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를 완벽하게 조절할 수 있는 치료제가 나온다면?
바이러스를 완벽하게 조절할 수 있는 치료제가 나온다면?
  • 김은영 기자
  • 승인 2023.01.05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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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및 영화 속 전염병과 코로나19] 영화 리턴드(The Returned, 2014)

[위클리서울=김은영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전 세계가 고통 받고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전염병과의 싸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렇다면 인문학에서 전염병을 어떻게 다루었고, 지금의 코로나19를 살아가는 현재에 돌아볼 것은 무엇인지 시리즈로 연재한다.

 

ⓒ위클리서울/ 김현수 객원기자

한파가 몰아닥치면서 코로나 확진자 수도 급증하고 있다. 코로나 확진자는 1주일 새 11%가 넘었고 재감염 추정 비율은 15%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 당국에서는 백신 접종과 자연 면역률이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감소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때문에 정부는 더 많은 사람들이 2가 백신을 추가 접종하라고 적극 권고하고 있다. 이번에 개량된 코로나19 2가 백신은 원래의 코로나 바이러스 변이뿐만 아니라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퍼져가고 있는 오미크론 변이 BA.5로부터 보호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처럼 수많은 버전의 백신과 치료제가 나오고 있지만 현실 속 코로나19 팬데믹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바이러스가 계속해서 변이 되고 있기 때문에 한번 걸린 사람도 또다시 걸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약 이러한 바이러스에 백신이나 치료제 주사로 완벽하게 치료가 된다면 어떨까? 더 이상 바이러스에 걸릴 것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병원에 가서 치료를 하면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생각으로 만들어진 영화가 바로 ‘리턴드(The Returned, 2014)’다.
 

영화 ‘리턴드' ⓒ위클리서울/ 다음영화

24시간 동안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시한부 치료제

코로나19와 같이 전인류를 강타한 미지의 바이러스가 있기 전까지 허구 속에서 만들어낸 가장 강력한 바이러스는 ‘좀비 바이러스’다. 죽었던 사람이 다시 살아나는 말도 안 되는 가상의 바이러스다. 초기 마니아들이 보는 B급 정서를 담았던 좀비 영화는 오랜 시간이 흐르면서 대중화되었고 하나의 장르가 되었다. 그런데 이러한 좀비 영화에서 바이러스가 치료되었다는 결말을 가진 좀비 영화는 극히 드물다. 물론 그래야 다시 속편의 영화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겠지만 아무튼,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생존자들은 어쩔 수 없이 감염자들을 죽일 수밖에 없다. 가족도, 친구도, 연인도 예외는 없다.

때때로 어떤 영화에서는 자식이나 노모 등 가족을 쇠사슬에 묶어놓고 어떻게든 살리려는 사람들이 나온다. 일명 ‘우리 애는 안 물어요’를 시전하며 밥도 주고 예전에 인간이었을 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같이 공생하려 한다. 물론 그러다가 물려서 ‘좀비 2’가 되는 경우가 다반사지만. 그런데 이 영화는 좀 특이하다. 기존 이러한 바이러스를 다룬 영화들과는 좀 다르다. 일단 먼저 바이러스를 치료할 수 있다며 희망찬 메시지를 초반에 들이댄다. 영화는 과거 좀비 바이러스 때문에 많은 사망자를 낸 인류는 리턴 단백질을 이용해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는 치료제를 개발하는 데 성공한다. 그로 인해 좀비에 물려 좀비가 된 인간들도 하루에 한 번 치료제를 자가 주사하면 보통 인간과 같이 살 수 있다.

영화 속 사람들에게는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치료제를 주사하는 것이 마치 당뇨 환자들이 인슐린을 자기 몸에 주사하는 것처럼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 된 것이다. 발상의 전환이다. 이제와는 다른 영화의 방식이다. 그렇게 보면 무시무시한 좀비 바이러스는 현실 속 코로나19 바이러스와 크게 달라보이지 않는다. 물론 매일 주사하는 방식이 그리 쉬워 보이지도 않지만, 살기 위해서라면 못 할 것도 없다. 영화 속에서 좀비가 되었다가 치료제를 주사하여 사람으로 다시 돌아온 이들을 ‘리턴’이라고 부른다. 제목의 리턴드란 바로 이들을 의미하는 것이다. 하지만 보통 인간처럼 살아갈 수 있다고는 해도 하루라도 주사를 하지 않는다면 다시 좀비로 돌아가기 때문에 이들은 사람들에게 ‘시한폭탄’이라 불리며 혐오감과 멸시를 감내해야 했다. 또한 이러한 사회 분위기 탓에 리턴들은 자신이 리턴인 것을 숨기며 살아가고 있다.

 

영화 ‘리턴드' ⓒ위클리서울/ 다음영화
영화 ‘리턴드' ⓒ위클리서울/ 다음영화

시한폭탄이 되어버린 리턴들, 그들을 포기해야 한다면

한편 여주인공 케이트는 리턴들 치료를 하는 병원의 의사다. 케이트는 남편 알렉스가 리턴이기 때문에 혹시나 약이 부족할 경우를 대비해 몰래 치료제를 모으고 있다. 치료제가 부족하다는 소문이 암암리에 퍼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난다. 치료제를 구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그동안 알렉스는 리턴들을 멸시하고 혐오하는 사회 분위기 때문에 그동안 자신이 리턴이라는 것을 말하지 못하고 보통 사람인 척하며 살았다. 어느날 그는 가장 친한 친구인 제이콥과 그의 아내 엠버에게 고백한다. 그의 친구 제이콥은 알렉스를 안아주며 진심으로 위로해준다. 하지만 이러한 훈훈한 상황과는 다르게 사회 분위기는 미쳐 돌아간다.

‘반리턴주의자’라고 불리는 이들이 병원에 무장을 하고 쳐들어와 케이트와 의료진을 위협하고 병상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리턴들을 모두 살해한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리턴들의 명단을 확보하고 이들을 가가호호 방문하여 처단한다는 계획까지 세운다. 남편 알렉스의 신변이 위태로워졌다는 것을 예감한 케이트는 병원에 한 달 휴가를 내고 남편을 지키기로 한다. 그런데 한 발 늦었다. 이미 수리공으로 위장한 반리턴주의자가 알렉스가 있는 집에 들어와 알렉스를 죽이려 한 것이다. 그런데 일이 더 꼬여버린다. 반리턴주의자를 방어하는데서 그치지 못하고 몸싸움을 하다가 총을 쏴 죽게 만든다.

경찰을 부르자는 알렉스와 그를 말리는 케이트. 이들은 하는 수 없이 시체를 호수에 유기하고 친구 제이콥의 권유에 따라 제이콥 부부의 별장으로 피신한다. 하지만 제이콥의 친절은 의도가 있는 친절이었다. 사실 제이콥의 아내 엠버는 사실 리턴이었고 제이콥은 알렉스의 약을 훔쳐 엠버에게 줄 요량으로 그를 숨겨주려 했던 것이다. 이러한 사정을 모르는 체 케이트는 약을 구하기 위해 노력한다. 결국 이전에 근무하던 병원에 가서 상사에게서 50일 치의 치료제를 구하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약을 노리는 다른 침입자에게서 약을 뺏고 뺏기는 과정에서 그만 치료제가 든 가방이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유리병에 들은 앰플 치료제는 산산조각이 나버린다. 그러는 동안 제이콥은 알렉스의 약을 전부 빼돌려 달아났다. 알렉스에게는 단 하루 치의 치료 앰플만 남겨 놓은 상태다. 절망한 알렉스는 철물점에 가서 자신의 목과 손목을 묶을 쇠사슬을 사서 스스로를 묶은 체 케이트를 기다린다.

약을 모두 빼앗기고 빈손으로 알렉스에게 돌아온 케이트. 케이트와 알렉스는 서로를 안고 운다. “지금 작별인사를 하자, 힘들면 안 봐도 돼”라는 알렉스의 말에 케이트는 “혼자 두지 않아, 곁에 있을게”라고 답한다. 이제 시간이 없다. 곧 알렉스는 좀비로 변할 것이다. 인간이라고 할 수 없는 흉측한 폭력성을 가진 괴물이 될 것이다. 하지만 케이트는 알렉스의 손을 놓지 않는다. 알렉스는 케이트에게 총을 건넨다. 인간으로 살아있을 때 인간답게 죽고 싶다는 마지막 염원을 담은 체. 점점 변해가는 알렉스를 보다 못해 결국 케이트는 알렉스를 죽이고 만다. 죽은 알렉스를 두고 밖을 나서는 케이트.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밖은 폭죽이 터지며 축제 분위기다. 근무했던 병원의 상사가 케이트에게 달려와 낭보를 전한다. 치료제 개발이 다시 재개됐다는 소식이다. 케이트는 믿을 수 없는 현실에 오열한다.

친구가 치료제를 한 개만 더 남겨줬더라면, 치료제 개발 소식을 조금만 빨리 들었다면, 그래도 죽이지 않았다면 등등 영화는 수많은 질문을 우리에게 던진다.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앞으로도 연습은 없다. 백신과 치료제가 완벽하게 개발된다고 해도 앞으로 우리는 영화 속 상황처럼 어떠한 선택을 하고 그 결정에 따른 책임을 온전히 감당해야 한다. 바이러스 대혼란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은 새롭게 닥쳐오는 현실 앞에서 과연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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