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케어 “디스펜서 유사해” vs 롯데 “사실 아냐” 공방

[위클리서울-방석현 기자] 롯데헬스케어가 스타트업인 알고케어의 기술을 도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개인 맞춤형 영양제를 제공하는 시스템, 디스펜서(기기) 디자인과 구조 등이 유사하다는 것. 알고케어는 롯데헬스케어와 투자 협력을 목적으로 사업 논의를 한 바 있으며, 이때 회사의 아이디어를 롯데 측이 탈취한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헬스케어 측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하고 있다. 개인 맞춤형 건강기능식품 제공은 헬스케어 산업이 롯데그룹 차원의 신성장 동력으로 선정된 시점부터 아이디어를 갖고 있던 사업으로 알고케어와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 사건은 중소벤처기업부가 조사에 나서면서 현재 일이 커졌다. 중기부는 새 정부 들어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의 기술 보호에 앞장서고 있다. 해당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기술 침해 행정조사 전담 공무원과 대중소기업협력재단 소속 전문가인 변호사를 파견해 피해 상황을 확인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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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 2023’에서 비슷한 제품이?

이번 사건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3’를 통해 시작됐다. 알고케어에 따르면 이 기업은 CES 2023 K-스타트업관에서 제품을 전시하고 있었는데, “이거 똑같은 거 보고 왔는데?”, “이거 롯데에서 하는 거랑 같은 거죠?”라는 관람객들의 반응을 듣게 됐다.

이에 같은 날, 같은 행사장에서 전시를 하고 있던 롯데헬스케어 부스를 찾아갔고 그곳에서 알고케어의 아이디어를 그대로 베낀 ‘캐즐(Cazzle)’을 발견하게 됐다고 한다. 캐즐은 ‘퍼즐을 맞추듯 흩어져있는 건강정보를 모아 고객의 건강생활을 향상시킨다’는 의미로 진단과 개인별 추천을 통해 구매까지 이어지는 헬스케어 전문 플랫폼이다.

알고케어에 따르면 당사와 롯데헬스케어는 지난 2021년 9월, 사업 협력을 하기 위한 미팅을 몇 차례 진행한 바 있다. 당시 롯데헬스케어는 “제품을 개발할 생각은 전혀 없고 롯데헬스케어 플랫폼에 알고케어 제품을 도입하고 투자도 하고 싶다”며 “절대 따라할 생각 없으니 걱정말고 이야기 하라”며 알고케어가 개발 중이던 맞춤형 영양제 디스펜서 제품과 사업 전략 정보를 획득했다.

정지원 알고케어 대표는 “롯데헬스케어는 나중에 말을 바꿔 ‘알고케어에 라이선스피를 줄테니 롯데헬스케어에서 론칭할 자체 제품을 만들겠다’고 요구했다”며 “알고케어의 제품과 사업모델을 본 후 생각보다 더 마음에 들자, 자신들이 직접 하겠다고 마음이 바뀐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알고케어는 다른 조건은 받아들일 수 있으나 소비자에게 알고케어라는 브랜드로 판매가 돼야 한다고 말했고, 이러한 이유로 협력 논의는 끝났다”고 덧붙였다.

이후 롯데헬스케어의 한 직원이 알고케어 제품 사진을 사용해 규제에 걸리는지, 사업이 가능한 지를 국민신문고에 질의한 사실도 드러났다. 그때 알고케어의 정지원 대표가 “알고케어랑 똑같은 거 하시려고 하느냐”고 따지자, 롯데헬스케어 측은 “그런거 아니다”라며 알고케어의 ‘카트리지 형태’ 디스펜서 모델을 따라 하지 않을 것임을 재차 확인했다.

그렇게 끝난 줄 알았으나, 2년 뒤 CES 2023에서 두 회사의 악연은 다시 이어지게 됐다. 알고케어는 롯데헬스케어가 부스에서 공개한 캐즐이 자사 아이디어를 탈취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제품 소개부터 여러 슬롯의 카트리지를 위에서 아래로 꽂아놓는 구조, 카트리지의 결합유닛 장치의 구조와 원리, 디스펜서의 콘셉트와 디자인, 알록달록한 영양제 조합의 모습까지 전부 베꼈다는 것.

알고케어 측은 “당사가 개발하고 있던 시제품을 직접 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다”며 “세계 최대 소비자가전 박람회인 CES에서 3년 연속으로 혁신상을 받은 것 또한 이러한 이유”라고 말했다.

알고케어는 올해 3월 해당 제품을 공식 론칭할 예정이다. 이에 공정거래법 및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으로 판단해 롯데헬스케어를 상대로 법적 조치를 진행하고 있다.

정 대표는 “사업 아이템을 절대로 따라 하지 않을 거라고, 이런 거 비슷하게 할 생각이 없으니까 편하게 이야기하라고 수차례 안심시키던 말을 믿고 안일하게 대처했던 점이 후회되고 큰 좌절을 느낀다”며 “특히 저를 믿고 따라주는 알고케어 팀원들에게 너무나 미안한 마음”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CES 2023 롯데헬스케어 부스에서 알고케어와 똑같은 콘셉트 제품이 몇 배의 전시 규모로서 홍보되는 것을 보며 이루 말할 수 없는 상실감과 좌절을 느꼈다”며 “이 같은 행위는 법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롯데헬스케어 “아이디어 탈취 사실 없어”

알고케어의 이 같은 주장에 롯데헬스케어 측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기존에도 개인별 유전자분석, 검진 정보 및 문진 등으로 얻은 정보를 통해 맞춤형 건강기능식품, 식단, 운동, 상품 등을 추천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는 헬스케어 토털 플랫폼 사업을 이미 계획하고 있었다는 것.

이중 개인별 최적화된 건강기능식품 추천의 방법으로 디스펜서 형태를 검토하던 중 2021년 9월부터 알고케어와의 사업 협력을 위해 논의과정을 거쳤고, 당시 양사의 이해관계가 최종적으로 부합하지 않아 협의가 결렬됐다고 설명했다.

롯데헬스케어 관계자는 “향후 헬스케어 플랫폼에 맞춤형 건강기능식품 추천 기능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유지하며, 롯데 계열사 캐논코리아와 협력해 자체 제작 앞두고 있었다”며 “캐논코리아는 2018년부터 글로벌 시장에서 선보였던 다양한 건강기능식품 디스펜서들과 현재 약국에 있는 의약품 디스펜서, 자체 복합기 카트리지 기술 등을 참고해 롯데헬스케어 사업 목적성에 맞는 개방형 디스펜서 개발을 앞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알고케어 디스펜서는 자사 건기식만 사용해야 하는 폐쇄형이다”라며 “알고케어의 디스펜서는 시중에 나와 있지 않기 때문에 참고할 수 없었으며, 알고케어 주장대로 한번 보고 설명을 듣는 정도로 기술을 탈취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또 개인 맞춤형 영양제가 사출되는 디스펜서 사업모델은 이미 2020년 CES에서 ‘Nutricco(이스라엘 회사)’가 발표한 범용적인 사업모델로, 알고케어 고유의 모델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알고케어가 유사하다고 지적한 카트리지 제품 역시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는 매우 일반적인 기술이며, 롯데헬스케어 제품은 카트리지 리필이 지원된다는 점에서 차별점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롯데헬스케어 관계자는 “알고케어로부터 어떤 자료나 정보(도면 등) 제공 받은 사실 없다”며 “알약 토출 기능의 로터는 자체연구 통해 개발했으며, 특허 출원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알고케어 법적 대응과 중기부 제보 사항에 대해 성실히 소명 예정이며,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발전을 위해 스타트업들과 지속 협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기부 “대기업 아이디어 탈취 피해 구제 할 것”

이번 사건에 대해 정부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어, 두 기업의 공방에 귀추가 주목된다. 정부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 이후 기술 탈취로 인한 중소기업과 스타트업 피해를 신속하고 실질적으로 구제하기 위해 ‘중소기업 기술 탈취 근절’을 국정과제로 정해 추진 중이다.

이 과제로 기술 탈취 피해 구제 실효성 제고를 위해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강화하고 법원 자료요구권 실절 등 법 제도를 정비하고 있다. 기술 보호 선도기업 육성, 정책보험 및 법무 지원 확대 운영 등 중소기업 기술 보호에 실질적 도움이 되도록 실효성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중기부 측은 해당 사건을 언급하며 “대기업이 투자 및 사업 협력을 제안하며 접근한 뒤 사업 정보를 요구하는 방식으로 스타트업의 아이디어를 빼내 유사 상품을 내놓았다는 의혹이 있다”며 “사건을 인지한 즉시 기술 침해 행정조사 전담 공무원을 대중소기업협력재단 소속 전문가(변호사)를 파견해 중소기업의 피해 상황을 확인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중기부는 해당 사건을 조사하고 피해 사실이 입증될 경우 알고케어가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중기부 측은 “중소기업 피해 상황에 따른 법적 대응 수단을 전문가를 통해 컨설팅하고, 우리부 및 타부처의 피 해구제 지원 수단도 종합적으로 안내할 것”이라며 “피해기업이 기술 침해 행정조사와 기술분쟁조정을 신청할 시 신속히 조정이 성립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조정불성립 시 소송비용도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피해 기업의 아이디어 탈취 대응을 위해 디지털포렌식을 통한 증거자료 확보, 법무지원단을 통해 중소기업 기술 보호와 관련한 법령상의 위법 여부 및 신고서 작성 등을 지원할 예정”이라며 “기업요청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 특허청 소관 부처 신고를 위한 법률 자문도 지원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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