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기간 해외여행 급증…선물은 가성비로

[위클리서울=방석현 기자] 코로나19는 대한민국의 명절 풍경을 바꿨다. 제사가 간소화되거나 사라졌으며, 사람을 직접 마주치지 않는 비대면 만남이 늘었다. 이에 따라 택배나 모바일 쿠폰으로 전달하는 선물이 대폭 증가해 이례적인 배송 대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혼설족(혼자 설날을 보내는 사람)’, ‘혼추족(혼자 추석을 보내는 사람)’들을 위한 1인용 상차림이나 요리 등 간편식이 폭발적으로 확대됐던 시기이기도 하다.
2023년 ‘계묘년(癸卯年)’ 설날은 코로나19가 풍토병으로 인정된 첫 ‘엔데믹(endemy)’ 명절이다. 하늘길이 열린 만큼 가족 단위 해외여행을 떠나는 이들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비대면 시기에는 고향에 내려가지 못하는 마음을 대신하기 위한 명분으로 프리미엄 선물에 대한 수요가 높았으나, 현재 고물가·고금리·고환율 3高(고) 기조에 따라 ‘가성비 선물’이 명절 트렌드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위클리서울/ 김현수 객원기자

해외여행 늘고 설 승차권 예매는 줄어

수서고속철도(SRT)의 운영사인 에스알(SR)은 지난달 27일부터 사흘간 진행한 내년 설 승차권 예매 결과 총 18만8000석이 판매돼 63.1%의 예매율을 보였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78% 대비 약 15% 감소한 수치다. 올해 설은 엔데믹으로 고향에 내려가는 이들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지만, 실제 설 승차권 예매율은 전년 대비 줄어든 모습이다.

노선별로는 경부선 예매율은 63.2%로 12만800석, 호남선은 5만4000석으로 예매율은 63%로 나타났다. 올 설 연휴(1월21~24일) 귀성객과 귀경객이 가장 많은 날은 연휴가 시작하는 21일과 연휴 마지막 날인 24일이었다. 귀성객이 많은 21일 하행선 예매율은 93.7%이며 귀경객이 많은 24일 상행선 예매율은 95.3%로 조사됐다.

반면, 명절 기간 해외여행을 떠나는 이들은 크게 늘었다. 특히 유럽과 일본, 동남아 예약 건수가 크게 증가했다. 롯데홈쇼핑이 지난해 해외여행 방송 실적을 분석한 결과 예약 건수가 코로나19 기간(2020~2021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했다.

1위는 유럽(45%), 2·3위는 동남아(25%) 4위는 일본(20%) 순이다. 롯데홈쇼핑은 지난해 8월부터 일본 여행 방송을 재개했는데, 지난달에는 설 연휴에 출발 가능한 일본 여행 상품을 선보여 4회 방송에 1만 건 이상 예약이 몰렸다. 이에 회사 측은 올해부터 해외여행 상품을 주 3회 이상 편성하고, 신규 여행지와 단독 상품을 발굴해 늘어나는 해외여행 수요를 잡을 계획이다.

온라인에서 판매되는 여행 상품도 인기다. 티몬이 새해 첫 명절을 한 주 앞두고 열흘간(1월 1일~1월 10일) 여행 카테고리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국내 여행 ▲무박 당일 여행 ▲일본 여행 등 3가지 키워드가 상위 카테고리로 꼽혔다. 국내 여행은 해당 기간 전년 동기 대비 약 30% 매출이 증가했다.

특히 일본 여행이 날개를 달았다. 티몬이 올해 설 연휴(1월 21일~24일) 해외 항공권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TOP3는 일본이다. 1위 오사카, 2위 후쿠오카, 3위 도쿄 순으로 많이 찾았다. 해외여행 매출은 지난해 연휴보다도 4721% 폭증했다.

티몬 관계자는 “엔데믹과 함께 국내외 여행 수요가 다각화되고 있는 가운데 짧은 연휴 기간을 반영해 장거리보다 충분히 힐링하며 편하게 다녀올 수 있는 근거리 여행 수요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2023 설 선물세트 본판매
2023 설 선물세트 판매 ⓒ위클리서울/ 이마트

선물 여전히 ‘비대면’ 선호…가성비 물량↑

엔데믹 기조로 대면 만남이 늘어나고 있지만, 선물은 여전히 배송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SSG닷컴에 따르면 신세계백화점몰 설 세트 ‘선물하기’ 이용객 매출은 최근(12월 29일~1월 12일) 전년 동기 대비 3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1인당 평균 구매 금액도 30% 높게 나타났다.

선물하기는 실물의 상품을 전달하는 대신, 모바일 쿠폰을 발송해 직접 주소를 입력하도록 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선물의 옵션을 받는 사람이 직접 선택할 수 있고, 상대방의 주소를 몰라도 배송이 가능해 코로나19 비대면 흐름을 타고 부쩍 성장했다. 카카오톡을 시작으로 네이버와 쿠팡, SSG닷컴 등 이커머스 업계가 이를 시행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모바일 선물하기 시장 규모는 지난 2020년 3조원 수준에서 지난해 5조원을 넘어섰다. 모바일 쿠폰 거래액 규모도 2019년 3조3239억원에서 2020년 4조2662억원, 2021년 5조9534억원으로 늘어났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온라인 쇼핑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온라인 쇼핑 중 모바일 쇼핑 거래액은 13조3477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9.6% 증가했다. 역대 최저 증가율을 기록한 전월(7.7%)에 비해 증가폭은 소폭 상승했다. 특히 ‘e쿠폰’ 서비스(28.6) 거래액 증가율이 두드러졌다.

다만 이처럼 모바일 상품권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발생하는 소비자 피해도 증가하고 있어. 이에 유의해야 한다. 한국소비자원은 “상품권을 선물할 경우 지나치게 저렴한 가격으로 현금 결제 등을 유도하는 곳이나 개인 간 거래를 통한 구매는 피하는 것이 좋다”며 “기업 간 거래(B2B)를 통해 발행된 모바일 상품권을 선물로 받은 경우, 유효기간이 짧고 기간 연장 및 환불이 불가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코로나19가 극성을 부린 3년 동안 고가의 ‘프리미엄’ 선물이 인기를 끌었다면, 올해는 고물가·고금리·고환율 기조에 따라 품질은 높이고 가격은 낮춘 ‘가성비’ 선물 물량 비중이 늘었다. 롯데마트는 가성비 축산 선물세트로 10만원 미만의 ‘물가안정 기획세트’를 구성하고, 지난 추석보다 물량을 50% 이상 확대했다. 갤러리아 백화점도 20만원 이하의 중저가 선물세트 품목을 지난 설 대비 30% 늘렸다.

이마트는 사전 비축을 통해 가격을 동결한 ‘굴비 선물세트’를 주력으로 행사카드로 결제 시 최대 30%까지 할인하는 행사를 연다. 축산 선물세트는 7개 인기 상품에 대한 할인율을 지난 설 대비 5~10%P 늘리며 기존보다 가격을 낮췄다. SSG닷컴도 2~3만원대 과일 세트, 5만원대 한우 세트와 굴비 세트 등을 선보이며 4만원 이하 실속 가격대 가공 상품을 확대했다.

이마트 최훈학 마케팅 담당은 “올 설 선물세트 키워드는 실속, 실용”이라며 “이마트는 본판매 기간에도 합리적인 가격으로 설 선물세트를 운영하는 등 생활 경제 안정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교통부 제2차관이 지난 11일, 서울시 금천구 가산동에 위치한 한진 남서울 택배터미널을 방문했다. ⓒ위클리서울/ 국토교통부

택배 대란 우려 지속…특별관리기간 운영

지난 코로나19 기간 동안 명절 선물을 배송하는 수요가 갑작스럽게 늘어나며 전국 곳곳에서 ‘택배 대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택배 노동자들이 고강도 업무를 견디지 못하고 파업을 벌여 배송 자체가 아예 취소되는 일도 일어났다. 특히 지난해 추석에는 태풍 ‘힌남노’가 전국을 강타하며 택배 기사의 안전을 위한 운송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까지 발생했다.

엔데믹인 올해 설 역시 여전히 선물을 택배로 전달하는 기조가 유지됨에 따라 정부는 1월 9일부터 2월 4일까지 4주간을 ‘택배 특별관리기간’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국토교통부는 이번 명절 연휴 성수기 동안 평월 대비 약 8~25%의 택배 물량이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택배 종사자들이 고강도·장시간 노동에 시달리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이에 택배 현장에 택배 상하차 인력, 배송보조 인력 등 임시 인력 약 6000명(간선차량 1458명, 임시기사 1073명, 터미널지원 1908명, 배송보조 인력 1295명)이 추가 투입된다. 연휴 기간에는 노동자 쉴 권리 보장을 위해 주요 택배 사업자가 설 연휴 2일 전부터 배송 물품의 집화를 제한하기로 했다. 대부분의 택배 종사자는 올 설 연휴에 4일간의 연휴를 보장받을 수 있다.

과로 방지를 위해 해당 기간 물량 폭증으로 인해 배송이 일부 지연되는 경우에도 택배 종사자에게 책임을 묻지 않기로 했다. 하루에 배송 가능한 적정 물량을 산정해 초과 물량에 대해선 터미널 입고 역시 제한한다.

국토부는 택배가 특정 시기에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해 명절 성수품 주문이 많은 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 등에 사전 주문을 독려하는 등 물량 분산을 요청했다.

어명소 국토교통부 제2차관은 지난 1월 11일, 서울시 금천구 가산동에 위치한 한진 남서울 택배터미널을 방문해 “이번 특별관리기간에는 물량 증가로 배송이 일부 지연되는 경우에도 택배기사가 별도의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 만큼, 심야 배송 등 무리한 작업은 삼가고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 한다”며 “택배 종사자 안전을 위해 충분한 방한용품 구비와 미끄럼 사고 등 동절기 사고 예방에도 지속적으로 힘써줄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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