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환 대표 “월 90억 매출 이룰 것”…경영 비전 발표

[위클리서울=방석현 기자] 지난 10월 사업종료를 발표했다가 철회한 유제품 기업 푸르밀이 내년 상반기 월 매출 9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익이 나는 품목을 선별적으로 운영하고 적극적으로 OEM(주문자 상표 부착생산)을 유치해 현 구조에서 흑자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2018년부터 쌓인 누적 적자를 견디지 못하고 회사 문을 닫기로 했던 푸르밀이다. 사업종료 및 정리해고를 통보한 후 이를 철회하기까지 단 24일이 소요됐다. 임직원 30%를 감원하는 뼈아픈 구조조정으로 사업을 유지하게 된 만큼 회생 이후의 행보에 눈길이 쏠린다.
 

ⓒ위클리서울/ 김현수 객원기자
ⓒ위클리서울/ 김현수 객원기자

푸르밀 사업종료 선언부터 철회까지

푸르밀은 1978년 설립된 롯데우유를 모태로 한 기업이다. 2007년 롯데에서 분사한 후 이름을 푸르밀로 바꿨다. ‘검은콩 우유’, ‘가나초코우유’, ‘비피더스’ 등을 히트하며 승승장구해왔다. 2017년 말, 남우식 대표이사 퇴임 후 신준호 푸르밀 회장 차남인 신동환 대표이사가 취임해 오너 체제로 전환했다.

2012년엔 매출 3132억원까지 달성했던 푸르밀은 신 대표이사 취임 후인 2018년부터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2018년 15억원, 2019년 89억원, 2020년 113억원, 2021년 124억원으로 영업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됐다. 올해 들어 LG생활건강에 매각을 추진했으나 불발되기도 했다.

신동환 푸르밀 대표이사 ⓒ위클리서울/ 푸르밀]

결국 신 대표이사는 지난 10월 17일 “계속된 적자로 인해 사업을 종료하고 전 직원을 정리해고 하겠다”고 발표했다. 사업 종료 시점은 11월 30일이다. 해고 대상은 일반직과 기능직 전 사원이다. 당시 푸르밀 정직원 수는 350여명, 협력 업체 직원은 50여 명, 화물차 기사는 100여 명이다.

당시 푸르밀은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4년 이상 매출 감소와 적자가 누적돼 내부 자구노력으로 회사 자산의 담보 제공 등 특단의 대책을 찾아보았지만 현재까지 가시적인 성과가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돼 부득이하게 사업을 종료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갑작스러운 정리해고 통보에 노동조합은 ‘부당하다’며 즉각 반발했다. 노조 측은 “신준호, 신동환 부자의 비인간적이고 몰상식한 행위에 비참하고 분노를 느끼며 배신감이 든다”며 “모든 적자의 원인이 경영 무능에서 비롯됐지만 전 직원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불법적인 해고를 신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특히 신 대표가 피규어를 수집하는 등 개인 취미생활에 몰두했으며, 사업 다각화 및 신설 라인 투자 등으로 변화를 모색해야 했으나 안일한 주먹구구식 영업을 해왔다고 폭로했다. 또 회사가 적자를 보는 상황에서도 신준호 회장은 퇴직금으로 30억 원가량을 받아 갔다고 지적했다.

노조 측은 “임직원을 비롯해 협력업체, 배송기사, 농민 등 1000여명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게 된다”며 “근로기준법상 50일 전까지 정리해고 통보를 하고 노조와 성실한 협의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최소한의 절차도 진행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푸르밀에 40여년간 원유를 공급해온 직송농가도 상경 시위를 펼쳤다. 이들은 “푸르밀은 직송농가들이 보유한 원유 쿼터 전량 인수 및 손실 보상책을 즉각 마련해야한다”며 “사업종료에 따른 낙농가 피해도 보상하라”고 요구했다.

농가와의 협의 자리에 오너 일가가 모두 참석하지 않아 “낙농가를 무시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농가 관계자들은 푸르밀 본사 입구에 우유를 집어던지며 적극 항의했다.

푸르밀이 존폐 위기에 놓여있는 동안 제품을 좋아했던 소비자들은 온라인 상에서 해당 제품을 대량으로 구입하는 등 아쉬움을 드러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도 “검은콩 우유 이제 먹을 수 없는 건가요?”, “가나초코우유가 사라진다니” 등의 반응을 보였다.

사업종료 발표 이후 노조와 신 대표는 여러 차례 교섭을 진행했다. 노조는 회사 측에 사업종료가 아닌 재매각을 추진할 것을 제안해왔다. 이에 푸르밀은 재매각을 추진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가 11월10일, 사업종료 20일을 남겨놓고 극적으로 사업종료 철회를 결정했다.

푸르밀은 지난 11월 10일 신 대표와 푸르밀 임직원 일동, 노조 일동 명의로 호소문을 발표하고 “현금 유동성마저 고갈돼 회사가 더 이상 사업을 영위할 수 없겠다는 판단에까지 이르러, 지난 10월 17일 경영정상화를 위해 그동안 노력해온 직원들에게 정상적인 급여 지급이 가능한 날인 11월 30일까지만 사업을 영위할 것임을 발표하게 됐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많은 분들이 사업종료만은 막고 어려움을 최소화 해달라는 요청을 한마음으로 해주셨다”며 “이에 회사는 비상경영계획을 수립하는 한편 노조의 뼈를 깎는 희생과 도움으로 구조조정 합의에 이르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소비자 여러분께 좋지 않은 모습 보여드리게 돼 다시 한번 죄송하다”며 “회사는 창업 초심으로 돌아가 재도전하고자 하니 회사에 대한 미움을 거둬 주시고 지속적인 관심과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봐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강조했다.
 

ⓒ위클리서울/ 김현수 객원기자

새출발하는 푸르밀 “월 90억원 달성 목표”

사업종료 철회를 발표한 지 한 달만인 12월 9일 신 대표는 영등포 본사에서 전 임직원이 참석한 가운데 경영 비전을 공개했다. 그는 “현재 직면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흑자경영 달성을 경영을 위해 선택과 집중으로 사업구조를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판매 제품군을 매출 중심에서 수익성 중심으로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신 대표는 “매출 규모는 이전의 50% 수준으로 낮아질지 몰라도 이익이 나는 품목의 선별적 운영 및 적극적 OEM유치를 통해 현 구조하에 이익이 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회사의 이익구조 전환을 위해 선택과 집중으로 원가 비중이 높은 시유(원유를 살균하고 적당한 분량으로 포장하여 시중에 내놓은 우유) 등 이익이 나지 않는 품목은 과감히 중단하기로 했다. 대신 안정적 운영이 가능한 OEM 상품 유치를 확대해 흑자 구조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더불어 생존을 위한 지표로 월 매출 ‘90억 원’을 제시하고 발상의 전환을 통한 변화를 당부했다.

신 대표는 “유통점·특수처 매출을 포기하는 대신 함께 상생해 나갈 수 있는 거래처를 적극 개발하겠다”며 “이에 따른 문제점들도 많이 발생하고 있지만 생존을 위한 선택과 집중을 통해 이익구조를 만들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영업은 그동안 한 번도 달성하지 못한 매출 목표로 내년 3월에 80억 원, 6월까지 90억 원을 달성해 주시기를 당부 말씀드린다”고 덧붙였다.

또 회사를 더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현재의 ‘역 피라미드’ 인력구조를 점차 ‘정 피라미드’로 개선, 젊은 인재들을 영입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연공서열이 아닌 실적과 능력 중심의 인사정책으로 모두가 만족스러운 조직 문화를 만들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신 대표는 임직원들에게 단결과 솔선수범을 통한 마인드 개선을 당부했다. 회사가 위기 극복을 위해 우선으로 해야 할 일은 내부 단결임을 강조하고 단단한 결속을 통해 어수선한 분위기를 추스르고 다시 전진해 나가자고 했다.

신 대표는 “우리 스스로 단단히 결속돼 있지 않고 서는 눈앞에 닥친 역경을 헤쳐 나가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푸르밀 가족 모두가 열정을 가지고 혼연일체가 돼 솔선수범해 매진한다면 회사는 반드시 정상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대내외적 소통을 강화해 열린 마음으로 의견을 수렴해 나가기로 했다. 임직원 및 협력사, 대리점, 소비자 의견을 귀 기울여 듣고 마음으로 이해하는 소통으로 신뢰받는 푸르밀을 만들어 가겠다고 다짐했다.

신 대표는 “이번 일로 말미암아 내부에는 우리 임직원 여러분들을 비롯해 대외적으로는 대리점, 낙농가, 협력사, 언론, 나아가 푸르밀을 아껴 주시고 걱정해 주신 모든 고객 여러분들에 이르기까지 소통의 중요성을 새삼 느꼈다”며 “늘 열린 마음으로 이 모든 분들의 의견에 귀 기울이고 마음으로 소통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또 지난 10월 사업종료를 발표한 것에 대한 사과도 잊지 않았다.

그는 “사업종료 발표로 푸르밀 임직원 여러분들께 많은 심려를 끼쳐 드린 점 최고 경영자로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지난 일련의 사건들을 경험하며 푸르밀이라는 조직 자체가 저 혼자만의 노력으로 운영될 수 없는 유기적인 공동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직송농가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협력업체와의 화합도 중요하므로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이 관련 업무를 정말 열심히 일을 해야 이런 구조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기회는 위기랑 같이 오는 법이다. 위기 앞에 무너지면 그 뒤에 따라오는 기회를 잡을 수 없다’는 말처럼, 지금 이 위기 앞에 무너지지 않는 푸르밀, 다가올 기회를 쟁취할 푸르밀을 위해 앞장서겠다”며 “함께해 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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