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빌딩이 전통 재래시장이라고요?
거대한 빌딩이 전통 재래시장이라고요?
  • 김은영 기자
  • 승인 2022.11.28 12: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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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래시장 탐방] 단대 전통시장

[위클리서울=김은영 기자] 독특하다. 이런 전통 재래시장도 있다. 빌딩 전체가 재래시장인 곳. 바로 지하철 8호선 단대오거리역 2번 출구에서 수백 보 걸으면 나오는 ‘단대 전통시장’이다. 그런데 명심할 것이 있다. 전철역 2번 출구에서 인근 건물이지만 코너를 돌아야 해서 바로 보이지는 않는다. 왼쪽으로 가면 언덕길이 나온다. 등산 전문점을 끼고 비탈길을 내려오면 단대오거리 전통시장 후문이 보인다. 이렇게 가는 방법도 있지만 사실은 전철역 2번 출구에서 바로 오른쪽으로 돌아야 한다. 그러면 2분 안에 단대오거리 전통시장의 정문이 반긴다. 절대 돌아가지 말 것! 단대오거리 전통시장은 대로변의 거대한 빌딩 전체니까 말이다.

 

단대전통시장
단대전통시장 ⓒ위클리서울/ 김은영 기자
10단대오거리역 2번출구에서 만두연기에 홀려 왼쪽 언덕으로 올라가면 낭패다
단대오거리역 2번출구에서 만두연기에 홀려 왼쪽 언덕으로 올라가면 낭패다. ⓒ위클리서울/ 김은영 기자

대로변 거대한 빌딩 숲 속 빌딩 전체가 전통 시장?

성남시에는 여러 전통 재래시장이 있다. 모란 오일장은 매월 4, 9일에만 열리는 성남의 유명한 전통시장이다. 신흥역 부근에는 신흥시장이 있다. 남한산성역 부근에는 남한산성 시장과 성남은행시장이 있다. 수많은 성남의 재래시장 중 오늘의 주인공은 단대오거리 역에 위치한 단대 전통시장이다. 이곳은 매우 특이하다. 일반적으로 재래시장은 지상에 위치한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이곳은 상점가와 같이 커다란 빌딩 하나가 전통 재래시장이기 때문이다.

 

거대한 빌딩 전체가 전통시장인 단대전통시장
거대한 빌딩 전체가 전통시장인 단대전통시장 ⓒ위클리서울/ 김은영 기자

단대 전통시장은 경기도 성남시 단대동에 위치한다. 흔히들 단국대학교와 관련이 있나 생각하는데 단대 전통시장과는 무관하다. 단대오거리 역과 가장 가까운 대학은 단국대학교가 아닌 신구대학교이다. 사람들의 혼란이 가중되서 일까? 지난 2016년부터는 신구대학교가 단대오거리 역의 병기 역명으로 기재되고 있다. 단대 전통시장은 수많은 성남권 시장 중에서도 오랫동안 터를 지켜온 터줏대감이다. 벌써 37년이나 되었다고 하니 놀랍다. 거리가 아니라 빌딩 전체가 전통시장이라는 점에서는 더욱 놀랍다.

 

단대시장은 공영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어 편리하다
단대시장은 공영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어 편리하다. ⓒ위클리서울/ 김은영 기자

단대 전통시장 빌딩은 그 어느 현대식 건물에 뒤지지 않는다. 쇼핑을 편안할 수 있도록 건물 옆 1층에 별도로 마련된 공영주차장은 물론 건물 안쪽으로는 층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도록 엘리베이터가 운행된다. 화장실도 깔끔하니 시설현대화를 위해 여러 군데 신경 쓴 모습이 보인다. 단대 전통시장의 더 큰 특징은 2~4대에 걸친 명인들의 상점이 포진해있다는 점이다. 그래서인지 이곳에는 다른 시장에서는 쉽게 만나지 못하는 공예품과 한복, 의류, 장인들의 수제품들이 층층마다 들어서 있다.

단대 전통시장에는 ‘명장 마을’이라는 빨간딱지가 함께 붙어있다. 시장에 들어서면 단대 명장 마을에 대한 부가 설명서가 눈에 뜨이는 곳에 붙어있다. 시장은 지하 1층 대형 농산물 직판장을 비롯해 지상 4층까지 상점들이 즐비하다. 이중 지하 1층을 포함 지상 2층까지가 시장이다. 3층에는 스포츠센터가, 4층에는 옥상 주차장과 교회 등이 입점되어 있다.

 

단대전통시장 지하로 들어가는 입구
단대전통시장 지하로 들어가는 입구 ⓒ위클리서울/ 김은영 기자

먼저 시장 지하로 가보자. 지하 1층에는 각종 야채, 생선, 떡집, 기름집, 정육점, 쌀집, 반찬가게, 건어물, 건강식품 상점과 식당이 있다. 지상 1층에는 목기를 취급하는 대규모 목기 전문점과 고가구전문점, 공예용품 전문점, 악세사리, 화장품, 선식 등을 취급하는 상점들이 즐비하다. 여기에 다른 곳에서는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각종 취미를 도모할 수 있는 뜨개방도 있다.

2층에는 다양한 의류 전문점이 포진되어 있다. 여성복, 남성복, 유아복, 아동복 등 없는 게 없다. 침구류를 판매하는 이불집과 메리야스, 란제리를 판매하는 속옷 전문점도 2층에 있다. 2층에서 가장 눈에 들어오는 곳은 역시 한복집이다. 명장들의 손길이 한땀한땀 한복에 서려있다. 대여도 가능하기 때문에 더욱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다.

 

단대전통시장 지하에 다양한 가게들
단대전통시장 지하에 다양한 가게들 ⓒ위클리서울/ 김은영 기자
오랜 시장의 삶의 흔적을 보여주는 정겨운 상인들의 작업대
오랜 시장의 삶의 흔적을 보여주는 정겨운 상인들의 작업대 ⓒ위클리서울/ 김은영 기자

자, 이제 지하 1층부터 천천히 시장을 구경해보자. 지하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곳은 바로 떡집이다. 시장에는 두군 데 떡집이 있는데 이 두 곳 모두 2대가 이어서 떡을 만드는 ‘명인’의 집이다. 단대 떡집은 어머니의 뒤를 이어 아들이 대를 이어 손맛을 이어가고 있다. 각종 행사에 사용되는 특별한 떡은 물론 감자떡, 약식, 영양떡, 찰떡 등 손님 취향에 맞춘 다양한 떡을 맞춤으로 주문받고 전화로 배달까지 해주고 있다. 원스톱 서비스다. 모란 떡집도 빠질 수 없다. 이곳은 아들 며느리 내외와 시부모가 함께 떡집을 운영 중이다. 시아버지와 시어머니는 타지에서 40여 년간 떡집을 운영해왔다가 지난 10여 년 전부터 단대 전통시장에 자리를 잡았단다.

 

5지역주민들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대형 식자재마트
지역주민들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대형 식자재마트 ⓒ위클리서울/ 김은영 기자

시장길에 풍기는 고소한 냄새와 사람 오가는 정겨움

맛있는 냄새가 풍긴다면 그건 닭강정을 파는 가게다. 멀리서도 단대 시장의 닭강정이 맛있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올 정도로 인기가 대단하다. 닭강정이 가장 인기지만 토종닭이나 오리, 삼계탕용 닭도 동네 주민들이 많이 찾는다. 이러한 인기의 요인은 닭의 원산지가 한몫한다. 외국산이 아닌 바로 국내산이라는 마크를 달고 있기 때문이다. 치킨의 기본은 역시 후라이드다. 주인의 비법소스로 만든 양념치킨도 인기다. 지하 1층의 절반은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대형 식자재 할인마트도 있다. 바로 옆에는 건어물을 파는 상점과 반찬 가게, 정육점 등이 보인다. 정육점에는 국내산 한우, 돼지고기는 물론 직접 만든 양념 고기와 돈가스, 토종한우 사골국도 판다. 모두 다 주인의 손을 거쳐 직접 만든 ‘수제품’들이다.

 

6다양한 건어물이 한자리에
다양한 건어물이 한자리에 ⓒ위클리서울/ 김은영 기자
10김, 부각 등 입맛을 살리는 먹거리들이 풍성하다.
김, 부각 등 입맛을 살리는 먹거리들이 풍성하다. ⓒ위클리서울/ 김은영 기자

고소한 기름 냄새를 따라가다 보면 만나는 곳이 바로 전집이다. 명절이 아니더라도 전을 좀 먹고 싶을 때가 있다. 전을 하기 위해서는 각종 재료를 먼저 준비해 다듬어야 한다. 입에 들어가면 살살 녹는 동그랑땡만 해도 여간 번거로운 것이 아니다. 누가 만들어 입에 넣어주면 세상 맛있는 것이나 본인이 만들기에는 얼마나 일이 많은가. 사실 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집에서 만들어 주는 것처럼 즉석에서 바로바로 따끈따끈하게 전을 부쳐서 판매하니 조금 가격은 비싸지만 사볼 만하다. 게다가 재래시장답게 가격도 다른 곳에서 판매하는 것보다는 저렴하다.

 

7영롱한 빛깔의 태양초가 손님들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영롱한 빛깔의 태양초가 손님들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위클리서울/ 김은영 기자

즉석에서 바로 빻아주는 고춧가루와 직접 짜서 병에 담아주는 방앗간도 손님들이 지나칠 수 없는 ‘핫 플레이스’다. 1층으로 올라가면 차례상에 올릴 제기 판매점들이 눈에 띈다. 목기 전문점에는 제사상에 필요한 제기뿐만 아니라 이곳에는 각종 목기류와 돗자리, 대나무 침대 매트, 찻상, 각종 밥상까지 명인들의 손길을 타서 나무 무늬가 반짝반짝 빛난다. 상다리가 고장 났다면? 역시 이곳 명장의 손길 한 번이면 바로 고칠 수 있다. 영롱한 빛깔을 자랑하는 자게상은 또 어떤가. 음식을 올려 먹기에는 아까울 만큼 아름답다. 자게장이나 자게 보속상자 등 자게로 만든 작품들이 바삐 움직이던 이들의 발길을 잡아 끈다.

 

8지하의 국밥집_소머리국밥이 주메뉴인 식당이지만 다양한 먹거리로 풍성한 한끼를 즐길 수 있다
지하의 국밥집_소머리국밥이 주메뉴인 식당이지만 다양한 먹거리로 풍성한 한끼를 즐길 수 있다. ⓒ위클리서울/ 김은영 기자

2층으로 올라가면 또 다른 명장의 손길이 닿은 한복점이 보인다. 단대전통시장을 대표하는 또 다른 제품은 다양한 종류의 신발과 가방을 판매하는 패션잡화매장이다. 백화점이라 불릴 만큼 많은 종류의 신발과 가방을 취급한다. 층을 오가며 즐겁게 시장 구경을 하다 보면 다리도 아프고 배도 고프기 마련이다. 이럴 때는 다시 지하 1층으로 내려가 식사를 하자. 지하 1층에는 추운 날씨 뱃속을 뜨뜻하게 데워줄 소머리국밥집이 있다. 대표 메뉴는 소머리국밥이지만 홍어 사시미, 곱창볶음, 곰장어, 생선구이, 칼국수, 콩국수 등 다양한 메뉴의 한식이 준비되어 있다.

쌀쌀한 바람이 불지만 시장 구경에 잠시 쉬어갈 수 있는 1층 건물 옆 야외 공간도 단대 전통시장만의 포인트다. 아이들은 벌써 간식도 먹고 서로 장난치며 즐겁다. 아이들이 노는 사이 장난꾸러기 아이들을 데리고 온 엄마도 이곳에서 잠시 한숨을 돌린다. 사람 냄새가 나는 시장 빌딩, 단대 전통시장은 오늘처럼 내일도 다양한 사람들로 북적거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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