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 내부 갈등 심화…주가는 요동

[위클리서울=방석현 기자] BTS(방탄소년단)의 소속사 하이브가 SM엔터테인먼트 대주주인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의 지분을 사들여, 최대 주주로 올라섰다. 향후 소액주주 지분을 같이 사들여 최대 40% 지분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두 회사가 손을 잡으면 국내 유명 K팝 스타들을 거느린 초대형 공룡 기획사가 탄생하게 된다.

 

ⓒ위클리서울/ 각사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는 현재 SM 내부 경영진 간 갈등을 겪고 있다. 앞서 SM 이성수, 탁영준 공동대표는 지난 3일 팬과 주주 중심의 ‘SM 3.0 시대’를 열겠다고 밝혔다. H.O.T.·보아·동방신기·슈퍼주니어·소녀시대·샤이니 등을 키워낸 시기를 ‘SM 1.0’ 시대, 엑소·레드벨벳·NCT·에스파 등을 추가로 탄생시킨 기간은 ‘SM 2.0’ 시대로 정의했다.

SM 3.0은 이수만 중심의 프로듀싱 체계에서 벗어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는 지난해까지 개인적으로 설립한 라이크기획을 통해 SM엔터 매출의 6%를 수수료로 수취해 총 1600억원을 받아갔다.

소액주주를 대표하는 얼라인파트너스가 이를 지적하자 SM은 이수만 개인 회사인 라이크기획과 지난해 12월 계약을 종료했고, 지난 7일에는 긴급 이사회를 열고 카카오를 2대 주주로 맞이하며 이수만의 영향력을 축소했다.
 

하이브, 이수만 지분 14.8% 4228억원에 인수

입지가 좁아진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는 결국 하이브를 찾았다. 자신의 지분을 시장에 내놓은 2020년 초에는 하이브에게 지분을 매각할 의사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으나, SM과의 갈등이 극으로 치닫자 경쟁사인 하이브의 손을 잡은 것.

하이브는 지난 10일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의 보유 지분 14.8%를 주당 12만원, 총 4228억 원에 인수한다고 공시했다.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의 지분율은 18.46%로 이번 거래를 통해 하이브는 SM 최대 주주가 됐다.

하이브는 SM엔터테인먼트 인수에 대해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와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양사를 세계 대중음악의 게임체인저로 도약시키기 위해 손을 맞잡았다”며 “이를 통해 K팝의 글로벌 경쟁력을 극대화하고, 미래 사업을 위한 라이프 스타일 플랫폼 기업이라는 공동의 비전 달성을 함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방시혁 의장 ⓒ위클리서울/ 하이브

이어 “하이브는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가 지향해 온 메타버스 구현, 멀티 레이블 체제 확립, 지구 살리기를 위한 비전 캠페인과 같은 전략적 방향성에 전적으로 공감했다”며 “당시의 내재 역량을 투입해 글로벌 시장에서 K팝의 위상을 더욱 확대해 나아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하이브는 SM엔터테인먼트의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 선진화에도 적극 협력한다는 방침이다.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는 지분 양도라는 대승적 결단을 내림과 동시에 하이브가 소액주주를 대상으로 진행할 공개매수 계획에도 지지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하이브는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가 지속해서 경영권을 행사한다거나 프로듀서로 SM에 복귀한다는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이수만은 향후 3년간 국내를 제외한 해외에서만 프로듀싱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동시에 3년간 SM 임직원을 고용하거나 SM 아티스트와 계약을 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SM, “하이브 포함 모든 적대적 M&A 반대”

하이브가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의 지분을 인수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자, SM엔터 측은 “하이브를 포함한 외부의 모든 적대적 M&A(인수합병)와 특정 주주·세력에 의한 사유화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SM 측은 “새로운 비전과 미래를 그려 나가는 SM 3.0이 발표되자마자, SM의 치열한 고민과 노력뿐만 아니라 그간 아티스트들과 함께 추구해 온 가치들까지 모두 무시하는 지분 매각 및 인수 시도가 논의되고 있다는 점이 알려지고 있다”며 “팬, 주주 중심 회사로의 전환과 도약을 앞두고 있는 만큼 모든 임직원, 아티스트와 함께 힘을 모아 이번에 보도되고 있는 모든 적대적 M&A에 반대한다는 것을 명확히 말씀드린다”라고 역설했다.

이어 “이수만 최대주주 홀로 매년 영업이익의 상당한 부분(2015년부터 2021년까지 최저 27%부터 최고 199%까지)을 수취하는 구조로 인해 배당 등 주주환원이 진행되지 못했다는 문제제기가 본격화됐다”며 “주주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원점에서부터 객관적인 검토를 진행했고 그 결과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와 계약을 종료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SM 3.0 시대를 통해 새로운 도약을 시작하겠다”며 “한 사람에게 모든 권한과 명예가 집중됐던 과거에서 벗어나,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집단 지성이 모여 함께 아티스트를 성장시키고 그 기쁨과 보상을 함께 나누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덧붙였다.


아티스트-직원 간 의견 차이 분분…내홍 심화

아티스트 일부가 이수만 편에 서면서 내부 갈등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소속 배우인 김민종과 SM 초기 시절부터 함께 해온 유영진 대표 프로듀서가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 편에 서면서다.

배우 김민종은 지난 5일 SM 전 직원에게 메일을 보내 “이수만 선생님과 SM 가족을 위한다는 이성수·탁영준 공동대표는 공표된 말과는 달리 선생님과의 모든 대화를 두절하고, 내부와는 어떤 상의도 없이 일방적인 발표와 작별을 고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두 대표는 SM의 미래를 좌우하는 이 중대한 결정 사항들을 두고 대체 왜 선생님과의 소통을 차단했을까”라며 “무엇이 그렇게 급하고 두려워서 얼라인파트너스와 합의사항에 대한 이사회를 설 명절 당일 오전, 모두가 차례를 지내고 세배할 시간에 야반도주하듯 처리한 것인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배우이자 가수로서, 저를 비롯한 SM의 아티스트들의 활동에는 선생님의 프로듀싱과 감각적 역량이 꼭 필요하다”며 “두 대표가 중심이 돼 진행하는 프로듀싱과 콘텐츠, SM 소속 아티스트들의 활동이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모르겠으나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SM 대표 프로듀서인 유영진 역시 입장문을 발표했다. 그는 “이수만 선생님께서는 지난해 회사와의 기존 계약은 종료했지만, 프로듀서로서 은퇴한다고 말씀하신 적이 없었다”면서 “선생님과 일체 상의 없이 일방적으로 SM 3.0 계획을 발표하고 공개적으로 작별 인사까지 한 것은 제게 매우 충격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SM이 K팝의 과거와 현재를 선도해 올 수 있었던 것도, 지난 몇 년 동안 SM이 변화하는 미래에 대비하는 K팝을 준비해 온 것도 이 선생님의 선구안이 큰 역할을 했다”며 “이수만 선생님의 프로듀싱이 없는 SM은 진정한 SM이 아니다. 선생님의 뜻을 따를 것이며 이성수 대표께도 제가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함께 할 수 없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 SM 게시판에 올라온 글들은 대체로 ‘SM 3.0’ 발표를 지지하는 분위기다. 회사에 변화가 필요하고 이수만 프로듀서가 박수 칠 때 물러나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SM 쟁탈전에 요동치는 주가

하이브가 SM을 인수하기로 하면서 관련 회사들의 주가는 요동쳤다. 인수가 발표된 10일 SM은 전 거래일 대비 1만6200원(16.45%) 오른 11만4700원에 마감됐다.

하이브는 장중 한때 21만8500원까지 뛰었으나, 자금 마련에 대한 부담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오후 들어 전 거래일 대비 1.5% 하락한 19만5300원으로 마감됐다. 카카오는 4.65% 하락한 6만7600원으로 마감돼 시가총액 1조원이 증발했다.

이화정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수만-하이브 연합이 만들어지게 된 계기는 현재 SM 최대주주 이수만이 이사회-카카오-얼라인 연합과의 지분 경쟁을 위해 우군 확보가 시급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지난 9월 말 기준 하이브의 자금 여력과 향후 해외 레이블 인수 계획 등을 고려하면 SM 지분 40%를 인수하기 위한 자금은 비교적 부족하다”며 “이후 신주발행 등 추가적인 자금조달이 동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연구원은 “10% 수준의 신주 발행으로 일부 희석이 발생한다 해도 현재 SM의 펀더멘털을 고려할 때 하이브 입장에서는 40~50% 수준의 영업이익 성장, 15~25% 수준의 EPS(주당순이익) 성장이 가능하다”며 “희석에 대한 실보다는 오히려 득이 많다”고 평가했다.

그는 “하이브는 SM 지분 인수 완료 시, 명실상부 K팝 1군 지적재산권(IP)을 모두 확보한 최대 사업자로서의 지위가 공고해질 것”이라며 “K팝부터 힙합까지 마니악한 장르에서 대중적인 장르까지 음악 시장 전반을 아우르는 글로벌 최대 엔터테인먼트 플랫폼 통합 사업자로서의 서막이 열린다. 풍부해질 IP를 통해 더욱 다양한 수익 모델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재 하이브에는 BTS를 비롯해 산하 레이블에 세븐틴,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엔하이픈, 르세라핌, 뉴진스 등이 소속돼 있다. SM에는 강타, 보아,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샤이니, 엑소, NCT, 에스파 등이 소속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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