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리더·여성 임원 발탁…성과 위주 인사 단행

[위클리서울=방석현 기자] 국내 유통 대기업 빅3인 CJ그룹과 신세계그룹, 롯데그룹이 모두 2023년도 임원 인사를 마무리했다. 중장기 비전 전략 실행에 착수하기 위해 40대 젊은 리더들의 임원 승진이 이어졌다. 미래 동력과 혁신을 추진하기 위해 외부 인재 영입도 활발하게 이뤄졌으며, 무엇보다 세 기업 모두 성과 위주의 인사를 단행함에 따라 여성 인재 수가 늘어났다. CJ그룹은 예년보다 이른 임원 인사를 발표했다. 중기 비전의 속도감 있는 실행을 위해 CEO 대부분을 유임했다. 신세계그룹은 엄정한 평가를 통해 인재를 배치했다. 이에 올해 백화점 부문에서 역대 최대 실적을 이끈 손영식 대표이사를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가장 늦은 12월에 인사를 단행한 롯데그룹은 ‘안정’보다는 ‘변화’를 택하며 대거 인사이동이 이뤄졌다.

 

ⓒ위클리서울/ 우정호

CJ그룹, ‘퀀텀점프’ 위해 10월 조기 인사 단행

유통 빅3 기업 중 가장 먼저 내년도 인사를 발표한 곳은 바로 CJ그룹이다. 이 회사는 지난 10월 24일 중기 비전 중심의 미래 성장 추진을 강화한다는 취지로 조기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CJ는 “경기 침체와 글로벌 불확실성 증대가 예상되는 2023년은 그룹의 미래 도약 여부가 판가름 되는 결정적인 시기”라며 “중기 비전 중심의 미래 성장을 내년 이후 일할 사람들이 주도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인사 시기를 앞당겼다”고 말했다.

CJ는 지난해 11월 C.P.W.S.(콘텐츠, 플랫폼, 웰니스, 서스테이너빌리티) 4대 성장축을 중심으로 한 2021~2023년 비전을 발표한 바 있다. 당시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미래 라이프스타일 기업 도약을 위한 혁신성장과 최고 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조직문화의 근본적인 혁신을 강하게 주문한 바 있다.

 

CJ올리브영 이선정 신임 대표(좌)와 CJ주식회사 강호성 경영지원대표 ⓒ위클리서울/ 각사

회사는 임원 인사 직후 2023~2025년 새 중기비전 전략 실행을 위한 준비에 착수했다. 이번 인사에서는 중기 비전의 속도감 있는 실행을 위해 계열사 CEO 대부분이 유임됐다.

그룹 전반의 대외환경 대응력 강화 차원에서 지주사 경영지원대표를 신설하고 CJ ENM 엔터테인먼트부문 강호성 대표를 임명했다. 이에 따라 CJ주식회사는 기존 김홍기 대표가 경영대표를, 신임 강호성 대표가 대외협력 중심 경영지원대표를 맡는 2인 대표체제로 전환된다.

CJ ENM 엔터테인먼트 부문 신임 대표에는 구창근 CJ올리브영 대표가 임명됐다. 구 대표는 지주사 전략 1실장을 거쳐 CJ푸드빌, CJ올리브영 대표이사를 역임하며 경영 능력을 입증한 바 있다.

공석이 된 CJ올리브영 신임 대표에는 영업본부장을 맡고 있던 이선정 경영 리더가 내부 승진해 취임했다. 이선정 경영리더는 1977년생 여성으로 그룹 내 최연소 CEO이자 올리브영 최초의 여성 CEO이다.

CJ그룹의 미래 성장을 이끌 신임 임원은 44명이 나왔다. 신임임원 평균나이는 45.5세로 역량 있는 젊은 인재 발탁 기조를 이어갔다.

글로벌 유수 기업에서 독보적 경력을 쌓은 최고 인재 영입도 적극 추진했다. 최근 폭스(Fox)미디어 성장전략책임자(CGO)를 지낸 정우성 경영리더가 CJ ENM 글로벌 CGO로 취임했으며, 비슷한 시기 글로벌 데이터 분석 전문 기업 SAS 출신 공승현 박사가 CJ대한통운 최적화솔루션담당으로 합류했다. 앞서 지난 3월에는 메타(구 페이스북) 출신 이치훈 머신러닝 전문가가 CJ AI센터장에 취임하기도 했다.

CJ 관계자는 “그룹의 미래를 위해 중기비전 중심의 혁신성장과 최고 인재 육성에 나설 사업가, 전략가 중심의 발탁을 강화한 인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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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영식 신세계 대표이사 사장(좌)과 허병훈 신세계 백화점부문 기획전략본부장 부사장 ⓒ위클리서울/ 각사

신세계그룹, 성과주의·전문성 강조

다음으로 인사를 진행한 기업은 신세계그룹이다. 신세계는 지난 10월 27일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하고 성과주의와 전문성을 강조하며 미래 준비에 나섰다.

먼저 백화점 부문은 올해 역대 최대 실적을 이끈 손영식 신세계 대표이사는 사장으로 승진했다. 손 사장은 지난 1987년 신세계백화점에 입사해 2016년 신세계디에프 대표이사를 거쳐 지난해 신세계 대표이사 상품본부장을 역임한 후 올해 사장으로 승진했다.

신세계라이브쇼핑 대표에는 온라인 사업 경험이 풍부한 최문석 신세계까사 대표가 취임해 미래형 신규 비즈니스 사업에 박차를 가한다. 공석이된 신세계까사 대표는 영업 전문가인 신세계라이브쇼핑 김홍극 대표가 채웠다.

신세계사이먼 대표에는 MD 전문가인 김영섭 신세계디에프 상품본부장 전무를, 백화점부문 기획전략본부장에는 재무 출신인 허병훈 신세계 지원본부장을 선임했다.

한편, 유해 물질 증정품 논란을 빚었던 송호섭 SCK컴퍼니(스타벅스코리아) 대표이사는 결국 이번 인사에서 교체됐다. 신임 스타벅스 대표에는 신세계아이앤씨 대표로 경영 능력을 보여준 손정현 대표가 낙점돼 조직 쇄신과 디지털, 미래 경쟁력 강화의 중책을 맡게 됐다.

신세계그룹은 “이번 인사는 엄정한 평가를 통한 신상필벌 원칙을 철저히 적용하고, 핵심 경쟁력 강화와 미래 준비, 인재 육성에 초점을 맞춰 엄격한 성과주의와 능력주의 인사를 실시했다”며 “새로운 변화와 혁신을 통해 조직의 쇄신을 강화하는 한편, 성과와 역량이 검증된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해 조직별 전문성과 펀더멘털 강화가 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롯데지주 ESG 경영혁신실장 이훈기 사장(좌)과 롯데케미칼 신유열 상무 ⓒ위클리서울/ 각사

롯데그룹, ‘새로운 롯데’ 위한 변화와 쇄신

롯데그룹은 가장 늦은 12월 15일에 2023년도 인사를 단행했다. 대내외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내년 ‘영구적 위기(permacrisis)’의 시대가 올 수 있다는 판단 아래,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고 기존 사업의 변화와 쇄신을 실현하기 위해 보다 정밀한 검증과 검토 과정을 거쳤다는 설명이다.

이번 임원인사를 통해 롯데의 CEO 전체 평균 연령은 57세로 지난해 평균(58세) 대비 1세 가량 젊어졌다. 사장 직급의 경우 3세 가량 젊어졌다. 신임 임원 중 40대의 비중은 46%이며, 특히 78년생 이후 40대 초반(45세 이하) 신임 임원의 승진은 롯데칠성 채혜영 상무보, 롯데하이마트 이용우 상무보, 롯데글로벌로지스 황호진 상무보, 롯데상사 박강민 상무보 등 총 4명이다. 롯데지주 ESG경영혁신실 이훈기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50대 사장 반열에 올랐다.

롯데를 이끌었던 고위 임원 3명은 그룹의 새로운 도약과 변화를 위해 일선에서 용퇴한다. 롯데지주 대표이사 송용덕 부회장, 롯데렌탈 대표이사 김현수 사장, 롯데건설 대표이사 하석주 사장은 약 35년 이상 몸 담았던 롯데를 떠난다.

신동빈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롯데케미칼 일본지사 상무보도 국내 등기 임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상무로 승진해 경영 수업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는 글로벌 경쟁력과 전문성을 갖춘 외부 인재를 영입하는데 노력했다. 이에 이창엽 전 LG생활건강 사업본부장과 김혜주 현 신한은행 상무를 롯데제과와 롯데멤버스의 대표이사로 각각 내정했다. 특히 롯데그룹 모기업인 롯데제과의 대표이사에 처음으로 외부 인사를 영입하며 강력한 혁신 의지를 반영했다.

롯데렌탈 대표이사도 외부에서 전략 전문가를 영입해 선임 절차를 추진 중이다. 롯데는 2023년에도 외부 전문가 영입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방침이다.

롯데는 이번 인사에서 내부적으로 장기간 검증된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전략적으로 재배치해 역할을 맡긴다. 롯데면세점 대표이사, 롯데홈쇼핑 대표이사에 각각 김주남 전무(전 롯데면세점 한국사업본부장), 김재겸 전무(전 롯데홈쇼핑 TV사업본부장)가 내정됐다.

계열사 대표이사로서 경영 역량 및 전문성이 장기간 검증된 기존 CEO들이 재배치된다. 지난 11월 롯데건설 대표이사로 선임된 박현철 부회장은 중대한 역할을 부여받은 만큼 기존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한다. 우수한 리스크 관리 및 사업구조 개편 역량을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시장 불안을 해소하고 롯데건설 현안을 해결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이완신 롯데홈쇼핑 대표이사는 롯데그룹 호텔군 총괄대표와 롯데호텔 대표이사로 내정됐다. 탁월한 마케팅 역량 및 고객 관점의 시각으로, 글로벌 호텔 체인으로의 사업 변화와 혁신 동력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 롯데그룹 호텔군 안세진 총괄대표는 그룹의 싱크탱크인 롯데미래전략연구소장으로 전격 이동해 그룹 전체의 미래 성장동력 창출을 위한 새로운 전략 방향 수립에 집중할 계획이다.

남창희 롯데슈퍼 대표는 롯데하이마트 대표이사로 내정됐다. 30년 이상의 직매입 유통 경험을 바탕으로 수익성 개선과 전자제품 전문 1위 기업의 위상을 공고히 할 것으로 기대된다. 8년간 하이마트를 이끌었던 옥치국 대표이사는 물러나게 됐다.

롯데는 여성 임원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조직의 다양성을 강화하고 있다. 롯데는 다양성 헌장 공표를 시작으로 약 10여년간 여성인재를 전략적으로 육성했으며, 그 결과 여성 임원이 올해 47명(구성비 7.1%)이 됐다. 이는 지난해 대비 12명이 증가한 수치다.

새로 승진이 된 임원으로 롯데제과 정미혜 상무보, 롯데칠성 채혜영 상무보, 롯데백화점 한지연 상무보, 롯데홈쇼핑 김지연 상무보, 롯데건설 이정민 상무보, 롯데에이엠씨 윤영주 상무보 등 총 6명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동빈 롯데 회장은 VCM 및 내부 회의에서 ‘새로운 롯데’를 강조하며 그룹 신사업 준비 상황을 점검하고 기존 사업의 턴어라운드 실현을 이끌기 위한 솔루션을 주문해왔다”며 “이러한 방향과 연계해 2023년 임원 인사는 ‘지속적인 변화와 혁신’, ‘미래 경쟁력 창출’을 중점으로 진행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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