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시민단체들, "환경오염·건강위협 등 문제 '심각'...국제협약 제정움직임 발맞춰야"

[위클리서울=박영신 기자] 최근 국제학술지 '위험물질저널'에 미세플라스틱이 새들의 체내에 들어가 섬유증을 발생시킬 뿐 아니라 생존력을 저하시킨다는 내용의 연구보고서가 실렸다.

게다가 전 세계 바다에 떠다니는 미세플라스틱 입자가 171조개(총무게 230만t)에 달하며 일회용기에 배달된 음식을 한주에 두 번 주문할 경우 연간 3800여개의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하는 게 된다는 분석결과가 나오면서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국민적 우려감이 증폭되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과 시민단체들이 ‘미세플라스틱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미세플라스틱이란 5㎜ 미만의 플라스틱 조각을 말하며 생성원인에 따라 1차 미세플라스틱과 2차 미세플라스틱으로 나뉜다. 1차 미세플라스틱은 세안제와 치약에 들어 있는 스크럽제(마이크로비즈), 공업용 연마제 등이 포함된다. 2차 미세플라스틱은 플라스틱 제품이 사용되는 과정이나 버려진 이후에 인위적인 행위나 자연 풍화에 의해 조각나고 미세화된 플라스틱 파편을 가리킨다.

특히 미세플라스틱은 다양한 경로로 해양에 유입돼 시간이 지날수록 자연적 풍화과정을 거쳐 점차 잘게 쪼개져서 크기가 마이크로에서 나노 수준으로 미세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생태계에 광범위한 문제 야기...선제적 조치 필요"

Ⓒ위클리서울/박영신 기자

정지현 한국해양과학기술원 교수는 15일 국회에서 열린 ‘미세플라스틱특별법 제정을 위한 국회토론회’에서 “2000년 후반 섬, 대양, 극지방 등 지구 전반의 해양에 플라스틱 조각이 널리 분포함이 밝혀짐에 따라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개념과 이로 인한 오염 실태가 환경 이슈로 자리 잡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토론회는 미세플라스틱특별법안 발의에 앞서 특별법 초안을 공유하고 제정 방향에 대한 각계 의견을 수렴해 법안에 반영하고자 마련됐다.

정 교수는 “캘리포니아 해안의 미세플라스틱 오염도는 실제 전 세계의 플라스틱 생산량 증가추이와 일치한다”며 “우리나라도 연안 지역의 오염도는 전 세계 국가 중 비교적으로 높은 수준에 속한다”고 밝혔다.

플라스틱 생산량은 대량생산시기인 1950년대 이후부터 매년 10%씩 증가해 2050년까지 330억톤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며 과거 65년간 생산된 플라스틱(82억톤)의 59%가 폐기물로 매립됐거나 환경으로 배출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정 교수는 “해양환경으로부터 해양생물의 생체 내로 유입된 미세플라스틱이 미치는 물리적, 화학적 영향이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다”며 “특히 갑각류, 연체동물, 어류와 같은 몇몇 실험종에 대한 실험을 통해 미세플라스틱의 생체 유입이 유전 독성, 산화 스트레스, 행동 변화, 생식 장애, 개체수 감소 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보고된 바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세플라스틱은 플랑크톤과 각종 해양생물 등으로의 축적을 통해 최종적으로 인체에 유해물질로써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해양생물만이 아니라 생태계에 광범위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미세플라스틱 환경오염이 점점 심화되면서 생태계는 물론 인간의 건강까지 위협받고 있다”며 “미세플라스틱 문제의 심각성, 예견되는 위험성을 고려한다면 사전예방주의 원칙에 따라 선제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은정 소비자기후행동 대표는 “미세플라스틱은 오염 범위가 매우 넓고 문제 해결이 복잡한 과제”라며 “개별적인 법 개정보다는 특별법을 통해 통합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제희 변호사는 “미세플라스틱특별법 제정은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국제적 규제에 발맞춰서 관련 산업의 지속가능성과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는 과제”라고 짚었다.

이날 조제희 변호사가 공개한 특별법 초안에는 △플라스틱 제조·판매·사용 등 제한 △사업자의 회수·재활용 책임 △제품 표시 △유출 방지 △미세플라스틱 제품 보증금 도입 △정부·지자체의 미세플라스틱 수거 책임 등이 담겼다.

"특별법 제정 초기부터 산업계 참여 이끌어내야"

Ⓒ위클리서울/박영신 기자

이날 전수원 WWF(세계자연기금) 한국본부 플라스틱 담당과장은 “전 세계적으로 법적 구속력이 있는 국제 플라스틱 협약이 만들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에서도 미세플라스틱특별법이 제정된다면 시기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것 같다”고 운을 뗏다.

전수원 과장은 “우선적으로 미세플라스틱특별법에는 플라스틱 생산을 감축하고 폐기물 처리과정을 개선하는 내용이 담겨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꼭 생산해야 하는 플라스틱의 경우, 엄격한 글로벌 생산규정을 적용해 생산토록 하고 사용 후에 다시 자원순환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라며 “자원순환이 되기 어렵다면 사용된 플라스틱이 해양 등 자연으로 유입되지 않도록 폐기물 관리체계를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전 과장은 “WWF는 기업들에게 플라스틱 감축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으며 이에 기업들은 플라스틱 감축을 선언하며 플라스틱 오염 해결을 위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며 “특별법 제정과 아울러 초기부터 산업계의 참여를 확대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고도 짚었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2014년의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SDG)에 미세플라스틱을 포함하는 ‘플라스틱 해양쓰레기’를 포함시켰고, 2025년까지 해양(미세)플라스틱 쓰레기를 포함한 해양오염의 예방과 현저한 저감을 목표로 제시할 것을 권고했다.

아울러 유엔환경총회(UNEA)는 2014년 개최된 제1차 총회부터 4차까지 매회 미세플라스틱을 포함한 해양플라스틱쓰레기에 대해 결의안을 채택했다. 또 2022년 개최된 제5차 총회에서부터 해양쓰레기 및 플라스틱 오염을 규제하기 위한 구속력 있는 국제협약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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