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개시 조항 신설 등 법률규정 재정비 해야

ⓒ위클리서울/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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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서울=방석현 기자] #여성근로자 A씨는 자녀의 질병으로 육아휴직이 필요한 상황이 발생해 휴직 30일 이전에 신청서를 작성해 사업주에게 제출했다. 그러나 회사는 인력부족을 이유로 육아휴직에 대한 거부의사를 밝혔고, A씨는 육아휴직 자동개시 권한을 법적으로 부여받지 못했다. 이후 A씨는 지원센터의 도움으로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게 됐지만, 사업주가 승인해주지 않던 기간 동안 불안감에 시달렸다.

육아휴직 사용권 보장을 위한 자동개시 조항 신설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 조사관은 최근 보고서에서 “국내법상 육아휴직 신청을 받은 사업주는 근로 기간이 6개월 미만인 근로자를 제외하고 육아휴직 사용을 승인하도록 규정하고 있음에도 사업주가 신청서를 받고도 이에 전혀 반응하지 않는 경우, 근로자는 육아 휴직 사용에 대한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남녀고용과 일·가정양립지원에 관한 법률」19조에 따르면 근로자의 육아휴직 사용권리는 육아휴직을 사용하려는 근로자는 휴직개시예정일 30일 전까지 신청서를 작성해 사업주에게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신청서를 받은 사업주가 자신의 의사를 서면으로 통보해야 하는 명확한 규정이 없어 육아휴직 사용권이 보장되지 못하는 실정이라는 지적이다. 
 
해외에선 육아휴직 자동개시 등의 규정을 명시함으로써 근로자의 육아휴직 사용을 적극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네덜란드에선 법률에 따라 사업주가 육아휴직을 신청한 근로자에게 반드시 서면으로 답변해야 하기 때문에 사업주의 무반응 등으로 인해 원하는 때에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못하거나 사업주의 눈치를 살피는 일은 아예 발생하지 않는다. 캐나다는 육아휴직을 신청자가 육아휴직을 원하는 날짜에 앞서 최소 2주 전 사업주에게 서면으로 육아휴직 개시를 고지해야 한다. 이때 사업주의 승인은 별도로 요구되지 않는다. 스웨덴의 경우 사업주의 승인 없이 근로자의 요청만으로 휴직할 수 있도록 근로자의 자유로운 사용권을 보장하고 있다. 

한편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육아휴직 사용 근로자 수는 17만3631명으로 2010년 7만2967명이에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성별 사용 현황에도 변화가 관찰된다. 2021년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률은 24.1%로 2010년 2.7%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대폭 늘었다. 반면 여성의 사용률은 2010년 97.3%에서 2021년 75.9%로 감소했다. 

육아휴직 사용자는 소속 기업 규모에 따라서도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난다.

육아휴직을 사용한 근로자 대부분이 종사자 규모 300명 이상의 기업체 소속인 것으로 조사됐다. 육아휴직을 사용한 부의 71%가 종사자 규모 300명 이상인 기업에 소속돼 있고, 4명 이하 기업에 소속된 비율은 3.2%에 그쳤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 조사관은 “남녀고용평등법은 근로자의 육아휴직 신청을 사업주가 허용해야 함을 규정하고 있으나, 사업주의 의사표시가 없는 경우에 대해선 명확한 규정이 없기 때문에 사업주가 근로자의 육아휴직 사용을 막거나, 근로자의 육아휴직 시기를 변경하거나 연기하는 편법으로 사용될 우려가 있다”라며 “근로자의 34.5%가 육아휴직 신청에 부담을 느끼거나, 신청하기 어려운 여건에 놓여 있다고 응답해 육아휴직 사용이 근로자의 권리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육아휴직 사용이 직업적 안정성에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도록 하는 법률 규정에 대한 재정비도 필요하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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