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000피트 상공, 비행기에 숨겨진 정체불명의 바이러스
28,000피트 상공, 비행기에 숨겨진 정체불명의 바이러스
  • 김은영 기자
  • 승인 2023.01.20 08: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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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및 영화 속 전염병과 코로나19] 영화 ‘비상선언’

[위클리서울=김은영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전 세계가 고통 받고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전염병과의 싸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렇다면 인문학에서 전염병을 어떻게 다루었고, 지금의 코로나19를 살아가는 현재에 돌아볼 것은 무엇인지 시리즈로 연재한다.

 

ⓒ위클리서울/ 김현수 객원기자

“대유행이 끝났다고 결론을 내리기에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너무 많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최근 중국에서 코로나19 방역 완화로 인해 중증환자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현 상황을 우려하며 말했다. 중국만이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아직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유의미하게 줄지 않고 전파력이 강한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로 인해 중증환자들이 증가추세다. 무엇보다 코로나19와 같은 RNA 바이러스가 무서운 이유는 확산되면서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가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약 이처럼 예측불가능한 바이러스가 비행기와 같은 밀폐된 공간에 있다면 어떻게 될까? 비행기는 무려 28,000피트 높은 상공에 있다. 이와 같은 생각을 영화 스크린으로 옮긴 것이 지난 9월 개봉한 한재림 감독의 영화 ‘비상선언’이다.

 

영화 '비상선언' 포스터 ⓒ위클리서울/ 다음영화

아무도 구해줄 수 없는 고공에서 벌이는 바이러스와의 사투

인천공항, 여느 때와 같이 많은 승객들로 붐비고 있다. 류진석(임시완 분)은 두리번거리며 뭔가를 찾는 눈치다. 그는 “여기, 사람이 많이 타는 비행기가 뭐예요?”라고 물으며 수상쩍은 행동을 한다. 자기가 가고 싶은 비행기가 아닌 사람들이 많이 타는 비행기를 타는 것이 목적인 모양이다. 화장실에서 겨드랑이에 무언가를 넣는 시늉을 하는 진석. 그는 분명 숨기는 것이 있다. 여러 수상쩍은 행동을 보이던 진석은 사람들이 많이 탑승하는 것으로 보이는 하와이행 비행기에 탑승한다. 진석의 주변에는 박재혁(이병헌 분)이 있다. 그는 아토피로 고생하는 딸(수민)을 치료하기 위해 하와이로 향하는 중이다. 사실 진석은 재혁과 수민에게 관심을 보이며 공항에서부터 따라다녔다. 그리고 재혁과 수민에게 알 수 없는 질문을 하기도 했다. 재혁은 자리를 피했지만 진석은 재혁의 가방을 통해 하와이로 간다는 것을 알고 자신도 하와이 티켓을 구매한다. 재혁은 공항에서부터 이상한 행동을 보이는 진석을 경계하게 된다. 하지만 이런 일이 그저 단순한 해프닝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승객이 빠짐없이 비행기에 탑승한 후 조용히 하늘을 향해 날아가는 비행기. 모든 것은 평상시와 다름없이 평온하다. 그러나 잠시 후 비행기 안에서는 급박한 상황이 전개된다. 비행기 안 승객이 갑자기 알 수 없는 경련과 각혈을 하면서 쓰러졌기 때문이다. 사람이 피를 토하는 상황은 보통 일이 아니다.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전개될 첫 번째 신호였다. 각혈을 하던 승객은 돌연 숨을 거둔다. 비행기에서 발생한 첫 번째 사망자다. 순식간에 사람들은 패닉에 빠진다. 하지만 여기에서 끝이 아니다. 사실은 이제 시작이다. 첫 번째 사망자를 시작으로 줄줄이 비슷한 증세를 보이는 승객들이 속출하기 시작한다. 한편 구인호(송강호) 형사는 하와이행 비행기 KI501편에 테러범이 탑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 비행기에는 자신의 아내가 타고 있다. 물론 재혁과 수민, 진석이 타고 있는 바로 그 비행기이기도 하다. 인호는 어떻게든 비행기 테러범을 잡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비행기 테러범은 단순한 테러범이 아니었다. ‘바이러스 테러’를 위해 잠입한 테러범이다. 인호는 처음에 누군가 비행기에서 테러를 저지르겠다는 선뜻 믿기 어려운 제보를 받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러한 제보들이 흔히 그렇듯이 대부분 장난 전화일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에 쉽게 믿은 건 아니었다.

 

영화 '비상선언' ⓒ위클리서울/ 다음영화

아무도 구해줄 수 없는 고공에서 벌이는 바이러스와의 사투

인호는 혹시나 싶어 운동 삼아 한번 가보기로 한다. 만에 하나 사실일 경우 최악의 상황이 될 수 있다는 판단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제보된 영상 속 남자가 동네 아저씨 같다는 아이들의 진술에 따라 테러범으로 추정되는 남자의 집을 찾은 인호. 집에 들어가 보니 한 남성이 비닐랩에 꽁꽁 싸여 피칠갑을 하고 바닥에 앉은 상태로 죽어있었다. 누군가에게 살해된 것이다. 감식반이 알아낸 사실은 남자는 바이러스에 의해 죽었고 비행기 테러범이 이 바이러스를 가지고 비행기에 탑승했다는 끔찍한 사실이다. 다시 비행기 상황으로 돌아가 보자. 진석은 피부를 절개해 그 속에 바이러스 캡슐을 넣어 비행기에 탑승한 상태다. 그는 천식 흡입기에 바이러스 캡슐을 넣어 뿌릴 수 있도록 만든 후 비행기 화장실 곳곳에 살포한다. 처음 각혈과 경련을 하던 승객들은 화장실을 다녀온 후부터 증세가 나타난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바이러스를 예방할 수 있는 치료제나 백신은 존재하지 않았다. 지상에서 사태를 총괄하던 국토부장관 숙희(전도연 분)가 뚜렷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체 테러범인 진석은 어이없이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죽어버린다. 진석은 바이러스 테러를 감행한 것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하지만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진석의 범행 이유에 있지 않았다. 이런 비상사태가 비행기 안에서 벌어진다면, 사랑하는 가족이 그 안에 타고 있다면, 내가 그 안에 있다면 어떤 선택과 행동을 할 것인가 하는 질문이 던지고자 하는 메시지였다.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비행기는 각국의 천덕꾸러기가 되어 버렸다. 전 세계 항공사들이 줄도산 위기에 몰렸다. 에어아시아 재팬은 일본 항공기 중 가장 먼저 도산했다. 코로나19 초기 일본에 도착한 제주항공에는 190명 좌석에 탑승객은 단지 8명뿐이었다. 어쩔 수 없이 비행기를 타고 다니는 승객들도 불안에 벌벌 떨며 비행기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밀폐된 공간에서의 바이러스는 상상 이상으로 빠르게 퍼지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용객들은 온몸을 방호복으로 감싸고 식사와 화장실 이용에 극도로 조심해야 했다. 그렇게 조심해도 바이러스는 너무나 쉽게 확산됐다. 영화 속 승무원들과 기장들은 사망자들이 증가하자 패닉에 빠진 승객들을 달래는 동시에 비행기가 이륙할 수 있는 곳을 찾아야 했다. 원래 목적지인 하와이에서는 비행기 생화학테러 소식이 전해지면서 착륙을 불허했기 때문이다. 기장은 회항을 결정하고 다시 인천공항으로 향한다. 그런데 기장도 상태가 좋지 않다. 기장에 이어 부기장마저도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조종이 힘들어진다. 비행기를 조종할 수 없다니, 영화 제목대로 ‘비상선언’이 선포된다. 인천까지 가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되자 일본에 착륙하려 하지만 이 또한 불가능하다. 일본은 자위대까지 동원하여 착륙을 저지한다.

현실 속 일본과 영화 속 일본은 판박이다. 현실의 일본 아소 부총리 또한 지난 2019년 “한반도에 전쟁이 나면 한국인 난민이 대량 일본으로 몰려올 수 있다면 무장난민일 수도 있으니 그들이 오면 경찰이 대응할지 자위대가 방위 출동해 사살을 할지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라고 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여러 난관을 겪고 어찌어찌 다행스럽게도 결말은 해피엔딩이다. 인호가 강제로 주입한 항바이러스제가 효과를 보였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른 후 탑승객들은 정기적으로 만나며 친목의 시간을 가진다. 인호는 아직도 후유증으로 고생하고 있지만 그래도 바이러스는 사라졌다. 어쨌든 바이러스가 사라진 세계에서 살고 있는 이들이 부럽다. 봄이 오면 우리도 혹시나 코로나19가 사라진 세계에 살 수 있지 않을까. 그런 꿈을 꿔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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