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및 영화 속 전염병과 코로나19] 영화 ‘아마겟돈 2046’

[위클리서울=김은영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전 세계가 고통받고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전염병과의 싸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렇다면 인문학에서 전염병을 어떻게 다루었고, 지금의 코로나19를 살아가는 현재에 돌아볼 것은 무엇인지 시리즈로 연재한다.

 

ⓒ위클리서울/ 김현수 객원기자

치료제가 없는 새로운 바이러스가 또 나타났다. 지난 2월 서아프리카 적도 기니에서는 마버그(Marburg) 바이러스로 9명이 사망하고 수백여 명이 격리 수용됐다. 이 바이러스는 고열과 구토, 설사, 출혈 등의 증세를 보이며 사망에 이르게 한다. WHO(세계보건기구)는 인근 구역에 경고 경보를 발령하고 유엔과 함께 봉쇄령을 내릴 방침이다. 마버그 바이러스는 바이러스성 출혈열로 예방 방법이나 치료제가 없는데 치사율은 최소 24%에서 최대 88%에 이르는 지독한 감염병이다. 이제까지는 서아프리카 가나에서만 발생을 했는데 이번에는 가나에서 발생된 지 기니까지 몇 개월 만에 확산된 터라 전파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치료제가 없는 새로운 바이러스의 출현이 잇따르고 있다. 전염병 팬데믹은 인류 멸종을 앞당기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의견이 분분하다. 인간은 이 작은 바이러스에 의해 결국 멸종의 길을 걷게 될까? 아직 코로나19 바이러스도 종식되지 않았는데 새로운 감염병은 속속 나타나 우리를 불안하게 만든다. 지난 2021년 개봉된 영화 ‘아마겟돈 2046’은 바이러스 팬데믹으로 인해 인류가 멸망한 2046년도까지의 세계를 그린 영화다. 지금으로부터 43년 후의 지구는 어떤 모습일까?
 

영화 ‘아마겟돈 2046’ 포스터 ⓒ위클리서울/ 네이버영화

팬데믹 46년 후, 인류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전염병 팬데믹으로 지구는 더 이상 인간이 살기 어려운 공간이 됐다. 영화 ‘아마겟돈 2046’은 현재의 지구가 최악의 상태가 된 2046년의 상황을 가정하여 이야기를 만들었다. 제목에서 제시된 ‘아마겟돈’은 무엇을 뜻할까. ‘아마겟돈’이란 성경에 기록된 단어다. 신약성서 요한계시록에 의하면 사탄과 하나님의 마지막 전쟁 장소로 ‘아마겟돈’이 거론된다. 여기서 아마겟돈은 지명을 의미하며 성경에서는 이 지역을 ‘므깃도’라고 말한다. 지금의 팔레스타인 북부 정도에 위치하는 곳이다. 이곳은 대규모 전쟁을 치를 수 있을 정도의 거대한 골짜기로 이루어져 있다. 성경에 의하면 ‘아마겟돈’에서 악의 세력과 선한 영적 세력과의 전쟁이 일어나고 결국 전쟁이 끝난 후 인류는 이곳에서 최후의 심판을 받게 된다. 흔히 영화나 소설에서 뜻하는 ‘아마겟돈’은 ‘인류 최후의 전쟁’을 의미한다.

영화 ‘아마겟돈 2046’에서는 아마겟돈의 상황을 인류가 바이러스 팬데믹으로 인해 멸망하고 괴생명체가 지구에서 인간과 함께 살고 있으며, 이를 못 견뎌 부자들이 지구를 떠나 공중도시를 만들기도 하고, 공중도시에 가지 못한 인간들이 지구에서 아직도 살아남아 마지막 희망을 가질 에너지를 찾아가는 과정을 담았다. 영화는 이렇게 옴니버스 형태로 총 3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주인공 알렉산더(데이비드 매스터슨 분)와 죠수아(수마스 F. 사전트 분)가 만나는 1편과 2편에는 칼(코니 레드마커 분)과 소녀 렉스(메레디스 로즈 분)와의 이야기가 담겼다. 마지막 3편에는 마야와 벨이라는 두 여성이 아이작(제레미 대시 분)에게서 융합에너지를 빼앗으려는 이야기로 전개된다.

영화의 시작은 전쟁이다. 2020년경 세계대전이 발발하고 화학전으로 인해 지구에는 치명적인 전염병 팬데믹이 발생한다. 이후 시간은 ‘지옥’이다. 2030년이 되면 갑부들은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그들이 가진 재력과 권력을 이용해 공중 도시를 만들어 대피해 버린다. 지구에 남겨진 대부분의 서민들은 멸망해 버린 지옥에서 하루하루를 괴롭게 살아가야 한다. 게다가 지구에는 치료되지 못한 바이러스가 남아있다. 거기에 설상가상으로 정체를 알 수 없는 괴생명체도 있다. 물론 인간의 목숨을 노린다. 인간은 인간을 사냥한다. 인간도, 괴물도, 바이러스도 무섭다. 이래저래 살아남기 어려운 상황이다.

 

영화 ‘아마겟돈 2046’ 포스터 ⓒ위클리서울/ 네이버영화
영화 ‘아마겟돈 2046’ 스틸컷 ⓒ위클리서울/ 네이버영화

인류의 최후, 아마겟돈은 어떤 모습으로 올까?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처음 발발했을 때처럼 영화에서 바이러스 팬데믹으로 가장 타격이 컸던 곳은 서유럽이다. 2031년 독일의 작은 마을. 이 지역에서 유일한 생존자인 알렉산더는 오늘도 먹을 수 있는 물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알렉산더는 괴생명체에게 잡혀 고통스럽게 죽고 싶지 않아 자살하기 위해 총을 가지고 다닌다. 식수를 찾으러 가는 중 또 다른 생존자인 조슈아라는 남자를 만나 동행하게 된다. 이미 폐허가 되어버린 지구. 어디를 가도 먹을 수 있는 온전한 물을 구하기 힘들다. 지구에 남겨진 생존자들은 서로 살기 위해 죽이고 싸워야 한다. 그런 와중에 이상하게 변해버린 바이러스 감염자에게서도 도망쳐야 한다. 알렉산더는 결국 목표지로 정했던 곳에 도착하지만 괴생명체와 마주하게 된다.

2번째 이야기는 2036년의 캐나다에서 일어난 일이다. 지옥으로 변해버린 지구에서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서는 부자들만 있는 공중도시로 가는 방법 외에는 없다. 공중도시로 가기 위해서는 ‘공중도시 비행기 탑승권’이 필요하다. 얼마나 귀한 티켓일지 상상도 안 간다.렉스라는 소녀의 어머니에게 칼이라는 남자에게 자신의 딸인 렉스와 함께 공중도시에 가달라고 부탁하며 티켓을 맡긴다. 소녀의 어머니는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좀비가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사실 렉스도 감염되었다. 그래도 공중도시에 가면 치료받을 수 있다. 칼은 렉스와 함께 하늘도시로 향한다. 하지만 하늘도시에도 렉스를 고칠 치료제는 없었다. 칼은 공중도시를 포기하고 다시 지상으로 내려와 치료제를 찾아다닌다. 그러던 중 테일러라는 여자에게서 라마에 가면 바이러스 치료제를 구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을 듣고 라마로 간다. 렉스는 점점 바이러스 감염이 심해지고 있다. 언제 좀비가 될지 모른다. 하지만 렉스와 칼은 라마로 간다. 그들은 어떻게 될까?

세 번째 이야기. 미국에 사는 두 여성 마야와 벨이 마지막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시대는 2046년이다. 이들은 아이잭이라는 남자를 찾고 있다. 아이잭이 ‘리오라’라는 융합 에너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리오라’는 인류가 지구에서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들은 에너지를 구하기 위해 남자를 죽이고 에너지를 손에 넣을 계획이다. 자신의 것이 아닌 것을 탐내는 이들의 최후는 어떤 모습일까. 영화 ‘아마겟돈 2046’은 이처럼 세 가지 형태의 아마겟돈을 보여준다. 아마겟돈은 최후의 인류의 전쟁터가 되는 장소라고 했다. 독일, 캐나다, 미국 세 장소, 각각 다른 시간 속에서 이들은 저마다 최후가 될 전투에 임하게 된다. 첫 번째 이야기에서는 알렉산더와 괴생명체와의 사투, 그리고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물과 식품을 얻기 위한 과정이 처절하다. 두 번째 이야기에서는 인간으로서 살아가기 위해 좀비가 되지 않기 위해 필요한 약을 구하는 과정이다. 그 과정에서 최후의 전투를 벌일 사람은 좀비로 변해가는 렉스와 칼이다. 이들은 서로를 의지하고 험난한 세상을 살아왔는데 이제 렉스가 약을 구하지 못해 좀비가 되면 죽여야 하는 대상이 된다. 마지막 이야기는 내가 필요한 것을 쟁취하기 위해 누군가를 살해하려는 사람들이 최후의 결전을 벌이게 된다. 러닝타임 91분은 세 가지 이야기를 온전히 담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우리는 현실에서의 ‘포스트 코로나’의 세계를 상상하지 않을 수 없다. 바이러스가 만들어낸 최후의 아마겟돈은 끔찍하다. 우리에게 다가올 2046년은 영화와는 다르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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