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방비 폭탄 이어 ‘더 큰 먹구름 몰려온다’
난방비 폭탄 이어 ‘더 큰 먹구름 몰려온다’
  • 이주리 기자
  • 승인 2023.01.27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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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 달래기 나선 정부

[위클리서울=이주리 기자] 심상치 않은 난방비 민심에 화들짝 놀란 청와대와 정부가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정부는 올겨울 취약계층 난방비 지원을 위해 에너지바우처 지원과 가스요금 할인 폭을 각각 두 배씩 확대키로 했다. ‘난방비 폭탄’ 논란이 거세지자 정부는 취약계층의 난방비 부담을 낮추는 방식으로 진화에 나선 것이다.
정부는 기초생활수급 가구 등 더위·추위 민감 계층 117만 6000가구에 지원되는 에너지바우처 금액을 15만 2000원에서 30만 4000원으로 두 배 인상키로 했다. 정부는 또 한국가스공사가 사회적 배려 대상자 160만 가구에 대한 도시가스 요금 할인 폭을 올겨울에 한해 두 배 높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전현직 정권간의 책임공방도 뜨겁다. 하지만 정작 현실로 직면하고 있는 서민들의 체감 겨울은 차갑게 얼어붙고 있다.

 

ⓒ위클리서울/ 디자인=이주리 기자

난방비 인상을 비롯한 국내외 경제의 변화가 심상치 않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최근 난방비가 크게 오른 이유는 지난 몇 년 동안 인상 요인이 있었음에도 요금인상을 억제했고, 2021년 하반기부터 국제천연가스 가격이 같은 해 1분기 대비 최대 10배 이상 급등한 데 기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어려운 대외 여건에서 에너지 가격 현실화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면서 “정부는 국민의 부담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정책적 노력을 최대한 기울여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번 취약계층 난방비 추가 지원에 들어가는 예산은 1800억원이다. 이 중 1000억원은 예비비에서, 나머지 800억원은 기정예산(국회에서 이미 확정한 예산)에서 각각 끌어와 쓰기로 했다. 정부는 다음 주 국무회의를 열어 관련 예산 지원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동절기 이후 가스 요금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적정 시점에 적정 수준의 가스 요금 조정 문제를 검토할 것”이라며 “국제시장에서 우리가 수입하는 천연가스 가격은 굉장히 높은 수준으로 올라가 있고 가스공사의 누적된 적자도 숙제”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실이 난방비 급등과 관련해 에너지 바우처 지원과 가스 요금 할인 등 대책을 내놨다. 관련 부처보다 먼저 대통령실이 정부 정책을 발표한 것이 눈에 띈다. 설 연휴 기간 최대 이슈였던 ‘난방비 폭탄’ 여론이 악화할 조짐이 보이자 대통령실이 선제적으로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네 탓’ 공방

대통령실은 난방비 급등의 원인으로 대외 여건과 함께 전 정부의 요금인상 억제 정책을 꼽았다. 최 수석은 “지난 몇 년간 인상 요인이 있었음에도 요금 인상을 억제했다”며 “2021년 하반기부터 국제 천연가스 가격이 2021년 1분기 대비 최대 10배 이상 급등한 데 기인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가스 요금 인상이 불가피해 2022년 인상 요인을 일부 반영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전 정부의 에너지 정책에 대한 아쉬움도 나타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국제적으로 에너지 가격이 오르고 있어 지난 몇 년간 높은 에너지 가격에 적응할 수 있도록 가격을 현실화해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미흡했던 측면이 있다”며 “에너지 소비 구조를 바꿔야 하는 과제가 있다”고 말했다.

당정도 보조를 맞췄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가스 원가가 10배 이상 올랐는데 공급 가격을 인상하지 않아 가스 공사가 적자를 입고 있다"면서 "결국 문재인 정권의 에너지 포퓰리즘 폭탄을 지금 정부와 서민들이 그대로 뒤집어쓰고 있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과 정부는 조만간 당정 협의회를 통해 지원 방안을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주 원내대표는 "당장 추경은 어려운 일이지만 예비비나 이·전용이 가능한 재원을 사용해서라도 에너지바우처 단가를 30만 원 정도로 올려서 서민들의 부담을 대폭 줄여주길 바란다"면서 정부의 에너지바우처 지원 확대 대책의 신속한 집행을 주문했다.

난방비 상승으로 국민 부담이 잇따르자 산업통상자원부도 난방비 절감을 위한 난방효율 개선에 나섰다. 산업부는 '난방효율개선지원단 킥오프(Kick-off) 회의'를 최근 개최했다.

난방효율개선지원단(지원단)은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난방비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국민들의 난방비 절감 관련 현장지원을 위해 급히 설치됐다.

산업부, 한국전력공사·가스공사·지역난방공사 등 에너지 공급자와 에너지공단·도시가스협회 등 관련 기관이 참여해 전국 각 지역에서 난방효율이 낮은 단지와 가구를 찾아 개선방안을 컨설팅할 계획이다.

지원단은 참여 기관별 지역사무소를 활용해 전국 17개 광역지자체 단위의 지원팀을 구성하고 난방비 절감을 위한 현장 컨설팅 지원, 공급자별 효율개선지원 안내센터 운영 등을 추진한다.

중앙집중식 난방설비 보유 아파트 중 노후 난방 보일러가 설치된 단지는 보일러와 배관 긴급 점검을 실시하고 운전방법 개선, 가동조건 변경 등 현장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방안과 국토교통부·서울시 등 관계 부처와 협의해 난방효율 개선을 지원하는 방안을 강구할 방침이다.

개별 가구 대상으로는 난방 절약 방법, 보일러 점검 안내와 친환경 보일러 교체 지원금 등 효율개선 사업을 안내하고 저소득층 에너지효율개선사업 등을 단열시공, 고효율 보일러 교체 등 난방 개선에 집중 지원해 난방비 부담을 완화할 계획이다.

가정용 친환경 보일러 교체 시 10만원(저소득층 60만원)을 지원하며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등 사각지대의 저소득가구(연간 3만1천 가구) 대상으로 난방 개선에 지난해(644억원)보다 21.6% 오른 783억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또, 아파트 관리사무소 등에 에너지 절약 정보를 제공하고 개별가정에도 문자발송 등을 통해 효율적 난방 방법을 안내할 계획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난방효율개선지원단을 통해 국민 난방비 절감에 실질적 도움이 되도록 현장 지원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위클리서울/ 김현수 객원기자
ⓒ위클리서울/ 김현수 객원기자

공공요금 ‘줄인상’

하지만 서민들의 시름은 깊어만 가는 분위기다. 이미 ‘난방비 폭탄’에 서민 생활고는 비상음을 올리고 있다. 최근 각 가정에 속속 날아든 지난달 관리비 고지서를 받아든 국민은 피부에 와 닿은 물가 충격에 비명을 지르고 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12월 난방비 폭탄이 전기와 대중교통, 상하수도 공공요금 줄인상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점이다.

가스 가격 인상 효과는 최근 각 세대로 발송된 난방비 고지서에 그대로 반영됐다. 통계청의 소비자물가조사를 보면 작년 12월 도시가스 물가는 1년 전보다 36.2%, 지역난방비는 34.0% 올랐다.

이런 난방비 충격은 다음달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1월은 설 연휴로 집에 머문 시간이 길었던 데다 ‘북극한파’ 등 영하의 기온이 지속돼 난방온도를 더 높여야 했기 때문이다. 이미 비싼 가스요금은 오는 2분기에 또 오른다.

정부는 지난해 말 올해 1분기 전기요금을 올리면서 겨울철 난방비 부담 등을 고려해 가스요금은 동결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 기준 가스공사의 누적 손실액이 약 9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돼 2분기 가스요금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국가스공사 관계자는 “국제유가와 연동되는 LNG 가격 등 여러 요인을 고려해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가스 사용이 줄어드는 겨울이 지나도 에너지값 부담은 올해 쭉 이어진다. 이달 1kWh당 13.1원 인상된 전기료의 추가 인상이 예고돼 있기 때문이다.

한국전력은 지난해 전기요금을 20%가량 인상했지만 지난해 3분기까지 21조8000억원의 적자가 발생했다. 이에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말 국회에 ‘2023년 1kWh당 51.6원 인상’을 골자로 한 ‘한전 정상화 방안’을 보고했다. 1kWh당 기준연료비 45.3원, 기후환경요금 1.3원, 연료비 조정단가 5원을 반영한 것이다. 정부는 이를 단계적으로 반영하기로 하고, 올해 1월 전체 인상 규모의 25%가량인 13.1원 인상을 단행했다. 나머지 38.5원을 올해 말까지 인상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전기·가스 요금과 함께 기타 공공요금도 일제히 오른다. 서울 대중교통 요금은 오는 4월부터 300∼400원 인상이 유력하다. 택시 기본요금도 다음달부터 1000원 인상된다.

서울뿐 아니라 전국 17개 시도 대부분이 택시·지하철·버스 등 대중교통 요금 인상을 이미 결정했거나 검토 중이다. 설상가상으로 각 지자체는 상하수도요금, 쓰레기 종량제 봉투 가격, 주차요금 등 지방 공공요금을 줄줄이 올릴 조짐이다.

여기에 식료품 가격 상승 등 각종 물가도 오를 분위기여서 서민들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정부가 어떤 해결책을 내놓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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