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시 첫날 카드 등록 100만 건 넘어
편의점·온라인 된다…교통카드 ‘아직’

[위클리서울=방석현 기자] 지난 3월 21일 드디어 ‘애플페이’가 한국에 상륙했다. 2014년부터 서비스를 시작해 세계 70개국에서 운영 중이지만 국내 도입은 상당히 늦어졌다. 이유는 ‘근거리무선통신(NFC) 단말기’ 도입과 수수료 문제 등 여러 이유가 꼽힌다. 그 사이 2015년 출시한 ‘삼성페이’가 스마트폰 간편결제 시장에서의 입지를 다졌다.

뒤늦게 등장한 애플페이도 만만치 않다. 론칭 첫날 토근 발행 건수가 100만 건을 넘어설 정도로 놀라운 인기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아직 NFC 단말기 보급되지 않아 아이폰 이용자들에게 ‘지갑 없는 삶’을 선사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위클리서울/ 픽사베이, 디자인=이주리 기자

“남북통일보다 빨랐다”

현재 국내에서 애플페이를 사용할 수 있는 금융사는 현대카드가 유일하다. 애플과 현대카드는 3월 21일 서울 용산구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스페셜 이벤트’를 열고 애플페이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아이폰과 현대카드를 보유한 이용자는 호환 단말기를 보유한 매장에서 카드 실물 없이 휴대전화로 간편결제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현대카드에서 발행한 비자·마스터카드 브랜드 신용카드 또는 국내 결제 전용 신용·체크카드를 보유한 고객은 아이폰의 ‘지갑’ 애플리케이션이나 ‘현대카드’ 앱에서 애플페이 기능을 활성화할 수 있다. 결제를 위해서는 측면 버튼 또는 홈 버튼을 두 번 눌러 사용자 인증을 한 뒤, 아이폰 등을 단말기 가까이에 대면 된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애플페이 출시 첫날 “그래도 남북통일보다는 빨랐습니다”라는 소감을 밝혔다. “애플페이 도입보다 통일이 더 빠르겠다”, “통일보다 멀게 느껴진다”라는 아이폰 이용자들의 불만 섞인 표현에 대한 대답으로 분석된다.

늦어진 시기만큼 애플페이를 빨리 이용하고 싶어하는 아이폰 이용자들의 발걸음은 첫날부터 끊임없이 이어졌다. 애플페이의 카드 등록 수는 서비스 개시 당일 100만 건을 넘어섰다. 사람이 갑자기 몰린 만큼 사용자 폭주로 인해 한때 결제가 되지 않는 오류가 발생하기도 했다.

정 부회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첫날 오후 10시 기준으로 애플페이 토큰 발행이 백만 명을 넘었다고 한다”며 “애플팀은 ‘역대 최고 기록(highest record ever)’이라고 했으나 구체적인 의미와 기준은 천천히 살펴보겠다. 오늘 벌어진 비자사의 등록지연 문제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후 이틀 뒤인 23일 “비자 본사의 적극적인 작업으로 애플페이 등록의 정체는 해소됐다. 준비를 했음에도 이런 병목 현상이 발생해 사과드린다”며 “NFC 단말기는 계속 확대 노력하겠다. 초기 반응을 본 많은 가맹점들이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오류에 대해 설명했다.
 

SPC 전국 7천여 개 계열 매장 내 _애플페이_ 전격 도입... 해피포인트 자동 적립까지
ⓒ위클리서울/ SPC

이용할 수 있는 곳 어디?

애플페이 국내 상륙에 따라 곳곳에서 NFC 단말기 도입 및 결제 서비스 업데이트를 앞다퉈 진행하고 있다. 소비자와의 접근성이 높은 편의점을 비롯해 마트, 백화점, 이커머스 등 온·오프라인 유통업계가 발 빠르게 이를 도입하고 있다.

먼저 GS25, CU, 세븐일레븐, 이마트24, 스토리웨이 등 편의점 업계는 일제히 애플페이를 적용했다. GS리테일은 GS프레시몰과 GS샵, GS칼텍스 등 계열사에도 함께 사용 가능하도록 했다. 롯데그룹 역시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롯데아울렛, 롯데슈퍼, 롯데온 등 온·오프라인에서 애플페이 사용이 가능하다.

폴바셋과 할리스, 탐앤탐스, 이디야, 메가커피 등 커피전문점은 물론 롯데리아, KFC, 맥도날드 등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도 사용할 수 있다. 이 밖에 현대백화점, 롯데시네마, 신라면세점, 한화리조트, 파라다이스 호텔앤리조트, 교보문고, 영풍문고, 배달의민족, 도미노피자, 무신사, 액화석유가스(LPG) 충전소 E1 등이 애플페이를 운영한다.

SPC도 자사 IT서비스 및 마케팅 계열사 ‘섹타나인’을 통해 파리바게뜨, 배스킨라빈스, 던킨, 파스쿠찌 등 전국 7000여개 SPC 계열 브랜드 매장에 ‘애플페이’ 결제 서비스를 전격 도입했다.

SPC 섹타나인 측은 “애플페이 국내 상륙에 맞춰 전국 SPC 매장에 설치된 NFC 결제 단말기를 포스(POS) 시스템 및 결제망(VAN)과 연동 개발해 애플페이에 최적화된 인프라 환경을 구축했다”며 “MZ 세대를 중심으로 한 애플 유저들에게 편리한 고객 경험을 제공하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공항철도는 국내 철도 운영 기관 중 처음으로 ‘직통열차’ 승차권 구매 시 애플페이 결제 서비스를 지원한다. 직통열차는 서울역과 인천국제공항을 논스톱으로 운행하는 공항철도 급행열차다. 서울역에서 인천공항까지 43분 소요된다. 운임은 성인 편도 기준으로 9500원이다.

서울역과 인천공항 1·2터미널역의 고객안내센터에서 직통열차 승차권 및 독립운임구간(청라국제도시역~인천공항 2터미널역) 정기승차권을 구입할 때 애플 페이를 사용할 수 있다. 오는 7월부터는 무인발매기에도 적용될 예정이다.

공항철도 전산시스템 담당자는 “공항철도는 노선 특성상 해외 여행객 이용객이 많아 애플페이 결제 서비스 도입이 꼭 필요했다”며 “애플 페이 사용으로 공항철도 이용객 편의가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공항철도 제공
ⓒ위클리서울/ 공항철도

“대중교통 안 돼” 편의성 아직

다만, 애플페이는 아직 ‘반쪽 출발’이라는 평이 나온다. 아이폰 유저들이 가장 원했던 대중교통에서 아직 사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버스카드나 후불 신용카드, 현금을 소지해야 함에 따라 지갑 없는 삶은 멀었다는 평이다.

또한 일부 유통사에서도 아직 NFC 결제 단말기를 도입하지 않았거나, 서비스 도입 자체를 보류한 곳이 많다. 또 현재까지는 현대카드로만 사용 가능하다는 점, 애플페이 도입을 견제한 삼성전자가 네이버파이낸셜과 손잡고 결제 연동 서비스를 시작하는 점 등이 애플페이가 넘어야 할 산으로 남아있다.

대중교통 서비스는 간편결제에서 가장 편의성이 큰 서비스 중 하나다. 삼성페이의 경우 마그네틱보안전송(MST)을 사용하고 있으며, 현재 전국 대부분의 버스와 지하철에서 가용 가능하다. 애플페이 사용을 위해서는 대중교통 내 결제 단말기를 NFC로 바꾸거나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해야 한다.

업계에 따르면 애플페이를 지원하는 단말기를 추가로 들여놓으려면 15~30만 원의 이용이 추가로 지출된다. 이에 따라 전국 결제 및 대중교통에 도입되는 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카드가 당분간 독점적 지위를 누린다는 점도 이용자에겐 불편 요소로 꼽힌다. 당초 현대카드는 애플페이와 1년 독점 계약을 계획했으나, 금융위원회 심사과정에서 결국 포기했다. 이에 다른 카드사들도 애플페이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으나, 한국 카드사가 부담해야할 수수료율이 타 국가 대비 높은편에 속해 고심하고 있다. 애플이 현대카드 측에 요구한 수수료는 건당 0.15%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아이폰 이용자가 당장 애플페이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현대카드와 연동하거나 현대카드에 신규 가입해야 한다. 삼성페이는 국내 대부분의 카드사를 등록해 사용할 수 있으며, 카드사가 부담하는 제휴 수수료 역시 연단위로받고 있어 부담이 적다.

유통업체 중에서는 신세계그룹이 이마트24를 제외하곤 애플페이를 도입하지 않고 있다. 이에 신세계백화점, 면세점, 노브랜드버거, 이마트, 스타필드를 비롯해 국내 커피업계 1위인 스타벅스에서도 사용할 수 없다.

스타벅스는 NFC 단말기가 이미 비치돼 있어 애플페이가 상륙하면 가장 먼저 도입될 사용처로 전망돼왔으나 예상을 비껴갔다. 신세계는 2015년 삼성페이 출시 당시에도 1년이 지난 2016년에야 도입했던 만큼, 애플페이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삼성페이가 네이버페이와 협업 서비스를 통해 점유율 방어에 나선 것도 변수다. 두 기업의 협업으로 삼성페이 사용자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를 비롯한 네이버페이 온라인 주문형 가맹점에서 삼성페이를 이용할 수 있다. 네이버페이 사용자는 삼성페이로 결제 가능한 오프라인 가맹점에서 네이버페이 오프라인 결제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증권가에서는 애플페이의 국내 도입이 기존 간편 결제 서비스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봤다. 사람들이 상품을 구매할 때 인터넷으로 구매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 2022년 상반기 기준 국내 일평균 간편결제액 규모는 약 7200억 원으로, 그중 전자금융업자(NAVER, 카카오, KG이니시스 등)가 약 50%를 차지하며, 삼성페이와 금융회사가 각각 24%, 26%를 점유하고 있었다.

김소혜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스마트폰 시장점유율 80%인 갤럭시도 삼성페이의 간편결제 시장 점유율은 24% 불과하다”며 “이로 미뤄봤을 때, 애플페이는 국내 아이폰 점유율이 크게 올라온 뒤에야 비로소 인터넷 플랫폼 기업에 위협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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