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태 입에서 촉발된 사태, 결국 50조+α 투입까지
레고랜드 사태 ‘재발 방지’ 움직임

[위클리서울=방석현 기자] 지난 9월28일 김진태 강원도지사의 갑작스러운 발표로부터 촉발된 ‘레고랜드 사태’가 약 3개월 간의 치열한 대응 끝에 마무리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지난 9일 레고랜드 사업을 추진한 강원중도개발공사(GJC)의 보증채무를 갚기 위해 편성한 추가경정예산 2050억원이 강원도 의회를 통과했다. 행정적 절차가 모두 끝나면서 레고랜드 발 금융위기 사태가 사실상 마무리 수순을 밟는 모습이다. 금융당국이 50조원+α의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 가동을 발표한 것도 조금씩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급한 불을 껐다는 분석과 함께 재발방지를 위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이번 사태를 통해 일련의 사태를 촉발한 김진태 강원도지사와 치적쌓기를 위해 무리한 사업을 추진한 최문순 전 강원도지사는 우리나라 자본시장의 불안을 가중시키고 혈세를 낭비시켰다는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레고랜드 호텔 ⓒ위클리서울/ 레고랜드 코리아 리조트

강원도, 추경으로 2050억원 편성…보증채무 상환

지난 12일 김진태 강원도지사는 레고랜드 발 자금경색을 초래한 강원중도개발공사(이하 GJC)의 보증채무 2050억원을 전액 상환했다고 밝혔다. 지난 9일 채무 상환을 위한 2050억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이 강원도의회를 통과한 이후 곧바로 상환한 것이다.

김 지사는 “반드시 중도개발공사 경영을 정상화해 2050억 채권을 회수하겠다”며 “민선 8기 임기 내에 채무를 60%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고 설명했지만 말처럼 쉽지는 않은 상황이다.

실제로 GJC 보증채무를 갚기 위해 투입된 2050억원의 절반인 1050억원은 강원도 자체 예산으로 부담했지만, 나머지 1000억원은 강원도지역개발기금에서 빌렸다. 빚을 갚기 위해 빚을 낸 셈이다.

일단 급한 불부터 끄자는 취지지만, GJC가 개발을 마친 86% 부지에 대한 중도금‧잔금과 예상이익을 더하더라도 2050억원 회수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지사는 채무감축을 이야기 하지만 결국 혈세로 계속해서 레고랜드의 숨을 붙여놓는 상황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강원도 내에서 벌어진 레고랜드 문제는 어찌저찌 마무리 수순을 밟는 모습이지만, 이로 인해 촉발된 국내 채권시장의 역대급 자금경색 위기는 여전히 갈길이 먼 상황이다. 정부에서 50조원+α 규모의 유동성 지원 대책을 꺼낸 덕분에 최악의 상황은 면한 모습이지만 여전히 시장 상황은 어렵기만 하다.

 

김진태 강원도지사 ⓒ위클리서울/ 김현수 객원기자

김진태 입에서 촉발된 사태, 결국 50조+α 투입까지

일련의 사태는 올해 9월28일 김진태 지사의 기자회견으로부터 시작됐다. 당시 김 지사는 레고랜드 기반조성사업을 맡은 GJC에 대해 법정관리신청을 하기로 했다며 “GJC가 BNK투자증권으로부터 빌린 2050억원을 대신 갚는 사태를 막아 보증부담에서 벗어나는 것이 이번 회생신청목적”이라 밝혔다.

그러면서 “GJC가 할일은 남은 자산을 잘 매각하는 일이다. 법정관리인이나 새로운 인수자가 자산을 제값 받고 잘 매각하면 대출금을 다 갚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GJC가 알아서 하라면서 강원도는 손을 떼겠다는 선언을 한 것이다. 이러한 발표는 채권 만기일인 9월29일을 하루 앞둔 시점에 나왔다.

GJC가 채무를 낼 당시 강원도가 지급보증을 했던 만큼, 채권 만기일을 하루 앞둔 시점에 갑자기 나온 김 지사의 발표는 즉각 BNK투자증권을 비롯한 금융권에 ‘채무불이행 선언’ 이른바 디폴트(default) 선언으로 받아들여져 GJC의 2050억원 어치 채권이 휴지조각이 돼버렸다.

전임자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최문순 전 지사의 책임을 부각시키려는 시도였을지는 모르지만, 김 지사의 발표는 시장에 대단히 잘못된 시그널을 주고 말았다.

제 아무리 지자체 등 정부에서 보증하는 채권이라도 정치적 상황에 따라 언제든 휴지조각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은 채권 신뢰도에 고스란히 타격을 입혔고, 기업들이 그 불똥을 맞았다.

국가담보도 못 믿을 판에 기업채를 어떻게 믿겠느냐는 불안감으로 채권발행이 줄었고 당장 돈이 필요한 건설사들부터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건설사를 시작으로 증권사, 보험사까지 도미노처럼 악순환의 고리에 빠졌다.

결국 윤석열 정부 금융당국은 50조원+α의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 가동을 발표했고, 지난달 28일에는 추가로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의 캐피탈 콜을 실시하고 참여 금융사에 한은이 유동성을 지원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연말을 앞두고 금융기관과 기업들의 자금조달 우려 확산 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나선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 덕분인지 CP금리가 약 1년8개월 만에 처음으로 하락 마감하는 등 시장 내에서 조금씩 효과가 포착되고 있다.
 

레고랜드 사태 ‘재발 방지’ 움직임…정치가 문제였다

시장 회복과 별개로 김진태 강원도지사의 섣부른 발표로 촉발된 일을 재현하지 않으려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야당을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현재 더불어민주당 내 김진태 발 금융위기 사태 진상조사단은 국회 차원의 청문회와 함께 김진태 지사의 사과 및 정치적·법적 책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재발 방지를 위해 지방자치단체장이 지방채 발행 및 채무보증과 관련된 결정을 하기 전에 금융당국 의견을 수렴하도록 하는 내용의 지방재정법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사태는 많은 것을 남겼다. 채무불이행 선언으로 채권 신뢰도 저하를 부른 김진태 지사도 문제였지만 경제성 등을 꼼꼼히 따지지 않고 단순히 본인의 치적쌓기를 위해 무리한 사업추진과 채무보증에 나섰던 최문순 전 지사까지. 결국 경제원리보다 정치적 유불리를 우선시한 이들의 무책임함이 사태를 부른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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