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및 영화 속 전염병과 코로나19] 드라마 ‘더 페리퍼럴(The Peripheral)’ 시즌1

[위클리서울=김은영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전 세계가 고통받고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전염병과의 싸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렇다면 인문학에서 전염병을 어떻게 다루었고, 지금의 코로나19를 살아가는 현재에 돌아볼 것은 무엇인지 시리즈로 연재한다.

 

ⓒ위클리서울/ 김현수 객원기자

지난해 12월 개봉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영화 ‘아바타: 물의 길(아바타 2)’는 개봉 42일 만에 국내 천만 영화의 흥행 신화를 만들었다. 전작 ‘아바타’는 외계행성 판도라에 지구인이 나비족 원주민의 모습으로 분신(아바타)을 만들어 잠입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아바타를 조종하게 되면 지구인으로서의 신체 활동은 정지되지만 뇌파는 아바타를 조종하여 외계행성을 누빌 수 있다. 주인공은 인간으로서는 반신불수의 몸이지만 판도라에서는 새를 타고 날 수 있는 저력을 가진 용맹한 전사의 몸으로 활동하게 된다.

한계를 가진 인간의 몸을 뛰어넘어 새로운 생명체를 자신의 분신으로 만들 수 있다는 영화적 설정은 당시 전 세계 영화시장을 석권할 수 있는 돌풍의 원동력이었다. 미국의 공상과학 드라마 ‘더 페리퍼럴(The Peripheral)’은 여기에 지금 전 세계가 고통받고 있는 바이러스 팬데믹의 상황을 추가하여 극적인 효과를 더했다. 바이러스로 인해 전 세계 인구 중 70억 명이 사망한 절망적인 상황에서 상위 1%의 사람들이 ‘페리퍼럴’이라는 최첨단 로봇을 아바타로 사용하며 세상을 조종한다는 것이다.

 

드라마 ‘더 페리퍼럴' ⓒ위클리서울/ 공홈 인스타그램

미래의 인간은 아바타로 새로운 인생을 살 수 있을까?

인간의 수명은 유한하다. 신체는 충격에 의해 쉽게 부서지고 병에 걸려 망가진다. 때문에 인간은 고대에서부터 죽지 않는 삶을 욕망해 왔다. 신의 권위에 도전하는 인간의 욕망은 이제 과학기술로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과학의 발전은 인간의 수명을 획기적으로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1750년대 40년에 불과했던 인간의 수명은 2000년대 80살로 늘었다. 앞으로 2000년대에 태어난 아이들의 수명은 평균 150살로 늘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불사의 몸이 될 수 있는 기계 인간이 되기 위해 은하철도 999를 탄 철이(마츠모토 레이지 원작의 애니메이션 ‘은하철도 999’)의 이야기가 마냥 만화와 같은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실제로 현재 과학자들은 인간의 몸을 대체하려는 노력과 시도를 하며 상상에서나 가능했던 이야기를 실현하려 하고 있다.

OTT(Over The Top) 플랫폼 ‘아마존’에서 지난해 10월부터 방영하기 시작한 ‘더 페리퍼럴(The Peripheral) 시즌1’은 사람들이 지금 현실과 다른 새로운 모습을 한 아바타로 살아갈 수 있다는 미래의 모습을 충격적인 모습으로 그린다.

드라마에서의 현재는 2099년의 영국 런던을 비춘다. 2099년이면 앞으로 약 70여 년 뒤의 미래다. 공원에 앉아있는 한 남자. 넥타이를 매고 회색 코드를 입은 한 남자의 표정이 심각하다. 그는 누군가를 기다리는 중이다. 이때 나타난 한 여성이 “내가 세계를 구하겠다”라고 말한다. 남자는 “이미 이 세상을 구하기는 늦었다”라고 대꾸한다. 여학생은 남자의 볼을 어루만지며 “누가 ‘이 세계를 구하겠다’고 했느냐”라며 희미하게 미소를 짓는다. 당황한 남자의 얼굴 뒤로 과거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때는 2032년. 이곳은 미국이다. 로봇청소기가 바닥을 시끄럽게 돌아가고 데님 반바지를 입은 젊은 여성이 노래를 흥얼거리며 집안일에 열중하고 있다. 그의 이름은 플린 피셔(클로이 모레츠 분)다. 플린은 아픈 엄마를 돌보는 중이다. 엄마의 병세가 점점 더 심해지자 약을 살 돈이 필요했던 플린은 낡은 트레일러에서 가상현실(VR) 게임을 하고 있는 오빠를 찾아간다. 오빠 버턴(잭 레이너 분)은 여동생에게 이 판에 돈이 걸려있으니까 본인 대신 ‘대리게임’을 해달라고 한다. 버턴은 돈을 따면 나눠주겠다고 설명한다. 플린은 얼른 게임에 접속하고 가상현실게임에서 다른 게이머들을 누르며 거액의 판돈을 획득한다. 알고 보니 플린은 천재적인 게이머였다. 플린이 살고 있는 2033년은 가상현실 게임만 잘해도 큰돈을 벌 수 있는 세상이다. 가상현실 게임이 로봇에게 일자리를 빼앗긴 인간들이 무료함을 달래주는 유일한 탈출구였기 때문이다. 이후 플린은 다시 가상현실게임의 베타(시범) 테스트에 참여하게 되고 현실과 거의 다름없는 가상현실 게임 속 세상에서 현실에서와는 전혀 다른 인물(아바타)로 변신하여 낯선 경험을 하게 된다.

 

드라마 ‘더 페리퍼럴' ⓒ위클리서울/ 공홈 인스타그램
드라마 ‘더 페리퍼럴' ⓒ위클리서울/ 공홈 인스타그램

가상현실 세계가 아니라 진짜 미래를 경험하다

그런데 가상현실이 너무 생생하다. 플린은 게임 속에서 일어난 반응이 너무 현실과 같다고 느끼고 게임에 의문을 가지게 된다. 한편 플린의 마을에 외계인처럼 수상한 행적을 보이는 이방인들이 플린을 찾아온다. 플린은 자신이 심 접속 게임 속에서 900만 달러의 지명수배자가 되었다는 황당한 해킹 메시지를 받는다. 오빠 버턴을 찾아가 위험을 알리는 플린. 버턴은 동생의 말에 반신반의하면서도 혹시 몰라 드론을 띄운다. 그런데 정말 수많은 이방인 용병들이 그들의 집 근처를 포위하고 있었다. 습격자들이 찾아온 이유는 심 접속 게임에서 자신들의 내부정보가 유출되었기 때문이었다. 이상함을 느낀 플린은 게임에 접속해 상황을 찾아본다. 사실 그곳은 가상현실 세계가 아니라 70년 뒤 2099년의 실제 현실 세계였다. 플린은 ‘퀀텀 터널’이라는 데이터 전송 기능을 통해 실제 게임에 접속한 것처럼 미래를 오게 된 것이다.

지구는 2039년도에 커다란 변화를 겪는다. 누군가 전력망을 해킹하여 수개월 만에 지구 전체가 정전되는 사건이 일어난다. 이 사건으로 인해 ‘혈액 페스트’라고 불리는 바이러스가 퍼지면서 지구는 다시 한번 전염병으로 팬데믹을 겪게 된다. 지금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이 바이러스 또한 지독하기 짝이 없었다. 순식간에 많은 사람들을 감염시켰고 죽음에 이르게 했다. 전염병에 환경 재해, 악순환의 악순환이 지구를 덮쳤고 그후 40년 동안 전 세계 인구는 70억 명이 사망하게 된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죽었지만 플린이 바라보는 미래는 엄청나게 발전된 모습이다. 이미 과학기술의 발전은 인체 개조를 쉽게 할 수 있는 경지에까지 이르게 되었을 정도다. 과학이 발전하면 정보를 독점하는 이들이 돈을 번다. 돈을 버는 자들은 강한 힘을 가지게 된다. 이들은 특권층이 되어 자신들의 기득권을 빼앗기려 하지 않을 것이다. 드라마에서도 마찬가지다. 미래의 상위 1%에 해당하는 특권층에서는 아바타를 만들어 놓고 다른 시공간에서 이를 조종해 기득권을 유지하려 한 것이다. 이들이 플린을 과거에서부터 끌어들인 것도 이러한 욕심 때문이었다.

구글의 엔지니어면서 미래학자인 레이 커즈와일은 인공지능(AI)의 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시점을 ‘특이점’이라고 정의하고 그 시기는 2045년경으로 예측했다. 이 시기가 오면 인간은 영생을 누리게 된다고 말했다. 이때쯤이면 나노공학, 로봇공학, 생명공학 등 과학의 발전으로 인간 신체의 수명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늘어날 뿐만이 아니라 영원히 살 수도 있다. 인간의 신체는 늙고 결국 죽게 되더라도 뇌를 클라우드와 같은 장치에 다운로드하면 영생을 살 수 있다는 논리다. 과연 미래는 어떻게 전개될까? 눈에 보이지도 않는 작은 바이러스로 인해 인간은 멸망하고 소수의 살아남은 인간은 불로불사(不老不死)를 위해 세상을 파괴할까? 아니면 플린처럼 인간이 선한 의지로 미래를 유토피아로 만들 수 있을 것인가. 우리에게 다가올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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