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인터뷰] 김기현 SLOC 대표

김기현 SLOC 대표 ⓒ위클리서울/SLOC
김기현 SLOC 대표 ⓒ위클리서울/SLOC

[위클리서울=방석현 기자] 지구온난화와 지속가능경영은 뗄래야 뗄수 없는 관계다. 지속가능경영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열풍과 맞물려 산업계에 화두가 된 지 오래다. 인간의 존립 자체와도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에 공허한 외침이 되지 않기 위한 정부의 공조 또한 필수일 것이다. 이에 ‘예쁜 쓰레기’ 배출의 주범으로 지적돼 온 화장품 업계에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자 사명에서부터 지속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는 SLOC(Sustainable, Long-lastion, Organic Cosmetics) 김기현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간단한 회사 소개 부탁드린다
한마디로 저탄소·탈탄소 화장품의 개척자를 표방하고 있다. SLOC이란 사명에서와 같이 기후변화에 대응해 지속가능한 환경에 기여하고, 새로운 시장영역 개척을 통해 경제성장도 동시에 추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화장품 업계도 지속가능경영을 위해 힘쓰고 있는 만큼 제품 자체의 저탄소·탈탄소 방법론을 제시하고 실행할 수 있는 환경개선 소재 활용 제품개발 위주의 B2C와, 지속가능성 확산을 위한 서비스·원료 개발이라는 B2B 투트랙 전략으로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산업계 화두인 지속가능성에 대한 견해는 어떠한가?
우선 국내 유기농 퍼스널케어 시장은 2020년 기준 2억6000만 달러(3150억) 규모이며, 글로벌 시장으로 보면 156억9000만 달러(18조5400억)에 달한다. 지속가능성은 규제로만 볼 것이 아니라 신성장동력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최근 들어 여러 가지 환경 규제들이 생기고 있는 반면 화장품 업계는 이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거나 인식이 저조한 경우가 많다. 친환경이나 클린뷰티가 커지고 있는 것도 지속가능성에 대한 소비자에 니즈가 반영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아직까지 거리를 두고 있는 상황이다.

화장품 산업의 친환경화에 있어 애로점은 무엇인가?
화장품은 태생적으로 석유화학 기초 원료인 나프타(naphtha)에서 기초 유분을 뽑아낸 후 용기 및 원료 등 합성소재를 만들기 때문에 고탄소 제품이 되기 쉬운 구조다. 포장재 및 용기 등에서 플라스틱 소재가 많이 사용되는 데다 단일 소재가 아닌 경우가 많아 재활용도 어렵다. 보통은 매각이나 매립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화장품 용기는 예쁜 쓰레기로 불린다. 사용기한으로 인해 다 쓰지 못하고 버려지는 원료 또한 많은 편이기 때문에 친환경적이지 않다고 낙인이 찍혀있는 상황이다.

화장품 제조 시 원료가 많이 버려진다고 들었는데...
코스맥스, 콜마 등 주요 OEM(주문자 상표 부착생산)·ODM(생산자 상표 부탁 생산)사들이 연간 매출액의 20% 정도를 원료 구매에 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자체적인 폐수 정화시설을 갖추고 운영하는 회사들이 많지 않기 때문에 전문적인 폐수처리 업체가 수거한 후 처리되는 게 일반적이다. 유통기한 문제 때문에 실제 화장품 제조사들이 원료의 10% 정도를 쓰지도 않고 폐기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대안은 없는지...
최근 화장품 불용 원, 부자재 선순환 플랫폼 ‘NO WASTE’를 론칭했다. 화장품 업계에서 하자 없이 버려지는 원료 폐기물량만 연간 약 1200억 원 이상으로 알려진 만큼 과다구매, 과대재고, 과다폐기로 이어지는 자원의 낭비구조를 개선하는 플랫폼이다. 화장품 제조업체 등에서 보유한 비활성 원자재 및 부자재를 매물로 등록해 이를 필요로 하는 수요자에게 판매하는 업싸이클링(업그레이드 재활용) 마켓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못난이 당근을 활용한 비누도 출시한 것으로 안다...
버려지는 소재 중 하나인 제주의 못난이 당근을 활용한 ‘당근바 R 고체샴푸’는 ‘2022 서울어워드 우수 상품’으로도 선정된 바 있다. 피부와 탈모예방에 좋은 제주산 당근 추출액이 다량 함유된 효능 극대화 포뮬라(처방)를 활용해 시장의 반향을 이끌어 냈다. 현재 오프라인으로는 라이프스타일 편집매장 ‘네모네’에 입점돼 있고 온라인으로는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 아이디어스 등에 입점 돼 있다. 업싸이클링을 기반으로 버려지는 감자, 양파, 참기름 깻묵 등을 비롯, 생태 교란 식물 등 다양하게 환경에 도움이 되는 제품들을 지속적으로 내놓을 계획이다. 

가격 경쟁력에 문제가 없는가?
원물은 버려지는 것일지라도 많이 활용되는 소재가 아니다 보니 화장품 제조과정이 기존보다 까다로운 경우가 더러 있다. 버려지는 것을 활용했는데 가격이 비싸다는 여론도 있는 상황이지만 코로나19로 친환경 제품에 대한 관심이 커진데 따른 틈새시장이자 차별성을 강조하고 있다. 

화장품 업계의 친환경 활성화를 위한 조언이 있다면?
친환경을 수요 억제나 규제강화 측면에서만 보면 한계성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우선 소비자의 호응이 일어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친환경 용기, 포장재, 소재 등을 활용한 제품이 많이 나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도적인 뒷받침이 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보니 제도와 산업계의 엇박자가 있다. 정부의 인센티브 등을 통해 적극적인 소비촉진이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향후 계획은?
화장품뿐만 아니라 제조과정에 있어 수치를 입력하면 탄소배출량을 계산하는 지속가능 화장품 검증 컨설팅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저탄소·탈탄소 확산을 위한 플랫폼 서비스로 ‘오프셋 프로젝트’라고 이름 지었다. 기본적으로 화장품에 사용되는 성분이 700개 정도로 알려져 있는데 이를 통해 어떤 제품이 탄소를 적게 배출하는 착한 제품인가를 가려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궁극적으로 회사가 지속가능성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가에 대한 평가도 가능하기 때문에 지속가능한 화장품 컨설팅과 검증 등의 비즈니스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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