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막판 변수 ‘천-안 연대’ 이뤄질까
국민의힘 막판 변수 ‘천-안 연대’ 이뤄질까
  • 이주리 기자
  • 승인 2023.02.24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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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전대 ‘울산땅’으로 들썩

[위클리서울=이주리 기자] 집권여당의 전당대회에 새로운 변수가 등장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의 ‘KTX 울산역 부동산 투기 의혹’과 관련해서다.

김 후보와 관련된 의혹이 블랙홀로 확산되면서 1위 후보인 김 후보를 향해 경쟁자들이 협공을 펼치고 있다. 여기어 더불어민주당까지 합세하자 해당 의혹은 여당 내 당권 싸움을 넘어 정치권 공방으로 번지고 있다. 김 후보는 돌출악재 조기 진화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내년 총선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도 있는 장기 악재라는 얘기도 나온다. 코 앞으로 다가온 국민의힘 전대 판세를 들여다봤다.

 

ⓒ위클리서울/ 김현수 객원기자

“새빨간 거짓말로 전형적인 모함이자 음해다.”

김 후보는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의 '울산 KTX역 땅 투기 의혹'을 강력 부인했다. 그는 해당 토지 노선도와 종단면도가 담긴 PPT 화면을 띄워놓고 약 40분 동안 의혹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진화에 안간힘을 썼다.

김 후보를 향한 부동산 의혹은 강성지지층이 겹치는 것으로 평가받는 황교안 후보가 처음 제기했다. 당초 황 후보가 방송토론회에서 해당 의혹을 거론할 당시만 하더라도 김 후보는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으로 일관했다. 이미 지난 정권에서 먼지 털듯 검증했지만 기소조차 못 한 사안이었기 때문이다.

김 후보는 초기 황 후보의 공세에도 화합의 정치를 표방하며 후보들 간 연대를 거론했다. 해당 이슈 자체엔 대응할 가치가 없다는 판단으로 맞대응을 자제한 것이다. 하지만 황 후보에 이어 안철수, 천하람 후보까지 공세에 가세하며 '김기현 때리기'에 화력을 쏟자 김 후보의 땅 투기 의혹은 전당대회 핵심 이슈로 급부상했다.

이에 김 후보는 "의혹이 사실이라면 정치생명을 걸겠다"며 뒤늦게 진화에 나섰다. 나머지 후보들도 정치생명을 담보하라며 반격을 가하기 시작했고 민주당까지 가세하자 의혹은 정치권 전반으로 확대됐다.
 

김기현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위클리서울/ 김현수 객원기자

민주당도 ‘공방 가세’

김 후보는 민주당이 자신의 의혹을 '권력형 토착비리'로 규정하고 당내 조사단을 설치하자 "제가 우리 당 대표로 유력해지자 발등에 떨어진 이재명 체포동의안 표결을 물타기하기 위해 다시 재탕, 삼탕에 나섰다"며 "이런 억지 생떼탕을 계속 끓여대는 걸 보니 민주당과 이재명에 저 김기현은 아주 두려운 존재인 것 같다"고 대꾸했다.

이미 5년 전부터 민주당이 탈탈 털었지만 단 하나의 흠집도 못 잡아낸 만큼 야당의 공세는 대수롭지 않단 반응이다.

다만 김 후보는 "민주당과 맞붙은 것도 아니고 자당끼리 경선하면서 이걸 설명하는 내가 한심하다"며 해당 의혹이 여당 내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고 있는 데 분개했다. 일각에선 이 대표의 대장동 의혹이 당내 경선에서 시작된 것처럼 김 후보의 울산 땅 논란이 총선에 악재로 작용하지 않겠느냔 우려도 나온다.

'어대현(어차피 대표는 김기현)'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김 후보의 당선이 유력한 상황임에도 김 후보 측의 표정이 밝지 않은 이유다.

김 후보와 양강구도를 형성한 안철수 후보는 이 대표의 대장동 의혹을 거론하며 김 후보에게 "제2의 대장동" 공세를 폈다. 안 후보는 "대장동 사태를 일으킨 이 대표에게 표를 줄 수 없어 정권교체가 됐다"며 "민주당은 아마 김 후보가 당 대표가 된다면 총선이 바로 끝날까지 계속 공세를 강화할 거다. 지금 안 보여준 카드가 굉장히 많은 것으로 전해들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 후보는 "허위사실을 계속 유포하거나 터무니없는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이 있으면 부득이 법적 조치를 강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일부 허위보도를 한 언론이 있어 법적조치를 취하기 위한 절차라 진행 중"이라고 강력 경고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위클리서울/ 김현수 객원기자

막판 ‘윤심’ 주목

현 상황에서 '윤심'을 등에 업은 김 후보의 과반 저지를 위해 안철수·천하람 후보가 연대할지 주목된다. 지지층이 겹치는 두 후보가 상황에 따라 손을 잡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천 후보가 지난해 사상 초유의 압사 사고로 직격탄을 맞은 이태원에 상권 회복을 돕기 위해 공동 방문하자고 제안했지만, 안 후보의 거절로 성사되지 않았다. 안 후보 캠프 측은 천 후보의 의견을 존중한다면서도 특정 후보끼리 억지 이벤트를 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취지로 거절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두 후보는 최근 우호적인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다. 토론회에서 천 후보는 울산에 지역구를 둔 김 후보를 향해 "안 후보는 호남이든 제주든 당이 필요로 하면 어디든 가겠다고 한다. 수도권 출마할 생각이 있나"라고 물었다. 안 후보를 치켜세운 셈이다.

이에 앞서 안 후보는 "호남에서 원외 당협위원장을 하는 의도를 높이 산다"며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인 천 후보를 높이 평가했다. 호남은 민주당의 텃밭으로, 보수 정당의 험지 중 험지로 꼽힌다. 천 후보가 토론회를 마친 뒤 안 후보를 만나 "덕담 감사하다"고 하자, 안 후보는 "이제 한 팀이 됐다"며 훈훈한 장면을 연출했다.

다만 아직까지는 연대 가능성을 부정하며 완주 의지를 보이고 있다. 천 후보는 "개별 이슈가 있을 때 전략적 제휴 정도를 한두 번 상황 봐서 하는 것"이라며 "천안(천하람·안철수)연대는 없다"고 강조했다. 안 후보 측 캠프 관계자도 “천 후보와 연대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천하람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위클리서울/ 김현수 객원기자

안·천 후보의 지지층이 겹쳐 당심이 갈리는 부분은 고민 지점이다. 친윤계 지원을 받는 김 후보는 자신의 '울산 KTX역 땅 투기 의혹'으로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음에도 줄곧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강성 지지층을 보유했다는 평가를 받는 황교안 후보도 김 후보를 향한 저격수 역할을 하며 존재감을 끌어올리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지난 2월 21-22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1004명 중 국민의힘 지지층 41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김 후보는 44% 지지율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안 후보(22.6%), 천 후보(15.6%), 황 후보(14.6%) 차례다. 김 후보와 안 후보의 지지율 격차는 오차범위 밖인 21.4%다.

김 후보의 지지율은 리얼미터의 직전 여론조사(6∼7일)보다 1.3%포인트 떨어졌다. 울산 땅 투기 의혹 등 영향으로 풀이된다. 그런데도 여전히 굳건한 모습을 보이며 대세론을 굳혀가는 양상이다. 반대로 안 후보는 7.8% 하락했다. 각각 6.2%, 7.6% 오른 천 후보와 황 후보와 대조를 이뤘다. (더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참조)

2위 싸움이 더 치열해지는 분위기로 가는 형국이다. 안 후보와 천 후보 모두 선두인 김 후보를 집중 견제하면서도 상대를 향한 공세 수위도 높일 가능성이 있다. 천 후보는 안 후보를 겨냥해 "윤심에 호소하다 실패하고 나니 할 게 없어졌다"며 "이미 실버크로스(2·3위 지지율 역전 현상)는 됐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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