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연준 추가인상 염두에…추가 ‘빅스텝’ 닥칠까
부진한 우리 경제 성적표…성장‧수출 추락

[위클리서울=방석현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다음 통화정책방향 결정 시까지 기준금리를 현 3.5% 수준을 유지하기로 했다.

여전히 고물가 상황이 이어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미국과의 금리격차도 1.25%p로 벌어져있어 금리인상이 필요하지만,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더 커서 금리 동결을 결정한 모습이다.

일단 동결로 가닥이 잡혔지만, 시장에서는 시기만 조금 늦춰졌을 뿐 어차피 금리인상은 이뤄질 것이라는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다. 미 연준에서도 추가 금리인상 의지를 보이고 있고, 한미 금리 격차가 더 벌어지면 외국인 투자자금이 유출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위클리서울/ 디자인=이주리

금통위, 기준금리 3.5% 동결…7연속 인상 멈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23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행 3.50%로 동결키로 했다. 지난해 4·5·7·8·10·11월에 이어 올해 1월까지 7연속 금리인상을 이어갔던 한국은행이 잠시 숨고르기에 돌입한 것이다.

금통위는 금리 동결과 관련해 의결문에서 “물가상승률이 점차 낮아지겠지만 목표수준을 상회하는 오름세가 연중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정책 여건의 불확실성도 높은 만큼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와 불확실성 요인들의 전개 상황을 점검하면서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해 나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경제는 글로벌 경기 둔화, 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부진한 성장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하반기 이후에는 중국 및 IT 경기회복 등으로 국내 성장세도 점차 나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전망의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며 올해 성장률은 지난해 11월 전망치(1.7%)를 소폭 하회하는 1.6%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기준금리가 일단 동결되면서 영끌족 등 가계와 일반기업 등 대출을 받은 차주들은 한숨을 돌리게 됐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6월말 기준 가계대출 규모(1757조1000억원)와 전 금융권 변동금리 비중(74.2%)을 기준으로 계산한 결과, 대출금리가 기준금리 인상폭인 0.25%p만큼 오르면 차주 1인당 연간 이자부담은 16만4000원 늘어나는 것으로 산출됐다.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한번에 0.5%p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할 경우, 1인당 연간 이자부담은 무려 32만7000원 늘어나는 것으로 추산된다. 금리인상이 우리 국민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특히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어려움을 겪는 국민들을 위해 예대마진 축소를 언급하면서, 시중은행들이 대출금리를 내리는 추세라는 것을 감안하면 이번 금리동결이 은행들의 금리인하 움직임에 힘을 보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美연준 추가인상 염두에…추가 ‘빅스텝’ 닥칠까

물론 당장 금리를 동결했다고 해서 추가인상이 없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목표치를 웃도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서라도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야 한다는 내부 입장이 주를 이루고 있어서 추가 금리인상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와 미국의 금리격차는 1.25%p 수준, 우리가 동결한 상황에서 미국이 추가 금리인상에 나선다면 격차는 더 벌어질 수 있다.

금치격차가 확대되면 증시와 채권시장 등에서 외국인 투자자금이 유출될 가능성이 있으며, 원화가치 하락으로 우리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우려가 크다. 때문에 시장 일각에서는 미국이 추가 인상에 나선다면 우리는 한번더 빅스텝으로 쫓아가야 하는 상황이 닥칠 것이라 보고 있다.

실제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3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가 끝난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금리동결과 관련해 “차를 운전하는데 안개가 가득해 어느 방향으로 갈지 모르면 차를 세우고 안개가 사라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비유했다.

이 총재는 “한은이 경기침체 우려로 금리를 동결했다는 해석도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금리인상을 통해 가길 원하는 물가 경로”라며 “3월부터는 물가가 4%대로 낮아지고 올해 말에는 3%대 초반으로 내려가는 경로를 예상한다”고 말했다. 당장은 금리인상을 결정하기 보다는 잠시 멈춰서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금번 기준금리 동결을 ‘금리인상 기조가 끝났다’라는 의미로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상당기간이라는 표현은 예상한 물가 경로가 정책목표인 2%로 간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라 덧붙였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금리인상은 계속된다는 취지다.
 

ⓒ위클리서울/ 김현수 객원기자

부진한 우리 경제 성적표…성장‧수출 추락

우리나라 경제 주요지표를 보면 여전히 부진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지난해 4분기 마이너스(-0.4%)로 돌아서며 2020년 2분기 이후 10분기 만에 역성장했다.

수출부문 역시도 감소세가 계속되고 있다. 이달 1일부터 20일까지의 수출액(통관 기준 잠정치)은 335억4900만달러로 지난해 동기간 대비 2.3% 감소했고, 주력품목인 반도체 수출액은 38억300만달러로 전년 대비 43.9% 감소하는 등 6개월 연속 감소의 늪에 빠졌다.

무역수지 역시도 지난달까지 11개월 연속 적자를 이어간데 이어 이달에도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아 1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은 수출전략회의에서 올해 수출목표를 6850억 달러로 제시하면서 “모든 외교의 중심을 경제와 수출에 놓고 최전선에서 사투를 벌이겠다”고 예고했다. 이어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서는 수출이 활로다. 정부, 민간기업, 금융기관, 관련 단체들이 원팀으로 뭉쳐야만 수출 확대가 가능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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