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라 당선자,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지지자들 대립 격화

ⓒ위클리서울/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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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서울=장성열 기자] 브라질에서는 상파울루, 브라질리아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수천, 수만 명이 참가하는 시위가 연일 벌어지고 있다. 지난 8일(현지 시각)에는 1500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수도 브라질리아에 모여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원인은 초접전으로 치러진 지난 대선이다. 대선에선 ‘브라질의 트럼프’라고 불리는 자유당의 보우소나루 대통령과 노동자당의 룰라 전 대통령이 맞붙었는데, 접전 끝에 룰라가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보우소나루는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미국 플로리다로 요양을 떠났다.

룰라 지지자들은 상파울루나 브라질리아 같은 대도시에 모여 “보우소나루를 감옥으로”라는 구호를 외쳤다. 룰라도 월요일 저녁, 망가진 의회, 대통령궁, 대법원을 방문해 브라질의 ‘테러리스트 법’을 비판하고 가해자들을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월요일엔 수많은 도시와 지역에서 가두시위가 펼쳐졌다.

BBC는 상파울루에서 일어난 시위를 관심 있게 취재했다. 많은 사람이 브라질에서 가장 유명한 파울리스타 거리를 점령했고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며 정의를 위한 구호를 외쳤다. 많은 사람들이 룰라의 정당(노동자당) 상징 색인 빨간색 옷을 입고 거리로 나왔고 “쿠데타를 일으킨 자들에 사면은 없다”라는 구호가 적힌 현수막 또한 등장하며 책임자를 처벌할 것을 촉구했다. 시위대는 “보우소나루를 감옥으로”라는 구호를 외쳤다.

BBC와 인터뷰한 가브리엘은 "나는 민주주의를 파괴하기 위해 힘을 사용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에 동의하지 않는다"라며 “브라질에는 우리 정부를 신뢰할 수 있다고 믿는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세계에 보여주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시위 참가자 마리나 로드리게스 카르모나는 BBC에 "모두 각자의 생각이 있지만, 양측 사이에 대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 양극화로 치닫고 있다"라고 말했다.

시위는 갈수록 격해지고 있다. 보우소나루 지지자들의 시위도 일어났기 때문이다. BBC에 따르면 시위 현장에는 수많은 경찰이 있었고, 때론 긴장감이 감돌기도 했다. 일요일에는 브라질리아에서 브라질 축구 유니폼을 입은 수천 명의 시위대가 경찰들을 압도하고 수도 한복판에서 약탈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 때문에 룰라는 비상계엄을 선포해야만 했다.

월요일 아침에는 중무장한 경관들이 브라질리아에 있는 보우소나루 지지자들의 캠프를 철거하기 시작했다. 경찰은 1200여 명을 체포했고, 그 전날에는 300여 명을 구금하기도 했다. 보우소나루는 폭력 사태가 발생한 지 6시간 후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폭력 사태를 비난했고, 폭도들을 격려하고 부추겼다는 책임을 전면 부인했다.

한편, 이바네이스 로차 브라질리아 주지사는 대법원에 의해 90일간 직위해제를 당했고, 알렉산드르 드 모아레스 법무부 장관은 주지사가 폭동을 막지 못했고, 공격에 직면하자 ‘고통스럽게 침묵했다’라고 비난했다.

보우소나루의 지지자들은 브라질 전역에 캠프를 세웠는데, 일부는 군부대 바깥쪽에 있었다. 그의 열렬한 지지자들은 군대가 개입해 선거를 ‘도둑맞았다’라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중 일부는 보우소나루가 선거에서 패배했다는 사실에 화가 난 것을 넘어, 룰라 대통령이 다시 감옥으로 돌아가기를 원하고 있다. 룰라는 2017년 부패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아 18개월을 감옥에서 보내야만 했다. 그는 처음에 9년 이상의 형을 선고받았지만, 나중에 석방되었다.

전 세계 정상들도 폭력 사태를 비판하고 있다. 백악관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룰라와의 통화에서 “브라질의 민주주의에 대해 미국은 변함없는 지지를 전달한다”라고 했다고 밝혔다. 이는 상징적으로 2021년 1월 6일 보우소나루의 정치적 동맹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지지자들이 미 국회의사당을 습격한 것과 비교된다.

룰라와 보우소나루, 양쪽으로 갈려 정치적 대립이 확대되고 있는 브라질에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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