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회복 아직”…IPO 철회 행렬
“증시 회복 아직”…IPO 철회 행렬
  • 이주리 기자
  • 승인 2023.02.20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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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어급 기업들 줄줄이 상장 연기

[위클리서울=이주리 기자] 올해 들어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대어급 기업들이 잇따라 상장 철회를 선언했다. 긴축 지속 등으로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제값 받기’가 어려워질 것으로 보이자 결국 상장 추진에 무리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특히 국내 이커머스 업계 1호 상장 후보로 거론됐던 컬리와 오아시스는 예비심사 신청서를 제출했지만, 결국 적절한 상장 시기를 재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한발 물러섰다. IPO 대어로 거론됐던 케이뱅크, SSG닷컴과 CJ올리브영, 11번가도 상장 계획 자체를 무기한 연기했다.
 

ⓒ위클리서울/ 픽사베이, 각사

 ‘IPO 대어’ 케이뱅크·컬리, 고심 끝 철회

케이뱅크는 지난 2월 2일 “대내외 환경으로 인한 투자 심리 위축 등의 상황을 고려해 상장 예비심사 효력 인정 기한 내에 상장을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케이뱅크는 대한민국 첫 번째 인터넷 전문 은행이다. KT 계열사로, 2017년부터 영업을 시작했으며 2021년 흑자 달성 후 매 분기 이익이 증가했다. 이에 힘입어 2023년을 목표로 코스피 상장을 추진해왔다.

지난해 9월 20일 유가증권시장 예비 심사를 통과하는 등 순탄하게 IPO가 진행되는 듯했지만, 마감일인 1월 6일까지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아 사실상 ‘기업공개 연기’ 수순을 밟게 됐다. 대내외 환경으로 인한 투자심리 위축이 철회 요인이다.

실제 케이뱅크의 몸값은 상장 추진 초기 당시 8조 원까지 언급됐으나, 최근에는 4조 원대로 쪼그라들었다. 다만, 회사 측은 상장 자체를 포기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시장 변화에 따라 다시 추진할 수 있도록 내실을 다지기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회사 측은 “현재 보이고 있는 성장성과 수익성, 혁신 역량을 적기에 인정받기 위해 시장 상황 변화에 따라 언제든 신속한 상장이 가능하도록 IPO를 지속적으로 준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마켓컬리를 운영하는 컬리도 결국 상장 연기를 택했다. 지난 2021년 10월 상장 주간사를 선정하고 2022년 3월 상장 예비심사 신청서를 제출하며 적극적인 코스피 입성 의지를 보였지만, 얼어붙은 IPO 시장 앞에서 결국 멈춰 선 것.

컬리는 지난해 10월, 한 매체에서 ‘경기 상황 악화 등으로 상장을 잠정 연기하기로 가닥을 잡았다’는 보도가 나왔을 때도 “사실무근”이라며 “투자자 등과 상장 철회에 대한 어떤 의사소통도 한 적 없다. 정해진 기한 내 상장을 추진하기 위해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부인한 바 있다.

그러나 컬리는 약 4개월 만인 지난 1월 4일, 결국 상장 연기를 택했다. 열악한 대내외적 경제 상황과 투자환경 탓에 제대로 된 기업가치를 인정받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상장 전 지분투자(프리 IPO) 유치 당시였던 지난 2021년 컬리의 추정 기업가치는 4조 원에 육박했다. 그러나 1년 뒤인 지난해 말에는 현저히 낮아진 1조 원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늘어나는 적자도 발목을 잡았다. 컬리의 영업적자는 2018년 337억 원에서, 2021년 2177억 원까지 증가했다.

컬리 측은 “글로벌 경제 상황 악화로 인한 투자심리 위축을 고려해, 한국거래소(코스피) 상장을 연기하기로 했다”며 “향후 기업가치를 온전히 평가받을 수 있는 최적의 시점에 재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오아시스, ‘이커머스 상장 1호’ 앞에서 멈춘 발걸음

새벽배송 업계 유일한 흑자기업으로 알려진 오아시스도 상장 연기를 선택했다. 지난 2월 8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상장 날짜까지 공지했던 오아시스지만, 5일 만에 철회를 발표해 이커머스 상장 1호 타이틀에서 한걸음 멀어지게 됐다.

오아시스는 ▲PB(자체브랜드) 상품 ▲직소싱 네트워크 ▲합포장 구조의 물류센터 ▲독자적 물류 솔루션 오아시스루트 ▲온·오프라인 시너지 등으로 흑자를 내고 있었다.

특히 핵심 상품인 PB상품은 좋은 품질과 높은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전체 매출액의 6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무항생제, 무농약, 친환경 등 엄격한 내부 기준을 통과한 상품들로만 구성돼 있어 상품 재구매율이 높으며 이를 통해 많은 충성 고객을 확보했다.

12년 이상의 오프라인 매장 운영 레퍼런스를 통해 강력한 생산자 네트워크를 쌓은 오아시스는 효울적인 직소싱 유통구조를 구축해 유통마진을 최소화했다. 업계 유일 합포장 구조를 갖춘 물류센터에서는 냉동·냉장·상온 제품을 한 박스에 담는 방식을 적용해 포장비를 3분의 1 이상 절감하고 있다.

그 결과 가파른 매출 증가와 회원 수 증가를 통해 회사는 성장하고 있었다. 2022년 3분기 매출액과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은 각각 3118억 원, 155억 원이며 이는 2021년 매출액 3570억 원, EBITDA 125억 원을 이미 능가한 수치다. 회원 수도 2021년 87만 명, 2022년 약 130만 명으로 연평균 55.8%씩 증가하고 있어 수익성과 성장성을 동시에 확보했다.

이에 힘입어 오아시스는 2020년 8월 NH투자증권을 대표 주관사로 선정하고 2021년 6월 한국투자증권을 추가 선정하며 기업공개를 준비해왔다. 2022년 9월 상장 예비심사청구서를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에 제출했고, 같은 해 코스닥시장 상장 예비심사를 승인받았다. 이후 올해 1월 12일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오아시스는 2월 8일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14~15일 청약을 진행해, 2월 23일 코스닥에 상장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했다. 공모 주식 수는 523만6000주다.

당시 오아시스가 써낸 희망공모밴드는 3만500원~3만9500원이며 최대 공모 예정 금액은 2068억 원이다. 그러나 국내외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다수의 기관투자자가 써낸 공모가가 희망 범위 아래인 2만 원 중반대에 몰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오아시스 역시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기 어렵다고 판단해 결국 상장 연기를 택했다.

오아시스 관계자는 “IPO 시장이 최근 대내외 경제 악화로 인해 위축돼 투자심리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고 이에 현재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오아시스는 업계 유일의 흑자 기업으로 지속 성장을 위한 재원을 이미 갖춘 상황에서 무리하게 상장을 추진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회사 측은 이번 상장 절차를 추진하며 시장에 당사의 본질과 혁신적인 물류시스템이 세세히 알려진 것에 의의를 둔다는 입장이다. 상장을 진행하며 밝혔던 각 사업계획을 더욱 확장 있게 진행해, 향후 적정 기업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는 시점을 고려해 상장을 재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안준형 오아시스 대표이사는 “우선 오아시스에 관심 가져 주신 많은 투자자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며 “이번 기업공개 과정에서 오아시스만의 차별화된 경쟁력, 성장전략 등 펀더멘털에 대한 긍정적 평가를 받은 것은 큰 수확”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아시스는 혁신적 물류 테크를 기반으로 양질의 유기농 상품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소비자에게 공급함으로써 유기농 식품의 대중화를 이끄는 이커머스 선도 기업으로 더욱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IPO 혹한기 못 버틴다…줄줄이 ‘상장 연기’

증시 입성 천명했던 기업들은 올해 초 줄줄이 상장 연기 또는 철회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IPO 시장 위축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유통업계에서는 SSG닷컴과 11번가, CJ올리브영 등이 상장을 추진했지만 현재는 숨 고르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SSG닷컴과 11번가는 지난 2021년 10월과 2022년 8월 각각 주관사를 선정했지만 증시 입성에 대한 구체적인 시기를 정하지 못했다.

올해 상반기 기업공개를 진행할 것으로 점쳐졌던 골프존카운티도 신고서 제출 기한을 초과하며 상장이 무산됐다.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의 상장 예비심사 승인 효력은 6개월이다. 2022년 8월 22일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한 골프존카운티는 증권신고서 효력 발생일과 공모에 소요되는 시간을 고려했을 때 1월 19일까진 증권신고서를 제출해야 하지만 이 기간을 넘도록 별도의 계획을 내놓지 않았다.

카카오게임즈 자회사이자 게임 ‘오딘: 발할라 라이징’을 개발한 라이온하트스튜디오도 지난 7일 코스닥 상장 계획을 공식 철회했다. 당사의 지분 24.57%를 쥐고 있는 카카오게임즈가 코스닥에 상장된 기업인데, 라이온하트스튜디오도 상장을 추진함에 따라 ‘자회사 중복 상장’ 논란이 일면서다. 물론 꽁꽁 얼어붙은 투자심리도 한몫했다.

한국조선해양이 추진해오던 현대삼호중공업의 IPO도 지난 1월 초 철회됐다. 현대삼호중공업은 한국조선해양의 선박 건조업 자회사다. 2017년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IMM프라이빗에쿼티에 현대삼호중공업 지분 15.15%를 넘긴 후 프리IPO 진행하며 5년 내 상장을 약속했다. 그러나 한국조선해양과 IMM PE는 조선 경기 악화 및 증시 한파에 따라 논의를 거쳐 상장 기한을 2024년으로 미뤘다.

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현대삼호중공업이 지난 3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하는 등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큰 상황”이라면서도 “현지 침체한 주식시장에선 상장을 추진하더라도 현대삼호중공업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기 어려우리라고 판단해 양사 간 합의로 계약을 종결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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