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불모지 판교서 카카오 등 결성 잇따라...뭐가 바뀌나
노조 불모지 판교서 카카오 등 결성 잇따라...뭐가 바뀌나
  • 장성열 기자
  • 승인 2023.01.25 07: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18년 100명서 4000명 육박, 업계 평가 ‘호의적’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카카오뱅크 본사. ©위클리서울/카카오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카카오뱅크 본사. ©위클리서울/카카오

[위클리서울=장성열 기자] 카카오 직원 절반 이상이 노동조합에 가입했다. ‘노조 불모지’라고 여겨지던 판교에 잇달아 노동조합이 생겨나며 기류가 바뀌고 있다.

민주노총 화섬노조(화학섬유식품노동조합) 카카오지회 ‘크루유니언’은 지난 17일 판교 카카오 사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노동조합법상 과반 노조 달성이 확실시된다”라고 밝혔다. 노조 측에 따르면 2023년 1월 현재 카카오지회 조합원은 1900여 명으로 지난해 6월 반기보고서 기준 카카오의 전체 사원 수(3603명)의 절반을 넘는 수준이다. 카카오 노조는 2018년 당시 100명에 불과했는데 전 계열사를 합하면 4000명에 육박하고 있다.

노조 가입률이 증가한 건 사측이 작년 말 발표한 새 근무 제도의 영향이 컸다. 재택근무를 폐지하고 3월부터 사무실 출근을 우선하는 ‘오피스 퍼스트’를 적용하겠다고 한 것인데, 지난 1년간 카카오 사측은 근무 제도를 일방적으로 4번이나 변경했다는 배경이 있다. 게다가 재작년 말 카카오페이 경영진의 스톡옵션 먹튀 사태에 이어 작년 카카오모빌리티의 매각 시도, 잦은 최고경영자 교체 등으로 누적된 노동자들의 불만이 터진 것이다.   

하지만 근로기준법상 노동자 기준이 노조법과 달라 과반 노조 달성 여부는 불확실하다. 카카오지회가 과반 노조로 인정되면 노동자 대표로 활동할 길이 열리기 때문에 사측과 온도차가 있는 상황.

서승욱 화섬노조 카카오지회 지회장은 이에 “회사 발표 후 한 달 만에 노조 가입률이 10%포인트 넘게 증가했다”라며 “직원들의 불만이 노조 가입으로 나타난 만큼 김범수 창업자가 직접 입을 열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준희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근무 제도는 기업 지향과 사업의 본질·특성, 조직 문화와 복지, 직무 특성과 생산성 등 여러 사항을 종합해 결정해야 하는 문제이다. 최근 카카오 사태는 여기에 노사 관계 역시 신중히 고려해야 할 요인이라는 점을 짚어준다”라면서 “직원들이 단순히 ‘출근하기 싫다’라는 이유로 노조에 가입했다고 보긴 힘들 것이다. 정책 결정에 직원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고, 세밀한 설계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됐다는 데 불만이 표출된 것으로 볼 수도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카카오의 과반 노조 달성은 IT·게임 노조 전체의 화두다. 이직이 잦고 성과주의가 강한 IT·게임 업계 특성상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판교는 ‘노조 불모지’ 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8년 네이버를 시작으로 넥슨, 스마일게이트, 카카오 등 IT 대기업에서 노조들이 출범하며 노조 결성 움직임이 커지고 있고, 여기에 재택근무 활성화로 근무 제도 변화는 민감한 주제가 되었다. 일례로 사무실 출근이 원칙이던 넥슨에서는 노조가 단체협약 안건으로 원격 근무제를 논의 중일 정도다.

판교 IT 노조들의 핵심 의제는 정당한 보상체계 구축, 원격근무 허용 등 조합원의 ‘실리’다. 판교의 주요 기업들이 포괄 임금을 폐지하는 데 노조가 영향력을 행사하고, 연봉 인상이나 복지 확대 등의 성과를 내면서, 해당 업계에서 노조에 대한 평가는 호의적이다.

카카오 노조는 근무 제도 안정화를 위해 구성원들의 ‘직접 동의 절차’를 마련하고, 조직 단위로 근무 형태를 결정할 수 있게 보장하는 방안을 회사와 논의할 방침이다. 서 지회장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새 근무제가 2월부터 적용된다는데, 급작스럽게 (출근이) 진행될 경우 법률적 대응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배수찬 넥슨 노조 지회장은 “IT·게임업계 노조라서 가입률이 낮을 거라는 선입견은 깨졌다”라며 “기업들도 (노조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주) 뉴텍미디어 그룹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서울 다 07108 (등록일자 : 2005년 5월 6일)
  • 인터넷 : 서울, 아 52650 (등록일·발행일 : 2019-10-14)
  • 발행인 겸 편집인 : 김영필
  • 편집국장 : 선초롱
  • 발행소 : 서울특별시 양천구 신목로 72(신정동)
  • 전화 : 02-2232-1114
  • 팩스 : 02-2234-8114
  • 전무이사 : 황석용
  • 고문변호사 : 윤서용(법무법인 이안 대표변호사)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주리
  • 위클리서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05 위클리서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aster@weeklyseoul.net
저작권안심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