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 피해 겪은 호주, 주택 보험 가입 거부 사례도

©위클리서울/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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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서울=방석현 기자] 기후변화가 보험업의 재무안정성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보험사들도 이에 대한 리스크 관리와 관련 상품의 개발 등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석호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보험산업은 다양한 위험담보·인수 등의 기능을 갖고 있는 만큼 기후변화 관련 자연재해 위험 등에 많이 노출돼 있을 뿐만 아니라, 투자활동 경로를 통해서도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상존한다”라고 지적했다.

국제보험감독자협의회(IAIS)에 따르면 기후변화는 글로벌 보험산업의 투자 포트폴리오와 재무안정성에 미칠 수 있는 잠재 영향 및 손실 위험이 큰 것으로 나타난다.

보험사가 탄소중립 등 기후변화에 대한 대처 및 전환이 순조로울 경우, 적절치 않을 경우, 매우 더딜 경우를 각각 분석한 결과, 지급여력비율(RBC)이 각각 7~8%p, 14%p, 50%p 정도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후변화 위험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글로벌 보험산업의 자산 비중은 전체 자산규모의 36%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는데, 20.7%가 국채인 것으로 추정된다. 주식, 회사채, 대출채권 등이 13.8%, 부동산이 나머지 2.2%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기후변화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주식, 회사채, 대출채권 등의 금융자산 투자처는 건축(주택) 6.4%, 에너지 집약 3.6%, 교통 1.4%, 화석연료 1.2%, 공급시설(utilities) 1.1%, 농업 0.1% 등의 순으로 관련 산업에 분산돼 있다.

이 연구위원은 기후변화가 일반적으로 보험산업에 물리적 위험과 이행 위험(transition risks)을 초래할 수 있다고 봤다. 물리적 위험은 기상이변과 기후 패턴의 장기적 변화 등 보험사의 투자자산이 손실 위험에 직접적·물리적으로 노출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행 위험은 정책 및 규제, 기술 발전, 소비자 및 투자자 선호도 변화 등의 경로를 통해 보험사의 투자자산에 탄소규제 관련 해당국 또는 해당 산업의 국채 및 회사채의 수익률 하락 위험 등 손실 위험이 초래되는 것이다.

이러한 기후변화의 물리적 위험 및 이행 위험은 보험산업이 투자한 자산의 신용리스크, 시장리스크, 유동성리스크, 평판리스크 형태로 구체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심각한 홍수 피해 겪은 호주, 주택 보험 가입 어려워져...  

호주 보험그룹(IAG)에 따르면 대규모 홍수 피해를 겪은 호주에선 홍수 위험이 높은 주택의 경우, 연간 평균 2600달러(약 339만 원) 손실이 늘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일반적인 주택이 연간 평균 85달러(약 11만 원)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주택들은 홍수로 인한 피해에 취약한 구조라는 것이다.  

IAG는 이처럼 홍수에 취약한 주택들은 보험 가입이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대비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호주는 2019년 대규모 산불을 겪은 이후 2020년 전국적인 홍수를 겪었다. 올해 들어선 지난 10월 폭우가 남동부를 강타해 빅토리아주 주요 강들의 수위가 올라가고 일부 강은 범람하면서 인근 주택들이 물에 잠기는 등 피해를 겪었다. 

최근의 돌발 홍수로 인해 수백 명의 이재민들이 발생한 호주 중서부의 Eugowra에선 최근 주택 보험 가입 거부 사례도 잇따르는 것으로 알려진다.  

Paula Jarzabkowski 퀸즐랜드 경영 대학 재난 위험 금융 전문가는 ABC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Eugowra와 같은 홍수가 발생하기 쉬운 지역에서 주택 보험 가입이 거부되는 것은 더 이상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며 “보험회사는 홍수 위험이 높은 지역에서 주택 보험에 대한 보험료를 인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만큼 호주는 기후 변화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보험을 이용할 수 없는 전환점을 맞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석호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후변화가 보험산업에 주는 영향이 실로 막대하다고 할 수 있는 만큼 우리나라 보험사들도 기후변화 관련 투자위험에 대한 모니터링이 보다 강화될 필요가 있다”라며 ”기후변화 위험이 보험사의 지급여력 지표에 적절히 반영·평가되고 관련된 재무공시도 투자자 및 소비자에게 효과적으로 제공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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