민감히 반응한 것은 그만큼 북한의 핵개발을 단념시키려는 우리 노력이 북한 정권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7차 핵실험 등 북한의 '중대 도발'이 있을 경우, 관련 제재를 도입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유엔 안정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러시아가 국제사회 차원의 추가제재 도입에 '몽니'를 부릴 가능성이 높은 만큼, 한국·미국·일본·유럽 등 주요국들이 독자제재를 도입해 공조하는 방안을 모색할 전망이다.

임 대변인은 "우리 정부는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의 긴밀한 공조하에 대북제재를 강화함으로써 북한이 핵 개발을 단념하고 비핵화 협상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는 환경을 흔들림 없이 조성해 나갈 것"이라며 “북한이 불법적인 도발을 즉각 중단하고 한민족의 미래와 전 세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진정성을 갖고 우리 정부의 담대한 구상에 적극 호응할 것을 강력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연말을 맞아 차갑게 얼어붙고 있는 남북관계가 ‘해빙’의 움직임을 만들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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