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매모호한 ‘불리한 처우 규정’에 피해자 양산

©위클리서울/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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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서울=방석현 기자] 유제품 가공사 남양유업의 광고팀장으로 근무하던 A씨는 2015년 육아휴직 사용 후 2016년 복직했지만 1주일간 업무를 부여받지 못하고 사측으로부터 권고사직을 권유받는다. A씨가 응하지 않자 사측은 A씨를 2019년 1월 원당 물류센터, 8월 천안 공장으로 발령 냈는데, A씨는 이후 회사를 상대로 부당인사발령구제신청을 한다. 이에 지방노동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는 부당전보가 아니라 판정했고 A씨는 중노위원장을 상대로 소송을 냈지만 3심까지 간 대법원 판결에서 결국 패소했다. 

국가적 난제인 저출산 문제 해소 방안으로 육아휴직 활성화가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 근로자들은 육아휴직 사용이 초래할지 모를 불이익 조치를 우려하고 있어 아직 갈길이 멀어 보인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사업체의 근무하는 직작인 27.8%가 육아휴직을 ‘전혀 활용할 수 없다’고 답변했는데 그 이유로는 ‘사용할 수 없는 직장분위기나 문화 때문’이라는 답변이 49.6%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다음으로 ‘동료 및 관리자의 업무가중’이 23.3%, ‘대체인력을 구하기 어려워서’가 9.3%, ‘추가인력 고용으로 인한 인건비 부담’이 7.7%였다.

가장 높은 응답률을 보인 “직장분위기나 문화 때문”이라는 답변에는 신청 시 눈치가 보인다는 의미뿐 아니라, 육아휴직 사용 이후 불이익 처분을 받을 것에 대한 우려와 부담이 포함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 때문에 육아휴직 사용 이후 근로자의 권리가 침해당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남양유업의 판결에서 대법원이 주목했던 점은 육아휴직 복귀 이후 A씨의 광고팀원 발령이 ‘불리한 처우’가 아니였다는 것이다. 

「남녀고용평등법」19조 3항에 따르면 사업주가 육아휴직을 이유로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동법 37조 2항은 19조 3항을 위반해 육아휴직을 이유로 해고하거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하거나, 사업상의 사유가 없음에도 육아휴직기간 동안 해당 근로자를 해고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불리한 처우’에 대한 구체적 규정이 없어, 같은 조항을 기준으로 다른 내용의 판결이 내려지고 있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국회는 법 개정을 통해 그간 불분명했던 ‘불리한 처우’의 개념을 보다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으며 자녀를 돌보는 근로자의 돌봄권을 보장하려는 정부의 노력이 근로자의 당연한 권리가 자유롭게 향유될 수 있는 사회·문화적 인식 개선에도 집중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육아휴직은 사업주 거부 시엔 쓸 수 없기 때문에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국내법상 육아휴직 신청을 받은 사업주는 근로 기간이 6개월 미만인 근로자를 제외하고 육아휴직 사용을 승인하도록 규정하고 있음에도 사업주가 신청서를 받고도 이에 전혀 반응하지 않는 경우, 근로자는 육아 휴직 사용에 대한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

육아휴직 자동개시 등의 규정을 명시함으로써 근로자의 육아휴직 사용을 적극적으로 보장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허민숙 입법조사관은 “육아휴직 사용 확대는 우리사회의 저출산 문제 해소와 근로자 모두의 일·생활 균형을 통해 노동시장의 성불균형을 해소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라며 “이 같은 결실을 거두기 위해선 기간 연장 등의 제도 개선에 앞서 육아휴직 사용 후 불이익 조치로부터 근로자를 보호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이 수립돼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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