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 초고속 파산…뒤에는 ‘모바일 뱅크런’
SVB 초고속 파산…뒤에는 ‘모바일 뱅크런’
  • 이주리 기자
  • 승인 2023.03.17 10: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국 ‘예금 전액 보호’ 조치 움직임에 우려도
은행들 자금 확보하는 노력 계속해야

[위클리서울=이주리 기자] 스타트업 업계 최고의 금융사인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이 40년 역사가 무색할 정도로 36시간 만에 초고속 파산했다. 그 배경에는 이른바 ‘모바일 뱅크런’이 자리하고 있었다.

스마트폰을 이용해 쉽고 빠르게 예금을 인출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한 것은 좋았지만, 그 덕분에 SVB의 유동성 위기가 알려지자마자 하루 만에 고객들이 420억 달러(55조원)의 예금을 인출했고 결국 SVB는 36시간이라는 짧은 시간에 파산하고 말았다.

금융당국은 SVB사태가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제한적’이라 강조하고 있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대면 채널이 아예 없는 인터넷 전문은행과 모바일 뱅킹 편의성을 높여가고 있던 시중은행들 역시 우려하는 모습이다.

 

ⓒ위클리서울/ 디자인=이주리 기자

SVB는 어떻게 36시간 만에 파산했나

SVB는 코로나 시대 속 예금붐에 힘입어 보유예금과 자산이 늘어나자, 이중 상당부분을 미국장기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 등에 투자했다. 하지만 미국 연준이 기준금리를 가파르게 인상하며 안전자산 가치가 급락하는 등 유동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SVB 경영진은 ‘골드만삭스’에 자금조달과 관련한 자문을 구했고, 골드만삭스는 사모펀드로부터 22억5000만 달러 규모의 증자를 단행하고 벤처캐피탈 제너럴애틀랜틱(GA)로부터 5억 달러를 투자받을 것을 자문했다.

동시에 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SVB 신용등급 강등을 고려하고 있고 주말이 다가오고 있다는 점을 이유로 ASF(매도가능채무증권) 포트폴리오 매각 등의 발표를 서둘러야 한다고 봤다.

이후 SVB는 7일 골드만삭스의 자문대로 포트폴리오 매각으로 18억 달러의 손실이 발생했다면서 주식매각 등의 계획을 발표했다. 이러한 발표는 즉각 시장에 SVB의 자금사정이 악화됐다는 시그널을 줬다.

여기에 더해 발표 직후 얼마 지나지 않아 가상자산 전문은행 실버게이트캐피탈이 예금고갈로 영업을 중단한다고 발표하면서 시장의 불안감은 커졌다. 8일 무디스가 SVB에 대한 신용등급을 1단계 강등키로 발표하면서 분위기는 급격히 악화됐다.

9일 주식시장이 열리자마자 SVB 주가는 폭락했고 고객들은 빠르게 자금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등 예금 인출에 나섰다. 이른바 ‘뱅크런’이 발생한 것이다. 뱅크런 소식이 일파만파 번지면서 주가는 더더욱 하락세를 걸었고 더 많은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빨리 돈을 인출하는 뱅크런 가속화로 이어졌다.

결국 미국 캘리포니아주 금융보호혁신국은 10일 SVB를 폐쇄하고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를 파산관리자로 선임했다. 40년 역사를 자랑하던 SVB가 불과 36시간이라는 짧은 시간 만에 파산으로 접어든 순간이었다.
 

모바일 시대, 뱅크런도 빠르고 간편하게

SVB가 36시간이라는 단시간 만에 파산한 배경에는 이른바 ‘모바일 뱅크런’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예전 같으면 은행창구로 직접 달려가서 기다린 끝에 예금 인출을 진행해야 했지만, 모바일 뱅킹 활성화로 스마트폰을 몇번 두드리는 것 만으로도 예금 인출이 빠르게 이뤄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SVB의 주고객인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사업가들이 SVB 유동성 위기 소식을 접하자마자 미친 듯이 스마트폰을 두드려 순식간에 회사자금을 빼내갔다고 전하며 매우 빠른 속도로 ‘뱅크런’이 발생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여기에 더해 실리콘밸리에서 많이 사용하는 사무용 메신저 슬랙에서 SVB 위기설이 빠르게 번지고 트위터 등의 SNS를 통해 관련 소식이 발빠르게 번지면서 시장불안 역시 빠르게 커지고 말았다. 모바일‧SNS가 가져다준 빠름, 간편함이라는 요소들이 결국 SVB의 빠른 몰락을 부른 셈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국내 인터넷 전문은행과 모바일 뱅킹을 운용하는 시중은행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해 비대면 거래가 전체 거래의 절반을 넘길 정도로 모바일 뱅킹 이용자가 많은 만큼 SVB가 겪은 일을 우리도 겪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에서는 SVB 사태가 국내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강조하면서도 금융시장의 변동성‧불확실성이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건전성 확보가 중요하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미국처럼 ‘예금 전액 보호’ 등의 조치를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본격적인 검토에 착수했다. 미국은 SVB 사태로 시그니처 은행이 파산하자 다른은행들로 뱅크런이 번지는 것을 막고자 12일 “예금자 보호 한도를 넘더라도 예금 전액을 보장하겠다”고 나선 바 있다.

모바일 뱅킹이 활성화된 우리나라에서 뱅크런이 발생한다면 정말 빠른 시간에 많은 자금이 유출돼 은행이 버티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현재 5000만원 수준의 예금자 보호 한도를 1억 또는 그 이상으로 높이고 은행들이 자금을 확보하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받고 있다.

물론 이러한 움직임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예금 전액 보호 등의 조치를 취하려면 결국 금융사가 나눠 내는 예금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해 대출금리 인상 등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에 많은 자금을 묶어놓은 부자들을 위해 서민들의 어려움이 더욱 가중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주) 뉴텍미디어 그룹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서울 다 07108 (등록일자 : 2005년 5월 6일)
  • 인터넷 : 서울, 아 52650 (등록일·발행일 : 2019-10-14)
  • 발행인 겸 편집인 : 김영필
  • 편집국장 : 선초롱
  • 발행소 : 서울특별시 양천구 신목로 72(신정동)
  • 전화 : 02-2232-1114
  • 팩스 : 02-2234-8114
  • 전무이사 : 황석용
  • 고문변호사 : 윤서용(법무법인 이안 대표변호사)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주리
  • 위클리서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05 위클리서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aster@weeklyseoul.net
저작권안심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