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서울=방석현 기자] 코로나19 사태가 불거진 이후 지금까지 시중은행들은 단축영업을 이어왔다. 원래는 9시부터 4시까지가 영업시간이지만, 9시30분부터 3시30분까지로 늦게 출근하고 일찍 퇴근하는 단축영업을 해온 것이다.

하지만 정부에서 30일을 기점으로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한다고 밝히면서, 변화가 일고 있다. 당장 사용자 측에서는 방역지침이 바뀐 만큼 영업시간 단축 유지 합의도 해제돼 코로나19 이전처럼 영업시간을 정상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노조에서는 사용자 측이 독단적으로 내린 결정이라 반발하고 있다.
 

ⓒ위클리서울/ 이주리 기자(금감원 사진), 각사

은행들, 마스크 착용 의무 완화에 ‘영업시간 정상화’

지난 25일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는 시중은행을 포함한 회원사들에 영업시간 정상화 관련 안내 공문을 발송했다. 공문은 ‘30일 실내 마스크 의무가 해제되면 영업시간 단축 유지 합의도 해제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저축은행중앙회에서도 같은날 저축은행 회원사 79곳에 “30일부터 코로나19 확산 이전과 같이 영업시간이 정상화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이때문에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등 대부분의 은행들이 코로나19 이전 시스템으로 복귀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강화되자, 은행들은 노사 합의를 거쳐 지난해 7월부터 영업시간을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에서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3시30분까지로 1시간 줄였다.

물론 엔데믹 분위기 속 실내 마스크 의무가 해제되진 않았지만, 많은 곳에서 일상회복이 이뤄지고 재택근무자들도 복귀하는 분위기가 이어졌지만 금융노조는 영업시간 변경은 노사 협의가 필요하다며 단축영업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노조의 버티기 속 소비자단체들은 안 그래도 점포수가 줄어든 상황에서 영업시간까지 단축돼 손님이 몰리는 바람에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소비자들의 항의에 금융당국 역시도 영업시간 정상화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은행들을 향한 압박을 이어왔다.

실제로 지난 5일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KB국민은행의 남대문종합금융센터를 방문한 자리에서 “은행 영업시간 정상화 복원이 국민 정서에 부합한다”며 “은행 영업시간 정상화는 국민생활 불편 해소 측면에서뿐 아니라, 서비스업으로서의 은행에 대한 인식 제고와 비정상의 정상화 차원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10일에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임원회의에서 코로나19 거리두기 해제로 국민들의 경제활동이 정상화되고 있지만 은행의 영업시간 단축이 지속되면서 국민들의 불편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꼬집으며 “은행 노사 간 원만한 협의를 통해 영업시간이 하루속히 정상화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일반 국민들도 불만을 쏟아내고 있는 실정이다. 은행들이 금리상승기에 대출금리는 발빠르게 올렸으면서 정작 소비자 편의와 직결되는 영업시간 정상화에는 미적대고 있다는 것이다. 금리 부담으로 한계에 다다른 이들을 중심으로는 자신들 편하자고 국민들은 나몰라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반발하는 노조 ‘노사합의’ 언급 속 명분 불투명

하지만 노조에서는 사용자 측의 영업시간 정상화 움직임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영업시간 정상화를 위해서는 노조원 설득과 노사 합의가 필수적이라면서 영업시간을 오전 9시30분터 오후 4시까지로 30분 확대하는 방안을 절충안으로 제시했다.

영업시간 정상화를 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 이렇다할 명분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고객 불편 지적과 관련해서도 영업시간이 문제가 아니라 은행들이 점포수를 많이 줄인 탓이 크다는게 노조의 입장이다.

이들은 지난해 10월 노사가 ‘근로시간 유연화, 주 4.5일 근무제, 영업시간 운영방안 등의 논의를 위한 노사 공동 TF를 구성해 성실히 논의한다’는 내용에 합의해놓고 독단적으로 행동하고 있다고 날을 세우는 상황이다.

사측과 노조 입장이 계속해서 평행선을 달리자, 금융당국에서는 재차 중재에 나서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26일 서울 종로구 생명보험교육문화센터에서 열린 보험사 CEO와의 간담회 이후 “상식적인 선에서 볼 때 코로나19를 이유로 줄어든 영업시간 제한을 정상화하는 것에 대해 다른 이유로 반대한다면 국민 대다수가 수긍하거나 이해할 수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노조가 계속해서 명분없는 반대를 지속한다면 ‘강력 대응’ 하겠다는 초강수도 등장했다. 이 원장은 “사측에선 법률 검토를 거쳐 정상화 입장을 정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금융노조의 적법하지 않은 반발에는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예고했다. 노조의 주장에 힘없이 끌려가지는 않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윤석열 정부에서는 다양한 업종에서 노조와 대립각을 세우며 사용자 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상황이다. 만일 금융노조가 영업시간 정상화를 반대하며 단체행동에 나선다면 정부에서도 가만히 있지 않고 법적대응에 나설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노조 역시 섣불리 움직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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