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저·아숙업 등장…국내 유통사들도 서비스 고도화

[위클리서울=방석현 기자] 인공지능(AI) 챗봇인 ‘챗GPT(ChatGPT)’ 열풍이 불면서 국내외 기업들이 앞다퉈 AI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챗GPT 기술을 추가하거나 자체적으로 제작한 AI를 기존 서비스에 탑재해 임직원과 소비자 모두에게 고도화된 디지털 경험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챗GPT는 지난해 11월 30일 공개된 대화 전문 인공지능 챗봇이다. 오픈에이아이(Open AI)에서 만든 대규모 AI 모델인 ‘GPT-3.5’ 언어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챗’은 채팅의 줄임말이고 GPT는 ‘Generated Pre-trained Transformer(생성된 사전 교육된 변압기)’의 앞 글자를 땄다.

오픈에이아이는 테슬라 CEO인 일론 머스크, 와이컴비네이터 사장(현 오픈AI CEO)인 샘 올트먼 등이 인류에게 도움이 될 디지털 지능 개발을 목표로 지난 2015년 설립한 비영리 법인이다. 챗GPT는 이 단체가 만든 AI 중 ‘언어’에 특화된 모델이다. 한 글로벌 금융그룹인 UBS는 지난 2월 보고서를 통해 “챗GPT가 2023년 1월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 1억 명을 돌파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는 인스타그램(30개월), 틱톡(9개월) 보다 빠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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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 도입하는 기업들

챗GPT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보니 국내외 유명 기업들이 앞다퉈 해당 기술을 자사 서비스에 도입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애저 오픈AI 서비스(Azure OpenAI Service)에 챗GPT 프리뷰를 추가했다.

애저 오픈AI 서비스는 오픈AI의 최신 AI 시스템을 제공하는 클라우드 서비스로, 지난 1월 공식 출시됐다. 현재 1000곳 이상 조직이 이 서비스를 활용하고 있다.

이번 발표로 마이크로소프트 클라우드 고객은 보안, 컴플라이언스, 책임 있는 AI 등 애저가 제공하는 엔터프라이즈급 기능에 챗GPT 기술을 함께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앞으로 개발자들은 애저상의 챗GPT를 활용, AI 기반 경험을 손쉽게 커스터마이징하고 이를 애플리케이션(앱)에 적용할 수 있다. 이는 기존 봇 개선, 콜센터 대화 요약, 개인 맞춤형 제안을 담은 신규 광고 카피 생성, 자동 클레임 처리 등 다양한 상황에서 가능하다.

다만, 지켜야 할 것이 있다. 애저 오픈AI 서비스에 대한 접근 권한 부여는 고객 및 개발자가 별도 신청해야 하며, 개발자는 사용 목적 또는 사용 앱에 대해 설명해야 한다. 욕설, 증오 및 불쾌감을 주는 유해 콘텐츠 포착을 위해 설계된 ‘콘텐츠 필터’를 통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한다. 정책 위반이 확인된 경우 마이크로소프트는 추가 악용 방지를 위해 개발자에게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도록 요청할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오픈AI 서비스에 챗GPT 기술 추가
애저 오픈AI 서비스에 챗GPT 기술 추가  ⓒ위클리서울/ 마이크로소프트

AI 스타트업 업스테이지도 카카오톡에 서비스 중인 가상인턴 ‘AskUp(아숙업)’에 챗GPT를 도입했다. AskUp은 챗GPT를 기반으로 업스테이지의 광학문자판독(OCR) 기술을 결합해 사용자가 문서의 사진을 찍거나 전송하면 그 내용을 읽고 이해하고 답변할 수 있는 서비스다. 카카오톡에서 AskUp 채널검색을 통해 추가만 하면 사용이 가능하다. 출시 3일만에 채널친구 3만 명을 모았다.

업스테이지가 개발한 OCR 기술은 다양한 글꼴, 배경 등에 상관없이 정확하게 문자를 인식한다. 이를 통해 사용자는 텍스트로 작성된 문서나 손글씨 이미지 등을 AskUp에 보내면 번역된 내용과 함께 답변을 받을 수 있다. 또한 학습 자료, 사업자 등록증, 계약서 등 다양한 서류도 AskUp에 질문하면 필요한 정보를 얻거나 텍스트로 처리도 가능하다.

사용자 질문에 따라 파인튜닝해서 친구 사귀듯 점차 성격에 맞는 대화까지 가능하다. 예를 들어 “오늘 날씨 어때?”라고 물으면 현재 위치의 날씨 정보와 함께 적절한 의상이나 활동을 추천해 준다. “오늘 기분이 좋아”라고 말하면 그 이유를 물어보거나 축하해 주는 등의 반응을 보인다.

향후에는 업스테이지의 추천팩을 도입, 서제스트(추천+검색) 기술 등을 적용해 장기 메모리를 개발, 과거의 대화 중 필요한 내용을 추천하는 기능도 적용할 계획이다. “작년 가을에 바비큐 회식을 했던 장소가 어디?” 등의 질문을 할 경우 이전 대화를 보고 답을 주는 식이다.

김성훈 업스테이지 대표는 “아숙업은 AI와 인간 사이의 소통과 협업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서비스로, 많은 사람들이 AI의 편리함과 재미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며 “일상에서 AI 활용의 허들을 낮춰 전국민이 AI시대에 더 높은 무대로 올라설 수 있도록 업스테이지가 AI 대중화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GS25 근무자가 챗봇조이를 사용하고 있다. ⓒ위클리서울/ GS리테일
GS25 근무자가 챗봇조이를 이용하고 있다. ⓒ위클리서울/ GS리테일

자사 AI 강화한다…디지털 경험 확대

AI에 대한 관심이 증대하자 기업들은 기존에 갖추고 있던 서비스를 더욱 고도화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직원들의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소비자들에게는 차별화된 디지털 경험을 제공해 편의성 증대 및 기업 이미지 개선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편의점 GS25는 ‘GS25 챗봇조이’를 운영하고 있다. 이는 2018년 업계 최초 선보인 가맹점 대상 업무 지원 챗봇 ‘GS25 챗봇지니’의 기능을 보다 고도화한 카카오톡 채널 기반의 AI 챗봇이다. 365일 24시간 점포 경영주와 스토어매니저 업무 중 발생할 수 있는 궁금증에 답변해 준다. 점포 상품, 물류 조회, 업무 지식 검색 등이 가능해 점포 운영 편리성을 높이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우리동네GS’ 앱에 고객용 챗봇 ‘바로톡’을 도입했다. 이는 자연어 처리가 가능한 AI 챗봇으로 단순 문의에 대해 비대면, 신속한 처리 및 개인화된 정보 제공으로 고객 맞춤형 서비스가 가능한 것이 장점이다. 최근 사용 빈도를 살펴보면 상품 찾기, 가까운 매장 찾기, 우리동네GS 바로배달 주문 현황 조회 등을 고객이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다.

챗GPT 트렌드에 따라 GS25 챗봇조이 가입자 수 역시 2월 한 달간 전월대비 130% 증가했다. 회사 측은 지난 2월 진행한 ‘GS25 상품 트렌드 전시회 2023’에서 홍보 영상으로 GS25 챗봇조이 안내를 진행해, 경영주들의 큰 호응을 얻으며 폭발적인 가입 성과를 낸 것으로 보고 있다.

황지현 GS리테일 모바일마케팅 담당자는 “GS25는 가맹 경영주뿐만 아니라 고객의 쇼핑 편리성 향상을 위해 업계 최고 수준의 AI챗봇 기능을 도입하고 있다”며 ”구체적으로 점포 해피콜 접수 건수 축소, 상품 유통기한 관리 향상 등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어 기쁘며, 좀더 도움이 드릴 수 있는 꼭 필요한 기능을 추가 개발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그룹도 AI 카피라이터 ‘루이스’를 통해 마케팅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루이스는 초대규모 AI 언어모델을 기반으로 해 사람처럼 문장 및 문맥을 이해하고 생성할 수 있다. 이에 감성적이고 창의적인 작문도 가능하다.

루이스는 네이버 초대규모 AI 언어모델 ‘하이퍼클로바’를 기본 엔진으로 사용한다. 하이퍼클로바는 미국 오픈AI사의 GPT-3 대비 한국어 데이터를 6500배 이상 학습해 우리말을 가장 잘 이해하고 구사하는 초대규모 AI로 알려졌다.

루이스는 현대백화점이 최근 3년간 사용한 광고 카피, 판촉행사에서 쓴 문구 등에서 고객 호응을 얻었던 데이터 1만여 건을 집중적으로 학습했다. 회사가 추구하는 감성과 고급 언어, 세련된 뉘앙스 등에 가장 부합하는 문구 특징을 익히기 위해서다.

실제 한섬의 럭셔리 스킨케어 브랜드 ‘오에라’와 ‘봄 메이크업’을 루이스에게 입력하면 ‘봄날의 피부를 깨우다–다가오는 봄, 꽃처럼 화사하게 피어나는 피부를 위해 오에라가 새로운 스킨케어를 제안합니다’라는 카피가 생성된다. 키워드를 추가하거나 바꾸는 식으로 다양한 제목과 본문 조합을 생성할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타깃 연령대까지 고려해 문구의 톤과 어투를 조절하기도 한다. ‘아트페어’ 타깃을 20대로 설정하면 ‘인싸가 되고 싶다면 현백으로 모여라’, 50대가 타깃인 경우에는 ‘예술이 흐르는 백화점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로 결과가 달라진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2월 초부터 2주간 커뮤니케이션팀 등 관련 부서 120여 명을 대상으로 루이스에 대한 테스트를 거쳤다. 그 결과, 행사 기획 의도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 등을 외부 전문 카피라이터와 소통하고 1차 카피를 도출하는 데 통상 2주가량 걸리던 업무시간이 평균 3~4시간 내로 줄어 카피라이팅 관련 업무시간이 획기적으로 단축됐다.

이에 회사는 향후 배너 광고, 상품 소개 페이지 등 마케팅 문구 생성에 최적화된 이커머스 버전을 추가 개발해 그룹 계열사로 루이스를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김성일 현대백화점 DT추진실 전무는 “이번 AI 카피라이터 도입으로 직원들이 보다 창의적인 업무에 몰두하는 효과는 물론, 고객들에게 현대백화점만의 따뜻한 감성과 품격 있는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한다는 메시지를 더욱 일관되게 전달할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도 최신 기술을 선제적으로 응용‧도입해 차별화된 고객 경험과 업무혁신을 지속적으로 끌어냄으로써, 백화점의 DT 트렌드를 선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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