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무의 풀어쓰는 다산이야기]

박석무 ⓒ위클리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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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서울=박석무] 『논어』에는 “효와 제라는 것은 인(仁)을 행하는 근본일 것이다.(孝弟也者 其爲仁之本與 : 「學而」)”라고 말하여 공자의 중심 사상인 인(仁)이 행위로 나타남이 효제(孝弟)라고 설명했습니다. 다산도 같은 뜻으로 “효와 제는 인을 행하는 근본이다.(孝弟爲行仁之本 : 「示二兒家誡」)”라고 아들들에게 가르쳐 주었습니다. 효도란 부모님을 사랑하며 제대로 봉양해드림을 뜻하고 제란 형제간에 우애하는 일을 말합니다. 언뜻 생각하면 공자나 다산의 말씀은 참으로 답답한 옛날 이야기일 뿐, 현대의 삶과는 무관한 일처럼 느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절대로 그렇지 않습니다. 효도하고 우애하는 일이 제대로 실현되지 않는 세상이라면 도대체 우리 인간이 살아가는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요. 밥만 먹고 돈만 벌고 권력만 추구하는 것이 인간의 삶 전체일 수는 없습니다. 부모에게 효도하고 형제간에 우애하는 인간의 기본 윤리가 행해지지 않는 세상이라면 도대체 삶의 보람이 어디에 있다는 말일까요. 각박하고 메마르기 그지없는 야박한 세상, 인간이 인간이기 위한 첫째 행위가 효제이기 때문에 공자나 다산은 그렇게도 그 점을 거듭거듭 강조하고 반복해서 이야기했습니다. 

지금 세상에는 인륜이 파괴되는 온갖 사건들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부모가 자식을 죽이고 자식이 부모를 죽이는 일이 끊이지 않고 일어나고 있습니다. 형이 아우를 속여먹고 아우가 형을 괴롭히는 일도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무서운 범죄나 못된 일들은 효제에 대한 공부가 제대로 되어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다산은 아들들에게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에서 다른 어떤 일보다 우선해서 효제와 독서를 그렇게도 강조했습니다. 왜 효제를 행해야 하고 왜 독서를 강조했는가에 대한 이유는 설명이 필요없습니다. 

효도가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를 다산은 아주 쉽게 아들들에게 설명해 줍니다. 친구를 사귈 때도 그냥 자기에게 잘 해준다고 해서 친구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말합니다. 친구를 제대로 사귀려면 먼저 그의 집에 찾아가 2~3일 묵으면서 그가 가정에서 부모에게는 어떻게 하고 형제 사이에서는 어떻게 하는가를 관찰한 연후에, 효제를 제대로 행하는 사람은 친한 친구로 사귀고, 그렇지 않은 친구는 친한 친구로 사귀어서는 안 된다고 가르쳤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인연이 깊고 가장 가까운 부모형제에게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사람이 남인 친구에게 잘하는 일이야 진실한 행위일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진실이 아닌 마음이나 행위는 반드시 탄로나기 마련이어서 언젠가는 배반하는 친구가 되고 말 것이라는 이유에서였습니다. 

귀양살이 시절, 이미 다산의 부모는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자신이 부모에게 하는 일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먼 바닷속 흑산도에서 귀양살던 둘째 형님 약전과의 관계는 자주 언급합니다. 두 분 사이는 ‘형제지기(兄弟知己)’라면서 학문과 사상도 같은 수준임을 강조하면서 참으로 사이좋은 형제임을 누누이 강조했습니다. 효와 제에서 제는 실천하고 있음을 말한 것입니다. 오래 전에 KBS에서 이산가족 찾기 운동을 벌려 몇 십 년 동안 헤어져 살다가 만나는 부모와 자식, 형제간의 그 기가 막힌 장면들을 잊을 수 없습니다. 부모와 형제는 그렇게 그립고 그리우며 반갑고 다정한 것입니다. 새삼스럽지만 다산의 효제사상을 본받아 다시 한번 효제를 생각하는 시간이기를 바랍니다. <다산연구소 http://www.edasan.org/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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