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빼든 정부…압수수색 진행, 불법행위 조사결과도 공개
반발하는 노조 “의도적 압수수색”…건설사들은 눈치보기

[위클리서울=방석현 기자] 윤석열 정부가 이번에는 건설사 노조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19일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두 양대 노조 사무실을 상대로 경찰이 압수수색에 나섰으며 같은날 국토교통부는 건설사 118곳이 3년 동안 노조에 월례비 요구를 받거나 노조 전임비를 강요받는 등의 형태로 1686억원에 달하는 피해를 입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건설사들과 정부여당 등은 “이번 기회에 법과 원칙으로 노조의 횡포와 건설사의 자포자기, 솜방망이 처벌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끊어내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지만, 당장 압수수색 대상이 된 노조는 일제히 “정부를 향한 비난의 화살을 노조로 돌려 반사이익을 취하려는 다분히 의도적인 행위”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위클리서울/ 김현수 객원기자

칼 빼든 정부…압수수색 진행, 불법행위 조사결과도 공개

19일 경찰은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산하의 건설노조 8개의 14개 사무실에 수사관을 보내 약 9시간 가량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압수수색 대상은 민주노총 건설노조와 한국노총 건설산업노조 외에도 한국연합, 민주연합, 산업인노조, 건설연대, 전국연합현장, 전국건설노조연합 등이었다.

경찰은 노조가 건설사들을 상대로 노조 전임비 지급, 채용 강요, 금품 갈취 등 불법행위를 계속 이어왔다고 보고 관련 내역이 기재된 회계장부 등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경찰은 지난해 12월8일부터 건설현장에서 발생하는 불법행위에 대한 특별 단속을 이어온 바 있다.

같은날 국토교통부도 2주간 민간 12개 건설협회를 통해 진행한 ‘건설현장 불법행위 피해사례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해당 내용에 따르면, 총 290개 업체가 불법행위를 신고했으며 이중 133개 업체는 부당금품을 지급한 계좌내역 등의 입증자료를 보유하고 있었고 84개 업체는 이미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한 상태였다.

불법행위는 전국적으로 총 1494곳의 현장에서 발생됐으며 수도권이 681곳, 부산·울산·경남권이 521곳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사실상 이 두지역에만 불법행위 신고의 80%가 집중된 셈이다.

불법행위를 유형별로 보면 타워크레인 월례비 요구와 노조 전임비 강요 신고 등이 가장 많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월례비는 건설사가 타워크레인 조종사에게 급여 외 별도로 월 500만원에서 1000만원씩 관행적으로 주는 돈인데, 이를 주지 않으면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아 공사지연 사태로 이어지는 만큼 건설사들이 울며겨자먹기로 지급해왔다. 전체 2070건 중 월례비 요구는 1215건이었다.

노조 전임비는 전체 2070건 중 567건이었는데, 이는 노사협상 등을 전담하는 전임자에게 활동비 명목으로 회사가 지급하는 돈을 말한다. 해당 돈을 지급하지 않으면 확성기를 틀어놓는 등 각종 업무방해 행위를 일삼는 바람에 이 역시도 기업들이 할수 없이 지급해왔다는 설명이다.

이외에도 노조원 채용을 강요하거나 ‘노조발전기금’이라는 명목으로 노조 운영비 지원을 강요하는 행위 등도 있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모두 부당한 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피해액을 제출한 118개 업체는 3년간 무려 1686억원의 피해액이 발생했다고 답변했다. 개별적으로 보면 적게는 600만원에서 최대 50억원까지의 피해 규모가 발생했는데 이는 업계 자체 추산액을 제외하고 입증자료를 통해 계산한 결과물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민간 건설사가 건설노조의 불법행위에 속절없이 끌려가고 보복이 두려워 경찰 신고조차 못 했다”며 “이제는 법과 원칙으로 노조의 횡포와 건설사의 자포자기, 솜방망이 처벌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끊어내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위클리서울/ 민주노총 홈페이지

반발하는 노조 “의도적 압수수색”…건설사들은 눈치보기

정부가 건설사 노조들을 상대로 강제수사를 진행함과 동시에 불법행위 조사결과를 발표하며 여론전에 나서자, 한국노총‧민주노총 등 양대 노총도 거세게 반발하는 모습이다.

한국노총 이지현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이번 건설노조에 대한 압수수색은 노동조합을 비리집단으로 몰아 국민적 공분을 일으키고, 정부로 향한 비난의 화살을 노조로 돌려 반사이익을 취하려는 다분히 의도적인 행위”라며 “각종 건설사 비리에는 눈감고 노동자 때리기나 하는 정부의 꼴이 볼썽사납다”고 날을 세웠다.

민주노총 산하 건설노조의 장옥기 위원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정권이 건설자본 편에 서서 헌법에 보장된 정당한 노조 활동을 불법으로 몰고 있다”며 오히려 건설자본의 불법행위로 매년 600명의 건설노동자가 죽음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반발했다.

건설사들의 눈치보기도 변수 중 하나다. 정부에서는 건설사들에게 불법행위 신고에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요청하지만, 정작 업체들은 보복이 두려워 신고를 주저하는 상황이다.

실제로 매일경제가 입수해 공개한 대한건설협회 자료에 따르면, 많은 건설업체들이 노출로 인한 보복을 두려워하는 상황이며 신고해봤자 더욱 큰 보복을 당하기 때문에 신고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난 6일에서 9일 사이 201개 종합건설업체에 건설노조 불법행위 신고 관련 긴급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40%에 달하는 80곳이 ‘신고하지 않겠다’고 응답했고 ‘노출로 인한 보복 두려움’이라 응답한 업체가 58곳(48%)으로 가장 많았다.

다만,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는 건설노조 불법행위 근절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어느때보다 강한 만큼 이번 기회에 아예 건설노조들의 불법행위를 뿌리 뽑아야 한다는 입장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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