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와 성소수자, 따뜻하게 만나다
종교와 성소수자, 따뜻하게 만나다
  • 장성열 기자
  • 승인 2023.01.16 21: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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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퀴어 단체 ‘아르쿠스’, 올해 첫 성소수자 연대 미사
ⓒ위클리서울/장성열 기자
김정대 신부가 서울 중구에 있는 성소수자부모모임 사무실에서 성소수자 연대 단체 아르쿠스와 함께 미사를 진행하고 있다. ⓒ위클리서울/장성열 기자

[위클리서울=장성열 기자] 서울 장충동에 있는 성소수자부모모임 사무실에서 16일 천주교 성소수자 연대(Ally) 단체 ‘아르쿠스’가 2023년 첫 월례 미사를 진행했다. 미사는 예수회 김정대 신부 주례로 진행되었다.

미사는 사회적 편견으로 고통받고 있는 성소수자들을 위해 진행됐다. 주례를 맡은 김 신부 또한 성소수자를 뜻하는 무지개색 ‘영대(천주교 미사 제의의 일부)'를 입고 미사를 진행했다.

김 신부는 강론에서 “오래된 가죽 부대는 딱딱해진다. 새 포도주는 탄력이 있는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사회적 편견 때문에 성소수자들이 위축되는데, 한국 문화가 탄력성을 가져야 한다”라며, “문화들도 계속 도전받으며 변해야 하는데 경직되기 쉽다. 그러한 문화가 사람들의 욕구에 도전받아야 하는데 오히려 억압한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 다른 성 지향성과 성 정체성 때문에 ‘나다움’을 못 산다. 경직된 문화 아래에선 내가 하는 사랑과 희생이 진짜가 아니며, 나다움이 있을 때 사랑과 희생이 있을 수 있다”라고 전했다. 더불어 “나다움을 드러내지 못하는 한국 문화는 경직된 문화이고, 거기에 주눅 들면 안 된다”라고도 전했다. 그리고 김 신부는 가톨릭평론을 읽으며, “있는 그대로 자신의 멋진 옷을 입고 춤을 추어야 한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줄 용기만 있다면, 우리는 인생을 즐기도록 초대받았다”라고 전했다.

미사 후 이야기 나눔이 진행됐다. 활동명 소소는 “모두 경험은 다르지만, 이야기를 잘하지 못하는데, 더 잘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될 수 있으면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고, 성소수자부모모임 활동가 길벗은 “관심과 참여도 중요하지만, 두 공동체가 지속할 수 있게 사업을 할 수 있는 것은 작은 정성들이 모여서 만드는 연대이고, 그러한 것들이 질기고 지속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박진균 천주교 의정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사무국장은 “오랫동안 많은 관심이 있었고, 성소수자 문제에 대해 의정부교구 월례 미사마다 꼭 지향 기도를 드리고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세례명 스테파노는 “’왜 이 사람들을 교회가 이해하지 못하지?’ 하는 의문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 자리에서 하느님께서 함께하고 계신다고 생각하고, 늘 연대하고 싶다”라고 전했다.

그 외에도 성소수자 당사자, 성소수자 부모, 수도자들이 미사에 함께 했다. 한 성소수자 부모는 자신을 FTM(Female-To-Male) 트랜스젠더의 부모라고 소개했는데, 당사자가 미국에서 한국으로 왔다가 우울장애 약과 남성 호르몬제가 공항에서 마약으로 분류되어 검찰에 송치됐다고 전했다. 활동명 까밀로는 “안전한 공간에서 미사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오게 되었고, 성소수자부모모임 멤버들을 볼 때마다 돌아가신 어머니와 함께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라고 이야기했다.

수도자들도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영원한도움의성모수도회 수도자들은 각각 “깨고 나오지 못했던 부분을 깨고 나온 기분이다” 또 “오면 따뜻하고 기분이 좋아서 오게 되는 것 같다. 다름이 문제가 되지 않아서 좋다. 가장 아름다운 교회 같다” 그리고 “보편성 안에 있음을 중시했는데, 성소수자와 친구가 되면서 보편성 안에 있지 않음이 문제가 되지 않고, 성소수자들이 자랑스러운 친구라고 소개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고 이야기했다” 성가소비녀회 인천 관구의 한 수도자는 “수도자이다 보니 공동체로 움직이는 것이 편했는데 참여하면서부터 혼자 움직이는 것에 자신감이 생기게 되고 나를 찾아가는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한편 ‘아르쿠스’와 성소수자부모모임의 월례 미사는 매월 세 번째 월요일, 저녁 7시 서울 장충동에 있는 성소수자부모모임 사무실에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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