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단체들, "탄소중립 동기부여 효과"..."부익부빈익빈 발생"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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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서울=박영신 기자] 대한상공회의소가 하반기 중 탄소 크레디트 거래소를 개설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그린워싱 기업 양산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앞서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 1월 개설한 탄소감축인증센터를 통해 이달부터 탄소배출권인증사업을 시작한 데 이어 탄소 크레디트를 수급·매매할 수 있는 '자발적 탄소시장'을 오는 하반기 개설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탄소 크레디트는 외부 온실가스 감축 활동, 산림 조성 등을 통해 달성한 배출량 감축분을 인증기관의 검증을 거쳐 시장거래가 가능하도록 발급한 인증서다.

탄소 크레디트 거래소는 크레디트를 주식처럼 사고 팔 수 있는 시장으로 정부가 운영하는 규제적 시장과 민간의 자발적 시장으로 나뉜다.

정부의 규제적 시장에는 700개 기업이 참여하고 있으며 이들 기업은 생산공정 등에서의 직접 절감 탄소량에 대해서만 크레디트를 받아 매매하고 있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이번에 상의가 개설하는 거래소에서는 정부의 규제적 시장에 참여하지 않은 기업과 기관 등 다양한 참여자가 탄소 크레디트를 받아 사고팔 수 있다. 규제적 시장 참여기업이더라도 신재생에너지 전기사용 등 간접 감축 등에 대해 크레디트를 얻어 매매할 수도 있다.

크레디트 매매를 통해 파는 기업들은 탄소 감축 활동이 수익으로 전환되며 구매하는 기업들은 구매한 크레디트만큼 탄소감축량으로 인정받는 ‘탄소상쇄’를 받을 수 있다.

한 경영계 관계자는 “기업은 공정효율 개선, 친환경 연료전환 등을 통해 탄소를 최대한 저감하더라도 탄소중립을 100% 달성하기는 어렵다. 공급망 전반을 아우르는 배출량까지 고려하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자발적 탄소시장이 개설돼 다양한 참여자가 직간접 탄소 감축량에 대해 탄소 크레디트를 사고팔 수 있게 되면 기업의 탄소 중립 인증이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마케팅 뿐 아니라 수출에서의 경쟁력 확보도 수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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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탄소 크레디트 거래소에 대해 그린워싱 기업을 양산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한 ESG 단체 관계자는 “그동안 ESG나 탄소중립을 실천했을 때 기업들에게 주어지는 뚜렷한 보상이나 수익으로 이어지는 체계가 부족해 지지부진해지는 측면이 있었던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자발적 시장이 개설되면 좀 더 다양하고 폭넓은 기업·기관들에게 탄소중립 실천에 대한 동기부여가 될 것이며 ESG 실천 의지도 자연스럽게 확산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그러나 공정 개선, 기술 투자 등 탄소 중립을 위한 노력은 하지 않고 탄소상쇄를 통해 마치 탄소절감 활동을 한 것처럼 인정받는 것은 ‘그린워싱’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린워싱이란 실제로는 친환경적이지 않지만 마치 친환경적인 것처럼 홍보하는 '위장환경주의'를 말한다.

이 관계자는 “탄소감축 활동을 하다가 감축이 안 되는 부분에 대해 마지막 수단으로 탄소 크레디트를 활용해야 할 것”이라며 “그렇지 않은 기업들은 그린워싱 기업으로 낙인찍혀 더 큰 위기에 처하도록 하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환경단체 관계자는 “결국 돈으로 탄소감축량을 거래하는 제도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발생시킬 수 있다”며 “거래제를 확대하기 보다는 금융권이 탄소 발생을 감축하는 기업과 탄소 중립에 대응하기 어려운 중소기업 등에 대출을 늘리는 등 금융의 역할을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병윤 금융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금융이 경제 시스템 내에서 금융자원을 적절하게 배분하는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에 우리 경제가 탄소 중립을 추진하는데 금융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금융계는 고탄소배출 업종 관련 자산을 축소하고 녹색금융 상품과 서비스를 확대해야 한다”며 “아울러 탄소중립에 제대로 대응하기 어려운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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