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을 싫어하진 않습니다만
운동을 싫어하진 않습니다만
  • 김은진 기자
  • 승인 2022.12.07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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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진의 생각하는 일상]
ⓒ위클리서울
ⓒ위클리서울/ 김은진 기자

[위클리서울=김은진 기자] 단골 미용실에 머리를 자르러 갔다가 디자이너 선생님에게 뜻밖의 말을 들었다. “머리숱이 예전보다 많아진 것 같아요. 자르는 데 한참 걸렸네요. 혹시 두피관리하세요?” 두피관리라니. 샤워 후 머리를 완전히 말리는 것도 겨우 하는 내가 그런 것을 할 리가 없다. 그런데 머리숱이 많아졌다니? 요즘 바뀐 거라고는 하나뿐이었다. “요즘 운동을 해서 그런 걸까요? 요가 하거든요.” 나는 대답하면서 생각했다. ‘운동이 몸에 좋긴 좋은가 보다. 머리숱이 많아지다니!’

나는 전형적인 내향형 인간이다. 일정 시간 집에 콕 박혀 있어야 에너지가 충전되는 사람이다. 오랜 기간 코로나로 인해 외출이 제한된 상황이 내게는 정신적으로 별 영향을 주지 않았을 정도다. 또 몸을 움직이는 것보다 머리로 생각하는 것을 좋아하는 성향이라 몸의 감각이 상당히 둔하다. 그래서 같은 육체적 활동을 했을 때 몸을 통해 느끼는 행복이 남들보다 느리게 오고 그 양도 훨씬 적은 편이다. 그러니 자꾸 더 몸을 쓰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런 나 자신의 타고난 성향을 잘 알기에 웬만한 거리는 되도록 걸어 다니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그런데 문제는 한 번 밖으로 나가는 게 어렵다는 거다. 특정 목적지 없이 문밖을 나서는 데에 늘 의지가 많이 필요하다. 게다가 이런저런 일로 바쁘다 보면 운동은 순위에서 밀리기 일쑤였다. 그래서 내게는 수업 같은 강제성이 필요하다는 것을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런데 긴 코로나 상황의 여파로 실내 체육을 하기 어려워지면서는 내게는 산책 외에 별 대안이 없었다.

그러다 올해 사회적 거리 두기가 완화되면서 구립체육센터가 다시 문을 열었다. 그곳의 여러 프로그램 중에 나는 일단 요가를 선택했다. 사실 오래전에 요가를 몇 달간 한 적이 있었다. 그때는 허리 통증 때문에 시작했는데 통증이 낫고 나서는 그만두었다. 요가 자체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저 동작을 따라 하는 데 급급했고 이완할 때는 졸리기만 했기에 요가는 내게 지루한 운동이었다. 그럼에도 요가를 다시 시작한 것은 몸의 컨디션이 나쁜 날이 이전보다 많아졌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예전과 달라진 것이 있었다. 코로나 기간 동안 생긴 팔의 통증을 치료하면서 나는 ‘몸’에 대해 많은 지식을 쌓았다. 덕분에 내 몸의 반응에 좀 더 귀를 기울일 줄 알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요가를 할 때에도 각 동작들의 의미에 관심이 생겼다. 그래서 나는 이번 기회에 다양한 요가 수업을 들어보기로 했다.

잘은 몰라도 나는 요가가 오래전부터 전해온 몸과 마음의 수련법이라고 알고 있었다. 그런데 막상 여러 요가 수업에 참여해 보니, 현실의 요가들은 내 예상과 좀 달랐다. 같은 결의 수업이라도 수업 구성이나 동작의 디테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포인트는 선생님들마다 꽤 차이가 있었다. 심지어 어떤 수업은 특정 근육을 단련하기 위한 동작을 짧은 시간 동안 집중적으로 반복하도록 했다. 이건 그냥 헬스 트레이닝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혼란에 빠진 나는 개인적으로 요가에 대해 조사해 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사실들을 많이 알게 되었다. 원래 요가는 인도에서 긴 명상을 위해 몸을 단련하는 수행의 한 과정이었다. 그런데 요가의 신체적 이점을 발견한 이들이 근대적 체육교육에 이를 접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동적 움직임에 익숙한 서양적 사고방식에 맞는 현대적 프로그램들이 만들어지면서 서양에서 요가 붐이 일어났다. 지금 흔하게 볼 수 있는 빈야사, 아쉬탕가 등 주류 요가가 바로 그런 과정에서 만들어진 요가 형식이라는 것이다.

 

ⓒ위클리서울/ 김은진 기자

요가에 대해서 알아보면서 나는 당연하면서도 잊고 있던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어떤 운동도 완벽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그 어떤 운동도 내게 필요한 몸의 건강과 재미와 마음의 안정과 정신적 수련을 모두 충족시켜 줄 수는 없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운동에는 태어난 배경이 있고 그 목적에 맞는 이점과 한계가 있다. 어떤 운동은 몸에는 좋지만 정적이어서 지루할 수도 있다. 하는 재미가 있지만 부상의 위험이 큰 운동도 있다. 근육 단련에는 도움이 되지만 관절에는 나쁘거나, 폐활량은 높여주지만 섬세한 근육 단련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운동도 있다. 문득 이전에 한 일본 의사가 건강서에서 했던 말이 생각났다. 우리 같은 일반인들은 다양한 운동을 즐길 수 있을 만큼만 하는 것이 제일 좋다는 것이다. 선수나 지도자가 될 것이 아니라면 내가 운동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운동을 나에게 맞추라는 조언이었다. 그렇다면 내 마음에 들고 내 몸이 즐거워하는 운동을 찾아서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하는 것이 제일 좋을 것이다. 여기에 생각이 미치자 나는 내가 ‘운동’이라는 말에 어떤 강박적인 느낌을 갖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운동은 건강을 위해 ‘해야만 하는’ 것이었다. 또 선생님의 지도에 내 몸을 열심히 끼워 맞춰야 하는, 여러모로 어딘지 모르게 부담스러운 것이었다. 그것이 내가 운동을 싫어하지는 않지만 자꾸만 거리를 두게 되는 이유가 아니었을까? 나는 이번 기회에 ‘운동’에 대한 나의 태도를 더 유연하게 바꿀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어떤 운동이든 나는 수년간 꾸준히 할 수도 있고 한 달 혹은 하루만 할 수도 있다. 그 운동을 2시간 할 수도 있고 10분만 할 수도 있다. 정해진 시간 동안 열심히 할 수도 있고 마음 편하게 할 수도 있다. 그런 외적인 부분은 어떤 것도 문제가 아니다. 그저 내 상황에 맞고 마음이 만족하고 내 몸이 편안해하는 지점을 찾아내는 것만이 관건일 뿐이다. 나는 이제 여기에 집중하기로 했다.

운동을 나에게 맞추려면 일단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했다. 나는 일단 지금 내 몸이 겪고 있는 문제들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다. 나는 평소 의자에 앉아 있는 시간이 길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체액 순환이 잘 안되고 여러 근육들이 짧아져있다. 또한 쉽게 몸이 긴장되는데 그 상태에서 다시 이완이 잘 안된다는 것도 문제다. 그래서 두통이 쉽게 오고 조금만 피곤해도 머리가 맑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런데 현재 내 상태를 살펴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왜 책상 앞에 앉아 있는 것을 몸을 쓰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했을까? 사실 눈을 떠서 잠이 들 때까지 몸을 쓰지 않는 순간은 거의 없다. 책상 앞에 앉아 집중할 때도 내 몸의 모든 부분이 그 작업에 맞는 형태로 변형되어 나를 지탱하고 있는데 말이다. 사실 지금 짧아진 나의 근육들은 내가 원하는 일에 맞게 쓰인 결과로 그렇게 된 것 아닌가. 문득 남자친구에게서 들은 이야기가 생각났다. 전직 운동선수였던 친구와 테니스를 칠 때 스트레칭을 대충 하면 안 된다는 충고를 들었다고 했다. 선수일 때는 매일 한 시간 이상 스트레칭을 했다고 말이다. 나는 생각했다. 만약 앉아 있는 것 또한 몸을 쓰는 것이라면 스트레칭을 제대로 하지 않은 뻣뻣한 몸으로 오래 앉아 있었을 때 그 결과가 부상과 기능 저하인 것은 당연하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몸의 특정 부분을 과도하게 쓰고 관리는 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나도 운동선수들과 같은 마음가짐으로 매일 스트레칭을 제대로 하는 것부터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자리에 오래 앉아 있어야 하는 작업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필요한 만큼의 스트레칭 시간을 확보하고 나서 추가로 다른 운동을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결국 나는 여러 요가 수업을 들어보면서 스트레칭과 몇 가지 근육 운동이 결합되어 있고 내 생활패턴에 잘 맞는 수업을 찾아냈다. 그렇게 매일 한 시간씩 요가를 하자 몸의 컨디션이 확실히 좋아졌다. 하지만 뭔가 부족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나는 예전에 검도를 하며 즐거웠던 것을 떠올렸다. 어쩌면 내게는 에너지를 바깥으로 발산하는 운동도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일주일에 두 번 케이팝 댄스 수업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신나는 음악에 맞춰 몸을 움직이다 보면 몸과 마음이 상쾌해지는 것을 느꼈다. 또 여전히 밖에 나갔을 때는 가급적 걸어 다니고 있다. 이제야 비로소 자연스럽게 운동과 함께하는 삶의 첫발을 시작한 셈이다. 물론 시간이 가면 내 몸과 라이프스타일은 또 바뀔 것이고 그러면 지금 하고 있는 운동이 맞지 않게 될 수도 있다. 그러면 그때 나는 다시 즐거운 마음으로 새로운 운동을 시도해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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