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전문가, 산업계 감축목표 하향·원전 운행 등 짚어

22일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계획 공청회'에서 시민단체들이 행사를 보이콧하고 있다. Ⓒ위클리서울/박영신 기자

[위클리서울=박영신 기자] 정부가 산업계의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축소하고 에너지전환부문에서 감축목표를 확대하는 등 내용을 담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안을 발표했다. 이에 시민단체들은 기업 봐주기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전문가들은 구체적인 감축수단 등이 제시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22일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와 환경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부처 합동으로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안) 공청회’를 열고 2050 탄소중립 사회로의 이행을 위한 국가전략과 2030온실가스 감축목표, 이를 실행하기 위한 감축정책 등을 담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안)을 발표했다.

이 계획은 지난해 3월25일 시행된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에 따라 수립된 탄소중립·녹색성장 관련 최상위 법정계획(2023~2042년)이다. 탄소중립기본법에 따르면 국가 비전 및 중장기감축목표 등의 달성을 위해 법 시행 1년 이내 20년을 계획 기간으로 하는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을 5년마다 수립·시행토록 하고 있다. 

이날 환경부는 “2030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 40% 달성은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며 “다만 감축수단별 이행 가능성 등을 고려해 부문간·부문내 일부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계획안에 따르면 전체 온실가스 감축량은 2018년(7억2760만톤CO2e) 대비 40%(4억3660만톤CO2e)를 감축하기로 한 기존안(2021년 10월)과 동일하다.

그러나 산업부문의 감축량은 2018년(2억6050톤CO2e) 대비 기존안에서는 14,5%(2억2260만톤CO2e)였지만 이번 계획안에서는 11.4%(2억3070만톤CO2e)로 줄었다.

대신 전환부문을 2018년(2억6960만톤CO2e) 대비 44.4%(1억 4990만톤CO2e)에서 45.9%(11억4590만톤CO2e)로, CCUS(이산화탄소 포집・활용・저장)를 –10.3%에서 –11.2%로, 국제감축을 –33.5%에서 –37.5%로 각각 늘렸다.

전환부문의 경우, 원전·재생에너지 보급을 가속화하고 특히 신한울 3·4호기를 조속히 건설하기로 했다. 기존 원전은 안전성 확보를 전제로 경제성·에너지 안보 등을 감안해 계속 운전할 계획이다. 

산업부문의 경우 탄소차액계약제도 도입 등 탄소저감 보조·융자를 확대하고 한계돌파성 기술의 상용화를 위한 지원체계를 구축해 신속하게 온실가스 저감기술을 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건물부문(32.8%)은 제로에너지건축물 확대 및 그린리모델링 확산 등을 통해, 수송부문(37.8%)은 전기·수소차 보급 확대 및 노후경유차 조기폐차 지원 대상 확대 등을 통해 감축을 추진하기로 했다.

농축수산부문(27.1%) 중 농업은 스마트농업을 확산시키고 논물관리·질소질비료 감축 등 저탄소 농업기술을 적극 보급하기로 했다. 축산은 저메탄·저단백 사료 개발·보급으로 축사 온실가스를 저감하기로 했으며 수산은 하이브리드 등 저탄소·무탄소 어선을 개발·보급하고 양식·수산가공시설에 지능형 에너지 관리를 확대하기로 했다.

폐기물부문(46.8%)은 폐기물 감량·폐자원 공급·재활용 확대 등을 통한 사회·경제 전 부문에서의 자원순환 고리 완성으로, 수소부문은 수소의 생산·활용·인프라 등 생태계 구축으로 감축목표를 달성하기로 했다.

흡수원부문(-2670만톤CO2e)은 산림·해양 등 흡수원의 양적·질적 확대를 통해, CCUS 부문(-1120만톤CO2e 흡수·처리)은 인프라와 기술 혁신을 통해, 국제감축 부문(3750만톤CO2e)은 적극적 사업 발굴과 신속한 추진을 통해 탄소감축 목표를 이행하기로 했다.

또 계획안에는 온실가스 감축정책과 아울러 탄소중립 사회로의 이행 기반 강화 정책으로 △기후위기 적응 △녹색성장 △정의로운 전환 △지역 주도 △인력양성・인식제고 △국제협력 등 5개 분야의 총 82개 과제가 담겼다.

특히 정의로운 전환 추진을 위해 탄소중립 전환으로 인한 산업·고용 위기 지역을 지원하고, 위기 업종의 기업과 근로자 대상으로 선제적 지원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위기 지역을 정의로운 전환 특별지구로 지정해 사업전환 컨설팅·교육훈련 등을 지원하고, 산업 전환에 따른 기업 손실 최소화, 재직자 직무전환 훈련 등 탄소중립에 따른 기존 근로자·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할 계획이다.

지역주도의 탄소중립·녹색성장 추진을 위해 지역이 주도하는 상향식 탄소중립·녹색성장 이행 체계를 확립해 나갈 계획이다. 지자체 기본계획 수립, 탄소중립 지원센터 확대, 탄소중립도시 조성, 지역 온실가스 통계 정확도 제고 등을 통해 지자체의 역량과 기반을 강화하고, 성과 공유·확산을 위한 중앙-지역간 소통·협력 채널을 구축하기로 했다.]

22일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계획 공청회'에서 토론자들이 토론을 벌이고 있다. Ⓒ위클리서울/박영신 기자

이번 계획안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친기업·친핵·친화석연료로 점철된 계획”이라며 폐기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기후위기비상행동·기후정의동맹·석탄을넘어서·지역에너지전환네트워크·탈핵시민행동 등 시민단체들은 “현재의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1.5도 목표 달성에 매우 부족함에도 기본계획에서는 2030 감축목표의 조정이나 상향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앞서 공개된 IPCC(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6차 종합보고서에 따르면 1.5도 달성을 위해서는 2019년 대비 43% 감축이 필요하다. 이에 비해 한국의 2030 온실가스 감축목표는 2019년 대비 34%에 불과하다.

또 이들 시민단체들은 “산업계의 감축 책임을 14.5%에서 11.4%로 크게 후퇴시켰다”며 “산업부문의 온실가스배출량은 전체 국가배출량의 54%(전략사용량 포함)에 달한다. 이런 산업계에 대해 엄격한 규제가 아닌 온갖 지원책들만 가득한 것은 결국 이번 계획안이 산업계의 민원 챙기기에 충실했다고 밖에 볼 수 밖에 없다”고도 꼬집었다. 

이어 “기업들은 10년, 20년 전에도 똑같이 힘들다고 했다. 그때 아무것도 안 한 결과를 지금의 기후 위기로 전세계가 돌려받고 있는 것”이라며 “지금 할 수 없다면 나중에도 할 의지가 없는 것이다. 가장 큰 감축 책임이 있는 산업계에게 강력한 규제와 감축 책임을 부과하는 계획안을 다시 수립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들은 “이번 계획안은 화석연료에 대한 확실한 감축계획과 재생에너지 확대 방안은 제시하지 못한 채, 위험한 핵발전 확대만을 내세우고 있다”며 “IPCC 6차 보고서가 핵발전이 온실가스 감축 기여도나 비용 면에서 재생에너지보다 현저히 떨어지는 옵션이라고 함에도, 기승전 핵발전 확대정책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는 것은 매우 비과학적인 정책임을 자인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런 계획안으로는 탄소중립 이행 어렵다"며 "당장 철회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계획안 수립을 통해 정부가 실질적인 이행 계획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는 점은 고무적이라면서도 보다 구체적인 이행수단 등 제시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송두삼 성균관대 교수는 “기존 건물에 대한 리모델링은 1%도 채 안 되는 수준이어서 정부의 좀 더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면서도 “굉장히 고무적으로 생각하는 부분은 이번 계획안 수립을 통해 정부가 실효성 있는 온실감축 이행계획에 대해서 고민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라고 평가했다.

윤동열 건국대 교수는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서는 취약계층에 대한 명료한 영향조사부터 시작해야 한다. 단기 뿐 아니라 중장기적인 분석까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또 그는 “지역사회, 취약계층 등 이해관계자들의 커뮤니케이션에서 이해관계자들이 주도가 되고 정부가 뒤에서 지원하는 모양새가 만들어져 이해관계자들이 실질적으로 의사결정에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재경 경기연구원 연구원은 “지자체들은 이번 기본계획을 통해 부문별·연도별 감축 목표와 구체적인 이행수단들을 확인하고자 했지만 전혀 나와 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지자체 계획수립의 자율성이라는 부분이 강조되고 있지만 이렇게 할 수 있는 지자체가 얼마나 될지 의문”이라며 “반대로 생각해 보면 이번 계획안에 지자체가 탄소중립 이행을 위해 어떠한 역할을 해야 되는지, 어떠한 책임을 갖고 있는지 등에 대한 방향성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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