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소득 ‘추락’

[위클리서울=이주리 기자] 봄바람이 눈앞이지만 대한민국 경제는 심상치 않다. 지난해 4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83만 4000원으로 1년 전보다 4.1% 증가했지만 공공요금과 식재료 등 물가 변동분을 반영한 실질소득은 오히려 1.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가 상승을 반영한 실질소득은 2분기 연속 감소했다. 물가가 소득보다 큰 폭으로 오르며 가계의 실제 구매력은 감소했다. 특히 난방비와 이자 지출이 역대 최대 폭으로 늘어나며 가계 부담을 가중시켰다. 여전히 차가운 바람이 불고 있는 서민들의 살림살이를 살펴봤다.

 

ⓒ위클리서울/ 디자인=이주리 기자

여전히 서민 경제는 ‘찬바람’이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22년 4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83만 4000원으로 1년 전(464만 2000원)보다 4.1% 증가했다. 정부의 손실보상지원금 효과가 사라지며 이전소득(-5.3%)이 줄었지만 고용 증가와 임금 상승으로 근로소득이 7.9% 급증해 전체 소득 증가를 견인했다.

반면 물가 변동분을 반영한 실질소득은 전년보다 1.1% 감소했다. 4분기 기준으로 2016년(-2.3%)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이다. 실질소득은 지난해 3분기(-2.8%)에 감소세로 전환한 뒤 2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지난해 3, 4분기 물가 상승률이 5%대를 기록하는 등 고물가 기조가 이어진 여파다.

소비도 비슷한 행태를 보였다. 지난해 4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269만 7000원으로 1년 전에 비해 5.9% 증가했다. 하지만 물가를 감안한 실질소비지출은 0.6% 늘어나는 데 그쳤다. 씀씀이는 전년과 차이가 없는데도 물가 상승으로 지갑에서 나간 돈은 늘어났다는 뜻이다. 특히 전기·가스 요금 등 냉난방비가 포함된 연료비 지출이 16.4% 급증하며 2006년 이후 역대 최대 폭으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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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담보대출 ‘증가’

지난해 4분기 세금이나 이자 등 소비활동과 무관하게 지갑에서 빠져나간 금액인 비소비지출은 월평균 92만 8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1% 증가했다. 특히 고금리로 이자비용 지출이 28.9% 급증하며 역대 최대 증가 폭을 나타냈다.

통계청 관계자는 “금액으로는 주택담보대출에서, 증가율로는 신용대출에서 각각 지출이 늘었다”고 말했다.

소득분배 상황은 소폭 개선됐다. 지난해 4분기 1분위(소득 하위 20%)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12만 7000원으로 1년 전에 비해 6.6% 늘었다. 고령자 취업 증가가 노인가구 비중이 높은 1분위 소득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반면 5분위(소득 상위 20%)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042만7000원으로 2.9% 증가하는 데 그쳤다. 5분위 가구는 자영업자 비중이 높은데, 소상공인 손실보상금 지급 중단으로 이전소득(-14.4%)이 줄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5분위 소득을 1분위 소득으로 나눈 배율을 뜻하는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5.53배를 기록했다. 1년 전(5.71배)에 비해 0.18 포인트 줄어들었다. 그만큼 소득 격차가 완화됐다는 뜻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소득·분배 지표는 개선됐지만 고물가·경기둔화 우려 등 어려운 경제 여건을 감안할 때 가계살림은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라며 “사회적 약자 보호를 위한 투자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전체적으로 물가 상승률이 소득 증가 속도를 추월하면서 가구당 월평균 실질소득이 2분기 연속으로 쪼그라든 것으로 분석된다. 고용시장 회복세로 근로소득은 늘었지만 인건비·원료비 등의 상승으로 사업소득은 제자리에 머물렀다.

가스·전기 등 공공요금 인상 여파로 연료비 관련 지출이 통계 작성 이래 최대폭으로 증가했다. 고금리 여파에 이자 관련 지출 역시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하는 가계 경제가 크게 흔들렸다.

실질소득 증가율은 4분기 기준으로는 2016년(-2.3%)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3분기(-2.8%) 이후 2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근로·사업·이전·재산소득을 포함하는 경상소득은 473만8000원으로 4.4% 증가했다.

소득 유형별로 보면 전체 소득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근로소득이 312만 1000원으로 7.9% 늘었다. 고용시장 호조로 근로소득은 7분기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반면 사업소득은 101만 8000원으로 전년 동분기 수준을 유지했다. 사업소득은 근로소득과 함께 2021년 2분기부터 증가해왔으나 인건비, 원자재값, 이자 등 비용상승과 이전 연도 사업소득이 크게 증가한 데 따른 역기저 효과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제자리에 머물렀다.

이전소득은 57만원으로 동기대비 -5.3% 감소하면서, 2분기 연속 줄었다. 소상공인 손실보상지원금, 방역지원금 등 정부 지원효과가 사라지면서 공적 이전소득(38만9000원)이 -6.2% 큰 폭으로 줄어든 영향이다.

친·인척 간 용돈 등 사적 이전소득은 18만 2000원으로 -3.1% 감소했다. 이자·배당과 관련된 재산소득은 2만9000원으로 11.6% 늘었다.

경조 소득과 보험으로 받은 금액 등이 포함된 비경상소득은 9만5000원으로 -7.4% 줄었다.

통계청 관계자는 “근로소득은 고용상황 호조가 이어지면서 2006년 이후 4분기 기준 가장 높은 증가율을 나타냈고, 2021년 2분기부터 7분기 연속으로 증가했다"며 "2021년 2분기부터 근로소득과 함께 계속 오르던 사업소득은 비용 상승과 이전 연도 증가에 따른 역기저효과 등으로 증감 없이 전년과 같은 수준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민생, 물가안정 ‘비상’

지난해 4분기 가구당 월평균 가계지출은 362만 5000원으로 전년 대비 6.4% 증가했다. 여기서 소비지출은 269만 7000원으로 5.9% 늘어 2009년 4분기(7.0%) 이래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다만 물가를 반영한 실질소비지출 증가율은 0.6%에 그쳤다.

비목별로 보면 12대 지출 비목 가운데 음식·숙박(14.6%), 교통(16.4%), 오락·문화(20.0%), 교육(14.3%) 등에서 지출이 크게 증가했다. 교통의 경우 자동차구입(26.8%), 기타운송(56.5%)이 증가를 이끌었다. 기타운송 부문에는 항공요금이 포함돼 있는데 해외여행이 늘어나면서 항공요금이 올라간 것으로 풀이된다.

유가 인상으로 운송기구(9.1%)가 상승한 것도 교통비 지출 증가를 이끌었다. 주거·수도·광열 지출은 29만6000원으로 전년동분기대비 6.0% 증가했다. 이는 2012년 4분기 7.9% 증가 이래 최고치다. 특히 전기·가스요금 인상의 여파로 연료비가 16.4% 크게 증가했다. 이는 2006년 1인 가구 포함한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고 수준이다.

세금, 사회보험료, 경조사비, 헌금 등을 포함하는 비소비지출은 92만8000원으로 8.1% 증가했다. 2019년 4분기(9.6%) 이후 최고 수준이다.

금리인상 기조에 따라 이자비용이 28.9% 폭등해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이자비용에는 주택담보대출과 기타신용대출이 있는데 두 항목 모두 증가했다. 이 밖에 소득세·재산세 등 정기적으로 내는 세금인 경상조세(10.9%), 가구간이전지출(6.0%) 등도 증가했다.

반면 상속·증여세와 양도소득세 등 비경상조세(-45.9%)는 감소했다. 주택매매 거래량이 감소하면서 부동산 관련 세금이 줄어든 영향이다.

결국 4분기 가구당 처분가능소득은 증가했으나 흑자액은 쪼그라들었다. 처분가능소득은 가구의 소득에서 비소비지출을 뺀 금액으로 소비 지출과 저축 등으로 처분할 수 있는 소득을 뜻하는데, 지난해 4분기 가구당 월평균 처분가능소득은 390만5000원으로 전년 대비 3.2% 증가했다.

처분가능소득에서 소비지출을 제외한 흑자액은 120만9000원으로 1년 전보다 2.3% 감소했고, 흑자율도 30.9%로 1.7%포인트 하락했다. 처분가능소득에서 소비지출이 차지하는 비율인 평균소비성향은 69.1%로 1.7% 상승했다.

지난해 4분기 하위 20%(이하 1분위) 가구의 소득 증가율은 상위 20%(이하 소득 5분위) 고소득층의 2배 이상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 양극화 지표가 개선된 이유로는 고령층의 취업으로 인한 소득 증가와 손실보상금 등 자영업자의 코로나19 지원금의 효과가 사라진 점이 작용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60대 이상 노인가구와 1인 가구 비중이 높은 1분위에서 고용 호조로 인해 취업자가 증가하면서 시장소득이 좋아졌다. 반면 5분위의 경우 2021년 4분기에 지원된 소상공인 손실보상금, 방역지원금 등의 효과가 사라지면서 이전소득이 많이 감소했다"며 "자영업자는 2분위 이상 올라갈수록 비중이 높아 5분위의 소득이 줄면서 5분위 배율 지표가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4분기 근로소득은 고용 상황의 호조가 이어지면서 2006년 이후 역대 최고의 증가폭(7.9%)을 기록했다. 사업소득은 전년과 같은 수준을 보였다. 4분기 이전소득은 정부지원 효과가 없어지면서 1년 전에 비해 5.3% 감소했다.

시장 소득을 기준으로 한 5분위 배율은 10.38배로 1년 전(11.70배)보다 1.32배 개선됐다. 근로소득, 사업소득, 재산소득, 사적 이전소득을 합한 값인 시장소득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5분위 배율에서 정부의 소득 재분배 정책 효과를 확인할 수 있다. 10.38배에서 처분가능소득 5.53배를 뺀 4.85배가 정부 정책 효과(개선 효과)다.

기획재정부는 가계동향 조사와 관련 "정부는 취약계층에 부담이 집중되지 않도록 사회적 약자 보호를 위한 투자를 확대하고, 사회안전망 확충 노력을 지속해 나갈 계획"이라며 "물가 상승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취약계층·소상공인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민생·물가 안정에도 총력 대응하겠다. 아울러 소득 및 분배 개선이 지속될 수 있도록 규제혁신, 수출·투자지원 등을 통해 경제 활력 제고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현실 속에서 여전히 악화되고 있는 대한민국 경제가 3월을 맞아 탈출구를 찾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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