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강 구도’ 긴장감

[위클리서울=이주리 기자] 나경원 전 의원의 불출마 선언으로 집권여당의 3·8 전당대회 구도가 들썩이고 있다. 김기현 의원과 안철수 의원의 양자 대결로 좁혀지는 분위기 속에서 양측 모두 불출마를 선언한 나 전 의원의 지지층을 흡수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분위기다.
김-안 의원 측은 나 전 의원의 불출마 선언을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며 나 전 의원측이 내심 자신들을 지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전당대회 참석이 예상되는 가운데 치러지는 이번 대결에서 누가 마지막에 웃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새로운 분위기 속에서 경쟁을 시작한 여권 내 분위기를 살펴봤다.

 

ⓒ위클리서울/ 김현수 객원기자

저마다 자기가 유리하다는 입장이다.

김 의원측은 최근 나 전 의원의 불출마 이후 김 의원 캠프 캐치프레이즈를 '영원한 당원'으로 변경했다. 나 전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며 '영원한 당원'을 강조한 것에 대한 적극적 고려로 풀이된다.

김 의원측은 나 전 의원이 영원한 당원을 강조한 것이 안 의원과 같이 외부에서 합당 등을 통해 들어오거나 탈당 등을 하지 않은 김 의원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힌 것으로 해석했다.

김 의원은 한 방송에서 “저하고 오랫동안 정치적 행보를 같이하고, 정치적 지향성, 가치관도 유사하다. 한 번도 탈당하지 않고 보수정당을 지킨 영원한 동지"라며 "영원한 당원 동지로서 해야할 역할 을 서로 나누고, 공유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한 마음을 가지고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측은 현재 취약 계층으로 분류되는 수도권과 2030 당원 표심 확보를 위해 준비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실시한 엠브레인퍼블릭이 YTN 의뢰로 지난 22~23일 전국 18세 이상 2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김 의원의 20대 지지는 4.8%, 30대는 12.5%에 그쳤다. 반면 안 의원은 같은 구간에서 각각 30.9%, 31.3%를 지지를 얻었다. (더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참조)

40대와 50대, 수도권에서는 김 의원이 안 의원을 앞섰지만 표심 확장이 필요한 상황이다. 나 전 의원을 지지했던 20대(7.8%), 30대(8.6%)를 흡수해야만 기존 고연령층을 지지층을 기반으로 안 의원과 양자대결 구도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셈이다.

이에 김 의원측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당원 접촉을 확대하는 한편, 2030 당원 표심 확보를 위한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를 지지를 표시했던 청년들을 캠프에 영입하는 준비도 하고 있다.
 

안철수 의원 ⓒ위클리서울/ 김현수 객원기자

‘신경전’ 가열

안 의원측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수도권을 기반으로 자신의 고향이자 김 의원의 지지층이 있는 부산·경남과 대구·경북 당원 표심 및 주요 인사들의 영입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안 의원측 관계자는 "부산·경남과 대구·경북 밑바닥 정서는 나 전 의원을 주저앉힌데 대해 굉장한 불만과 부당함이 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나 전 의원이 불출마 선언을 하며 "낯선 당의 모습"이라고 언급한데 대해 완곡하고 정제된 표현이었지만 초선 의원들이 한때 당을 이끌었던 중진 리더를 겁박한데 대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수도권 당 대표 후보가 나와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기 때문에 나 전 의원 측 지지자들도 고민이 있겠지만 자연스럽게 안 의원쪽으로 유입되지 않겠느냐는 해석이다. 안 의원측은 현재 경남과 부산에서 나 전 의원을 지지했던 인사들 가운데 일부가 안 의원 캠프에 합류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설명했다.

안 의원 캠프 선대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영우 전 의원은 나 전 의원의 불출마에 대해 "도움이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다"며 ”정권교체를 하고 나서 지금까지 우리 당이 보여준 모습이 너무나 심했다. 윤핵관 프레임에 갇혀서, 김장연대다 뭐다 해서 이런 상황에서 '나 전 의원이 결국은 무릎을 꿇었구나, 이건 아니다' 이런 생각을 하시는 분들은 또 우리 후보 쪽에 표를 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나 전 의원을 향했던 수도권과 비수도권 표심이 분명하게 엇갈리며 각각 안 의원과 김 의원에게 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어느 후보에게 표심이 쏠리는 상황은 없을 것이라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무엇보다 이번 전대의 최대 변수는 양측의 양강 구도가 확고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김 의원측은 나 전 의원의 지지층, 즉 '정통 보수층'의 표가 자신에게 향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분위기가 크다. 반면 안 의원측은 "안타깝고 아쉽다"면서도 수도권 표심이 자신에게 이동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김 의원과의 양자 대결 여론조사에서 안 의원이 우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자신감의 근거다. 안 의원측은 “다자구도에서 안 의원이 열세이더라도, 양자 대결로 좁힌 결선투표에서 안 의원이 우세하다면, 결국 다자구도에서 상당 비중을 차지한 나 전 의원에 대한 표심의 향방을 보여준다"며 "여기서 우세하다는 것은 결국 나 전 의원에 대한 지지층이 상당 부분 안 의원을 향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심’ 논란 수습 여부

이런 상황에서 결국 ‘윤심’이 결정적인 키를 쥐고 있다는 전망이 적지 않다. 아직 한달여의 시간이 남은 가운데 ‘윤심’ 논란을 어떻게 수습하느냐가 관건이라는 얘기다.

김 의원은 이와 관련 나 전 의원에 대해 ”영원한 당원 동지”라며 “뿌리를 같이 하는 사람끼리 서로 마음을 맞추기가 좋다”고 말했다. 자신이 ‘공포정치를 한다’고 비판한 안 의원에 대해서는 “적반하장”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로 인한 신경전도 뜨거워지고 있다. 김 의원은 “누가 공포정치를 하는지 모르겠지만, 안 의원 같은 경우 다음 대선을 나가겠다고 공개적으로 행보하고 있다. 그런데 대선에 나가겠다는 분들이 공천 과정에서 사천을 하거나 낙하산 공천을 하는 사례가 많았다”고 공세를 취했다.

안 의원은 김 의원이 자신을 향해 ‘철새 정치’라고 한 부분을 되받아쳤다. 그는 “지난번 서울시장 선거 때 열심히 도운 게 잘못된 것이었다는 그런 말씀 아닌가. 제가 대통령과 함께 단일화를 해서 정권 교체를 한 것도 잘못이었다. 그런 말씀 같다”고 에둘러 비판했다.

한편 이런 상황 속에서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 지도부와의 오찬 회동에서 “가서 꼭 참석하고 인사하겠다"고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친윤 핵심인사로 꼽히는 권성동 의원에 이어 나 전 의원이 전당대회 변수로 떠오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불출마를 선언한 권 의원은 장제원 이철규 의원 등과 함께 친윤 핵심인사로 꼽힌다.

나 전 의원은 불출마를 선언하며 ”전당대회에서 내가 역할을 할 공간은 없다"고 거리두기를 강조했다. 그러나 이후 행보에 따라 결정적인 열쇠를 쥐고 있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김 의원은 연대에 대해 "모든 후보와 연대하고 포용하고 탕평해나갈 것이라고 여러 차례 천명했다"며 "그 원칙을 잘 지켜나갈 것이고, 나 전 의원도 훌륭한 자산이기 때문에 당연히 함께 손잡고 가야할 영원한 동지"라고 거듭 강조했다.

안 의원은 "나 전 의원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조금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답을 받았다"라며 "아무래도 시간이 필요하지 않겠나. 어느 정도 정리가 되면 한 번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양강 구도 속에서 치러지는 집권여당의 새로운 선장이 누가 될지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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